"저 쪽(이상권 후보)은 선거 운동을 잘 안하는 것 같다. 자기가 이재오인 줄 아나."(민주당 김희갑 후보 캠프 서원선 대변인)
한나라, 수도권 '트라우마' 극복 전략은 이재오 벤치마킹?
6.2지방선거 이후 한나라당 내에서 '지역일꾼론'은 일종의 유행이다. 7.28재보선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한나라당 이상권 후보 측은 "6.2지방선거에서 주민들에게 회초리를 맞았다. 반성하고 있다. 그래서 낮은 자세로 겸허하게 선거에 임하면서 시끄럽게 유세를 하지 않고 있다"며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니까 우리가 낮은 자세로 임하면 시민들이 손을 잡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 ▲ 한나라당 이상권 후보 ⓒ이상권후보캠프 |
이런 생각은 중앙당 지도부도 마찬가지로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유명 정치인의 지원 유세는 뜸하다. "수도권은 지원 가도 어렵다"는 생각은 6.2지방선거 수도권 지역 완패를 통해 습득한 한나라당의 경험치다. 일종의 수도권 트라우마다. 지역 일꾼론과 함께 '조용한 선거'는 이상권 후보의 주 전략이다. 여기에 '역견제론'을 내세운 이 후보는 "민주당의 독주를 막아달라"며 호소하고 있다.
이 때문일까? 송영길 인천시장이 내리 3선을 한 지역인데다, 6.2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박형우 구청장이 52.9퍼센트로 한나라당 후보(32.9퍼센트)를 무려 10퍼센트포인트 차로 따돌렸던 계양구에서, 이상권 후보는 김희갑 후보와 박빙을 이루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후보가 이 지역에서만 '3수'를 하고 있는 만큼 동정론이 작용한 측면도 있다.
박세훈 대변인은 "점점 바닥 민심이 우리 쪽으로 오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KBS가 2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김희갑 후보가 34.3퍼센트로, 28.2퍼센트를 보인 한나라당 이상권 후보를 이기는 것으로 나왔지만, 적극 투표층에서는 오히려 이상권 후보가 36.1퍼센트로 35.1퍼센트인 김희갑 후보를 1퍼센트포인트 앞섰다.
민주, 인물론 열세…'양동작전'으로 승부한다
'박빙'이라는 것은 민주당 김희갑 후보 측도 공히 인정한다. 그러나 "지방선거 후 한달이 채 못됐는데, 그 동안 민심이 한나라당으로 확 돌아설만한 계기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한다. 숨어있는 표를 감안한다면 민주당이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게다가 숨어있는 표를 읽지 못하는 여론조사의 맹점은 6.2지방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충분히 드러났다.
민주당은 '양동전략'으로 나서고 있다. 정세균 대표는 24일 인천 계양을 지역을 찾아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회초리를 맞았지만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다시 심판을 해달라"고 '정권 심판론'을 꺼내들며 측면 지원에 나섰다.
이를 등에 업은 민주당 김희갑 후보는 지역 현안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송영길 인천시장이 선거 당시 내세웠던 "인천시 부채 7조+알파" 전략을 승계해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전략공천을 받은 김 후보는 인물론에서 다소 밀리지만 '송영길의 친구'답게 송 시장의 선거 전략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송 시장과 함께 한나라당이 쌓아올린 인천시 부채를 줄여나가겠다"고 호소하고 있다.
| ▲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김희갑 후보 ⓒ김희갑 후보 |
여권 '악재'는 민주 '호재'…'한나라 동정론'도 무시 못해
최근 연이어 터진 강용석 의원 성희롱 발언, 민간인 사찰 사건 등 한나라당 관련 악재가 재보선에서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데는 대개 이의가 없다. 특히 계양을 지역이 중앙 이슈에 민감한 수도권인만큼 이같은 분석은 힘을 얻는다. 다만 관건은 여름 휴가 기간 치러지는 재보선인만큼 젊은 사람들이 얼마나 투표장에 나올 것이냐다.
