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에 반기를 들어 청와대와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제동을 건 한나라당이 당분간 정부와 청와대와 '선긋기'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에서도 기획재정부의 세제 개편, 개각 인사 실패 등과 관련해 정부와 청와대에 대한 난타가 이어졌다. 일련의 정책, 인사 등이 '친서민' 기조에 맞느냐는 것이다. 총리를 비롯해 장관 후보자 3명이 낙마한 상황을 타서 "할 말은 하는 여당"으로 이미지를 구축하고 야당에 일부 빼앗긴 '정국 주도권'을 탈환하려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한나라 "이번 세제개편이 '친서민'에 맞냐"…윤증현, 강연하러 왔다 진땀
이날 한나라당 연찬회에 참석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1년도 예산안 및 세제 개편'을 주제로 강연을 한 뒤 의원들의 집중 난타에 시달렸다.
윤 장관은 이 자리에서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성장을 지향하겠다"는 취지로 예산 편성의 기본 방침을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조정 작업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밝히기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에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윤 장관의 강연을 듣고 정말 실망했다. 장관이 오늘 예산안과 세제 개편안을 가지고 와서 내용도 없이 강연을 이런 식으로 하면,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느냐. 장관이 와서 혼자 중얼중얼 하고 가는 거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다른데 가서 강연할 때는 그런 식으로 하지 말라"고 면박을 줬다.
주 의원은 "김태호 총리 후보자를 보면, 재산이 4억 원밖에 안 되는데, 국민들에게는 '정직하지 못하다'는 식으로 비춰서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경제 정책을 잘해도 국민이 못 받아들이면 안되는 것"이라며 이같이 질타했다.
강명순 의원은 "보건복지위원회에 있으면 (보건복지부에서는) 항상 '기획재정부에서 에산을 깎아서 서민 복지 예산을 가져오지 못한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고 질타하자 윤 장관은 "기재부는 종갓집 맏며느리"라며 "원칙 없이 (예산을) 아무 곳이나 퍼대면 그 집안은 어떻게 되겠느냐"라고 대꾸했지만 진땀을 빼야 했다.
경제 전문가인 정희수 의원은 "재정 건전성과 관련해 윤 장관은 '우리나라는 괜찮다'고 얘기하는데 실제로 공기업 부채까지 부담하면 900조에서 1000조 가까이 (국가 부채가) 된다. '부채가 400조 내외로 건전하다'고 왜곡하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원은 이어 "법인세 등 부자 쪽에 혜택을 주면서 실질적으로 감세하는 폭만큼 어느 부분은 과세를 해야 할 것 아닌가. 그것이 엉뚱하게 친서민에 반대되는 쪽에서 세제 개편 방향이 잡혔다"고 비판했다.
청와대도 '매 맞자'…31일엔 靑 인사 라인 문책 요구 거셀 듯
이날 연찬회의 주제는 세재 개편, 4대강 사업, 개헌 등에 집중됐지만, 31일 예정된 자유토론 과정에서는 청와대 인사 라인에 대한 문책 요구가 거셀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의원들 뿐 아니라 일부 지도부도 이번 '개각 파동'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전날 "신상필벌이 기본적으로 안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었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이날 연찬회에서 일부 기자들과 만나 "인사 검증 시스템도 잘못됐고 사람을 인선하는데 안이했다"며 "결과적으로 책임은 인사라인에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친박계 서병수 최고위원도 "인사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데 책임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조현오 청장 등 이미 임명된 인사들에 대해서는 "그것은 끝난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중립 성향의 한 의원은 "이번 인사에서는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의 요구가 주요했던 것 아니냐. 낙마 과정까지 한나라당 의원들이 민심을 청와대에 지속적으로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번 '인사 파문'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민주당 등 야당에게 정국 주도권이 넘어가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로 풀이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제시한 화두인 '공정 사회'라는 단어는 이번 인사 청문회 정국을 통과하면서 여당 의원들보다 야당 의원들 입에서 더 많이 언급됐던 게 사실이다. 한 한나라당 관계자는 "'공정 사회'라는 화두를 우리가 먼저 잡았지만, 지금 보면 '진정성'이 약화되고 있는 모습이어서 걱정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개각 정국에서 청와대, 그리고 야당에게 뒤통수를 맞은 여당이 뒤늦게 청와대와 정부를 겨냥해 '공세'를 펴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상당수 의원들 역시 "개각 파동이 끝난만큼 인사 얘기, 문책 얘기는 그만하자"는 분위기여서 이같은 한나라당의 '기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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