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인구 증가 등으로 인간의 먹거리 부족 문제가 대두되면서 종자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종자 산업이란 새로운 품종의 종자 연구개발, 판매, 보급 등과 관련된 모든 산업을 뜻한다.
미국, 스위스 등 선진국의 종자 기업들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라고 부를 만큼 치열하게 종자의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최근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바로 GMO(유전자변형식품)이다.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를 경제용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유전자변형농산물’로서 생산량 증대 또는 유통, 가공 상의 편의를 위하여 유전공학기술을 이용, 기존의 육종방법으로는 나타날 수 없는 형질이나 유전자를 지니도록 개발된 농산물을 말한다고 되어 있다.
이를테면 병충해, 살충제, 제초제 등에 강한 성질을 생물체에 삽입하여 새로운 품종을 만드는 것이다. 예컨대 숙성과정에서 물러지는 유전자를 변형하여 긴 시간 단단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만든 토마토 같은 것이 대표적인 GMO 농산품이다.
이런 GMO 농산물의 제조 목적은 대량생산, 유통, 보관, 가공의 편익성으로 최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GMO 농산물이 환경단체나 소비자단체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96년 미국 몬산토사가 개발한 ‘Round-Up Ready Soybean’이라는 상표의 대두와 스위스 노바티스사가 개발한 병충해에 내성을 가지도록 개발한 ‘Btmaize’라는 상표의 옥수수가 본격적으로 상품화되면서부터이다.
몬산토는 1901년에 약제사였던 존 퀴니가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설립한 회사로 1950년대에 유럽으로 진출하여 다국적 종합화학 제조 기업으로 성장, 1982년 세계 최초로 식물세포의 유전자 변형에 성공하였다. 그리고 전 세계의 식물종자 특허권을 사들여 유전자 변형 식량자본의 서막을 연 것이다.
이후 몬산토는 세계적인 식량기업으로서 전 세계 농부들에게 씨앗과 농약을 판매하는 한편, GMO 식품 개발, 종자 개량에 주력해왔다. 우리나라에서 청양고추 특허 및 관련 DB를 구축한 중앙종묘가 멕시코 세미니스사에 인수된 것이 지난 1998년의 일이다. 세미니스사는 2005년 몬산토사에 인수되었다. 우리가 먹고 있는 농산물의 절반 이상이 외국식량자본에 사용료를 지불하고 먹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사용료 지불이 아니다. 프랑스는 2008년 1월 일부 유전자 변형 옥수수 품종의 재배를 금지했다. 문제의 품종은 바로 몬산토의 MON810이다. 특정벌레만 죽이는 살충성분이 유전자에 들어가 있는 변형 옥수수인데, 실제 독성실험에서 당초 설계보다 더 많은 벌레들을 죽였다는 것이다. 당시 안전성 심사위원회에 참여한 프랑스의 한 학자는 “몇 년에 걸쳐 반복적으로 먹으면 사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GMO 옥수수 MON863에 대해서도 2007년 3월 프랑스에서 이 옥수수를 먹은 쥐의 신장이 손상됐고, 성별에 따라 체중과 혈당이 눈에 띄게 변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GMO의 문제는 비단 식품으로서의 식용의 안전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몬산토의 점유율이 높은 인도에서 최근 반 GMO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몬산토 종자를 사야만 하는 일부 농민들이 종자 값과 농약 값을 감당하지 못해 자살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일부 환경운동가들은, 몬산토의 유전자 조작 종자를 사용하면 해충이 줄어들 것이라고 광고하지만, 실제로는 해충의 면역력이 강해져 해충이 더욱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거대 식량자본이 전 세계의 종자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현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이러한 문제들은 결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참고로 베트남전의 그 유명한 고엽제도 몬산토사의 제품이다.
우리나라에도 현재 몬산토의 유전자 변형 종자 제품이 다수 들어와 있다. 프랑스에서 안전상의 이유로 수입을 금지한 몬산토의 MON810과 MON863은 우리나라에 이미 2002년과 2003년에 수입 승인이 났다.
유전자변형농산물의 실험은 수명이 짧은 쥐의 실험처럼 몇 년의 실험을 통해 총체적인 위험성을 판별하기 어렵다. 수명이 긴 인간이 이를 장기 복용하였을 경우 나타날 수 있는 가임기능 또는 기형아 출산 등의 증상은 수십 년이 걸려야 확인 가능하다. 인간은 인간 자신이 변형을 이겨내는 순종이라고 자부하고 있으나 많은 학자들이 염려했던 대로 GMO의 위험성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GMO의 위험성을 보도하면서 ‘GMO 완전표시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GMO 완전표시제가 시행되지 않고 있어 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번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도 이 완전표시제가 있다.
그런데, 지난 2016년 9월 14일, 몬산토가 부채 포함 660억 달러에 바이엘에 인수되었다. 우리가 흔히 아스피린 회사로 알고 있는 바이엘이 몬산토를 합병한 것이다. 이는 미국 월가의 자본이 다국적 기업을 통하여 식량자본을 통제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뜻한다.
'호모사피엔스'란 책에서 유발 하라리는 ‘인간이 신을 발명할 때 역사는 시작되었고, 인간이 신이 될 때 역사는 끝날 것이다’라고 했다. 식량자본과 제약자본이 신이 될 때 인간과 역사는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해본다.
필자의 조그만 농장에는 고추, 상추, 토마토, 쑥갓 등의 야채들이 자라고 있다. 어깨너머 배운 기술로 조그만 텃밭에 재배한 것인데 인근의 지친 도시민들에게 소문이 나 식전에 놀러온 분들과 나누어 먹고 있다. 7월 장마와 무더위를 이기는 최고의 즐거움이다. 나누어 먹는 채소와 과일이 변형을 거부한 순종이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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