계양을 지역은 호남 인구가 30% 가까이 된다. 또한 소형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젊은 층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 계양구청 근처 그랜드마트 앞에서 만난 30대 남성은 "지방선거 때도 투표를 했고, 투표는 웬만해서 빠지지 않는데, (7월 28일이) 쉬는 날도 아니고, 게다가 보궐선거인데…"라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랜드마트 앞 주공아파트에서 만난 40대 여성은 "남편 휴가 기간이 겹쳤는데 투표를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여긴 송영길 땅인데, 그래도 민주당이 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그러나 계양구청 앞에서 만난 60대 남성은 "민주당이 하는 게 꼴 보기 싫다. 지방선거 결과도 이해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잘못한 게 뭐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인천시선관위는 계양을 지역 투표율을 20% 내외로 전망하고 있다. 낮은 투표율이 현실화될 경우 한나라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희갑 후보 측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 후보가 이 지역에서 3번 째 도전하는데, 이에 대한 동정론도 꽤 있는 것 같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민주, 인천 부채 7조 공세에 한나라, '개발론'으로 맞불
'정권심판론'과 '역견제론'을 제외한 관전 포인트는 최근 부상한 지방정부 부채 이슈다. 특히 "안상수 시장 시절 쌓인 부채를 줄이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민주당 김희갑 후보의 주장이 이번 선거를 통해 표심에 반영된다면, 향후 각 지자체의 재정 운영 방식에도 일부 영항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논란이 분분한 상황이나, 최근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선언의 충격은 시민들에게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게 사실이다. 김희갑 후보 측은 "앞으로 남은 선거 기간 동안 부채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상권 후보 측은 "인천시 재정 자립도가 전국 2위인데, 민주당의 공세는 너무 과장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 후보 측 박세훈 대변인은 "'부채 7조'라는 구호는 시민들에게 정치 공세를 하기 참 좋은 것 같다"고 비꼰 후 "잘못 알려진 부분들이 많다. 인천시 부채는 2조 4000억 원 정도고 도시개발공사 부채가 약 4조 원이어서 합치면 6조 4000억 원인데, 순 부채가 아니다. 도시개발공사만 놓고 봐도, 부채 비율이 240%다. 상당히 건전한 것이다. 또한 이는 인천시 인프라 구축에 들어간 돈이기 때문에 나중에 투자효과를 보게 된다. '마땅히 있어야 할' 부채인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부채를 통해 한나라당 지방정부의 실정을 부각시킨다는 민주당의 전략은, 정치적으로 꽤 먹히는 상황이다.
계산 3동에 거주한다는 택시기사 김종락 씨(가명, 53세)에게 '성남시 모라토리엄 선언'은 큰 충격이었다. 그는 각종 신문지상에 등장했던 지방정부 부채 문제를 거론하면서 "빚을 졌으면 당연히 갚아야지. 빚은 지고 사는 것보다 안 지고 사는 게 좋다"며 "인천도 빚이 7조 원이 넘는다고 하던데, 그 돈이 어디로 갔나. 우리 같은 서민들은 날마다 세금 척척 내고 살아왔는데, 그렇게 (빚을) 져버리면…그런 것은 (안상수 전 시장이) 잘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방어적 입장인 이상권 후보는 남은 유세 기간 동안 '지역개발론'으로 맞불을 놓겠다는 방침이다. 이 후보는 계양구 곳곳에 "인천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을 원안대로 추진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펼침막을 걸어놓고 있다. 이 후보 측은 "송영길 시장과 김 후보가 2014년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건립 대신 문학경기장 활용론을 내걸고 있는데, 문학 경기장 개보수를 하는 비용과 경기장 건립 비용이 대동소이하다"라며 "서구에 경기장을 짓게 되면 가까운 계양구에도 수많은 경제 효과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권 후보도 이날 "이미 80퍼센트 가까이 보상이 된 주경기장 건립을 재검토한다는 것은 우리 계양을 죽이자는 것"이라고 김희갑 후보를 강하게 비난했다.
여전한 한나라당의 '개발론'이 이번 재보선에서 통할지, 지방정부 재정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표심에 반영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