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기국회 원내교섭단체 연설을 4일 들었다. '추다르크'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훌륭한 연설이었다. 대한민국의 대내외적 현실에 대한 진단은 정확했고, 진단에 대한 처방도 적확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눈길을 끈 대목은 추 대표가 '지대'를 한국사회의 정상적인 발전을 저해하는 근본원인으로 지목하며 '지대개혁'을 주창했다는 사실이다. 내 기억이 닿는 한 여당의 대표 입에서 '지대개혁'이라는 말이 나온 건 처음이다.
추미애 대표는 조봉암 전 농림부 장관의 농지개혁이 가져온 혁명적 결과를 상찬하고, 한국사회의 불평등과 양극화의 핵심에 지대추구의 특권이 있음을 지적했다. 추 대표는 또 이 지대추구는 극소수의 토지소유자에게 독식되는 연간 300조 원의 토지불로소득으로 구체화되고 있는데, 보유세와 임대소득세 강화를 통해 이를 사회화하지 않으면 소득주도성장도, 양극화 해소도 불가능하므로 농지개혁을 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좌우 구분 없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지대개혁에 나서자고 호소했다.
유 력정치인이 농지개혁의 중요성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 점도 놀랍지만, 헨지 조지를 인용하며 지대추구가 정상적인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얼마나 치명적 해악을 끼치는지를 간파한 지점에서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의 유력 정치인 가운데 '지대의 사유화'가 한국사회의 근본모순이며, 사유화된 지대를 '사회화'해야 대한민국의 멈춰진 심장이 다시 뛸 수 있다는 인식을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추미애 대표에게 조언을 하고 싶다. 먼저 추 대표가 '지대'의 개념 및 '지대의 사유화'가 미치는 악영향의 범위에 대해 더 숙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대의 원천은 ‘특권’이고, 특권의 대명사는 토지특권이다. 토지를 소유했다는 이유만으로 발생하는 이익이 ‘지대’인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특권은 토지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정규직 특권, 대기업 특권 등 특권의 영역은 매우 다양하며 거기에서 나오는 이익이 모두 지대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런 지대는 추 대표가 인용한 스티글리츠가 말했듯이 하위계층에서 상위계층으로 이전된 불로소득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지대의 사유화’는 계층별, 지역별 양극화의 최대 원인이기도 하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민간의 자원 배분을 왜곡하고 재정을 낭비하게 만든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상위계층이 누리는 ‘지대의 사유화’는 하위계층의 가처분 소득을 줄이고 소비를 위축시키며 온갖 부정부패를 양산한다.
추 대표가 보유세에 대해서도 좀더 궁구하면 좋겠다. 보유세 강화는 분명 옳은 방향이지만 참여정부의 종부세 부활로 이어지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 종부세는 여러 빛나는 장점들과 함께 단점도 내장되어 있었던 세금이다. 차제에 추 대표가 종부세를 넘어서는 보유세를 연구하면 좋겠다. 이미 국토보유세라는 대안이 정책시장에 제출되었다. 국토보유세는 토지에만 부과하는 보유세로서 보유세의 본령에 부합하는 세금이다. 국토보유세에 요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기본소득을 더하면 조세저항도 매끄럽게 넘어갈 수 있다. 국토보유세로 내는 세금 보다 기본소득으로 받는 소득이 더 많은 시민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국토보유세와 기본소득의 결합을 통해 증세의 위험과 함정을 돌파할 수 있다고 본다. 보유세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70%를 넘는 지금이 종부세를 넘는 보유세의 설계와 집행에 착수할 적기다.
모쪼록 추미애 대표가 천명한 '지대개혁'이 꼭 실현되길 바란다. 그게 추미애 대표의 정치적 장래를 위한 길이기도 하고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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