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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의 이상한 선거, 이상한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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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의 이상한 선거, 이상한 재판

[기고] 엉터리 선거인명부로 치뤄진 대한체육회장 선거

지난 해 10월 5일,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치뤄졌다. 생활체육을 관장하던 국민생활체육회와 엘리트스포츠를 담당하던 (구)대한체육회가 통합하여 출범한 통합대한체육회의 초대회장을 뽑는 중요한 선거였다. 게다가 선거방식도 크게 바뀌었다. 종전에는 수십명에 불과한 대의원이 회의실에 모여 뚝딱 회장을 선출하는 방식이었지만, 이번에는 대한체육회 산하 각 시∙도체육회 및 회원종목단체가 추천한 1만6000여명의 선거인후보자 가운데 무작위 추첨을 통해 1405명의 선거인단을 추출해내어 이들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보다 민주적이고 진일보한 선거방식이었다.

그런데 대한체육회는 아직 위와 같은 "대규모"의 선거를 치를 만한 능력도, 의지도 없었다. 선거인명부에 오른 1405명의 선거인 중 521명의 선거인명단이 허위로 기재되어 있었던 것이다. 개표결과 1위를 차지한 후보의 득표수가 294표였고, 2위를 차지한 후보의 득표수가 213표로서 1, 2위간 득표수 차가 81표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1405명 중 521명의 선거인명단이 허위기재되어 있었다는 사실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위법사유임이 명백했다. 소송이 제기될 경우 법원이 위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무효로 판결할 것이라는 점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선거무효소송 시작되다

선거 직후 선거무효소송이 제기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우선 4명의 선거인이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런데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당선자인 이기흥이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한 4명의 선거인들로 하여금 소송을 취하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소송을 취하하지 않을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하고 있다는 것이었다(선거인들은 모두 체육계 종사자들이다. 대한체육회장은 어떤 식으로든 이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소송을 제기한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모두 소송을 취하해버렸다. 그리고는 연락이 두절되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대한체육회장선거에 입후보했던 장정수 후보가 직접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하였다(지난해 11월 30일). 이번에도 이기흥 당선자 측으로부터 여러가지 회유와 압박이 쓰리쿠션을 통해 들어왔다. 다행스러운 건, 장정수 후보는 이기흥 당선자가 놀리는 세 치 혀에 흔들릴 만큼 심지가 약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재판은 시작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이기흥도, 대한체육회도 아니었다. 불의나 부정 뭐 이런 거창한 것도 아니었다. 불행하게도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사법부와, 그들이 보호하고 있는 현실세계의 권력이었다.

법리 이전에 상식선에서 납득할 수 없는 "조정회부결정"

재판부(서울동부지방법원 민사15부, 재판장 문유석)는 2017년 3월 21일, 돌연 위 선거무효소송에 관해 "조정회부결정"을 내렸다. "조정"이란, 소송의 당사자, 즉 원고와 피고가 판사의 중재 하에 서로 절충하여 합의점을 찾아내어 소송을 종결시키는 방법이다.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손해배상금액을 "조정"하거나, 이혼소송에서 위자료액수를 "조정"하는 것이 그 예이다.

한마디로, 선거의 유∙무효를 가리는 것이 목적인 선거무효소송에서 "조정"이라는 것이 가능할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이었다. 따라서 위 선거무효소송을 조정에 회부한다는 결정을 내린 위 재판부의 행위는 매우 부적절한 것일 뿐 아니라, 나아가 위법한 것이기도 했다.

조정회부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원고 측 변호사는 강하게 어필했다. 신속한 재판이 생명인 선거소송에 있어, 위 조정회부결정은 단지 재판을 지연시킬 뿐임이 명백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재판장의 대답이 괴이했다. 재판장 문유석은, "서울동부지방법원이 문정동 신청사로 이사를 오면서 민사재판부가 하나 폐지되어서, 남은 민사재판부가 그 폐지된 재판부가 담당하던 사건까지 떠맡게 되었다. 그래서 사건이 밀려 재판기일을 빨리 잡기 어렵게 되었는바, 법정 외에서 원고와 피고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나 보자는 취지에서 조정기일을 잡은 것이다"라고 조정회부결정을 내린 이유를 설명하였던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조정회부결정"에,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였다. 재판장의 말은 재판의 독립을 스스로 부정한 것에 다름 아니다. 아니, 재판의 내용에 영향을 미치려는 외부세력에 대해, 재판부는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과 같았다.

행정자치부, 법원이 송부한 공식 문서의 수령을 거절하다

2017년 3월 27일, 원고 측 변호사는 재판부에 사실조회신청을 제출하였다. 선거인명부에 기재된 선거인의 주소가, 주민등록법에 따라 등록된 주소와 다르다는 점, 즉 선거인명부에 선거인의 주소가 허위기재되어 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재판부에 사실조회를 신청하였던 것이다. 재판부는 이를 채택하여 2017년 3월 31일, 행정자치부에 "선거인명부에 기재된 선거인들의 주민등록법상 주소지를 확인하여 알려달라"는 내용의 사실조회서를 송부하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법원이 보낸 위 사실조회서가 송달되지 않았다. 법원이 보낸 사실조회서를, 행정자치부가 수령하지 않은 것이었다. 법원이 보낸 공식 문서를 정부기관인 행정자치부가 수령을 거절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시 법원 집행관이 재판부에 제출한 송달보고서에는 송달되지 않은 사유가 "기타송달불능"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송달되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행정자치부는 이유를 밝히지도 않은 채 법원이 보낸 공식 문서를 "반사"해 버린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조정회부결정은 재판을 2~3개월 지연시키는 효과를 가져오므로 당선자인 이기흥에게 유리한 것이었다. 지연되는 기간만큼 회장자리에 더 앉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행정자치부가 법원이 보낸 사실조회서의 수령을 거절한 것 역시 이기흥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왔다. 행정자치부가 법원이 보낸 사실조회서를 정상적으로 수령하여 이에 대한 회신을 제대로 작성하여 법원에 보냈다면, 이는 선거무효의 결정적 사유로 작용할 것이었기 때문이다.

재판의 결론은 이미 내려져 있었고, 법원이 행하는 행위 하나하나가 모두 그 결론을 향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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