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투어리스티피케이션, 제주도민이 죽어간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투어리스티피케이션, 제주도민이 죽어간다

[기고] 국민에 일방적 희생과 고통을 강요하는 나라는 나라가 아니다

지난 11월 20일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제주도민들이 특정지역의 관광지화로 거주환경이 악화되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으로 인해 경제적 불만족과 삶의 질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제주 투어리스티피케이션 현상이 지역주민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결과는 관광지 개발에 따른 이익이 제주도민에게 원활하게 재분배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고, 정서적으로도 관광지화로 인한 자연훼손, 소음 및 생활공간 침해는 제주 천혜자연에서 누리는 정서적 만족도를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민들이 이제는 대량관광의 폐해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이러한 투어리스트피케이션의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킬 대규모 국책사업이 국토교통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강행되고 있다.

국토부가 제2공항 예정지로 발표한 성산읍 일대는 동부 오름군락 한가운데 위치해있고 세계자연유산인 성산일출봉을 마주하고 있으며 역시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 용암동굴들이 부지 주위에 산재해 있는 곳이다. 오름은 한라산과 더불어 모든 제주도민의 고향이자 마음의 어머니다. 그 한가운데 콘크리트를 퍼붓고 수천만 명의 관광객을 더 수용하기 위해 지역주민들을 강제로 이주시키는 사업이 바로 제2공항 사업이다. 일출봉에서 한라산 쪽을 바라보면 수많은 오름들과 한라산의 조화로운 능선이 경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용눈이오름이나 다랑쉬오름에서 바라보는 성산 앞바다와 일출봉 역시 천혜의 자연경관을 가진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조망점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자칫 잘못하면 2-3분마다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오름과 일출봉 사이를 가로지르는 어이없는 풍광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고 그 엄청난 기계소음에 바람소리조차 못 들을 수 있다.

지난 10년간 제주도 방문 관광객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작년 기준 1600만 명이 방문하는 거대 관광지가 됐다. 관광소득이 4조 7천억원을 넘는다 하는데 제주도민의 가계소득은 전국 최하위에 머물러 있고 농가부채는 수년간 전국 1위를 지키고 있다. 비정규직 비율 역시 단연 1위이며 범죄발생율까지 전국 최고 수치를 기록하며 제주도민의 삶의 질은 최악의 수준에 처해 있다. 그 많은 관광수익은 누가 다 가져가는 것인가? 제주 관광수익의 최대 수혜자는 신라와 롯데 등이 운영하는 면세점과 국토부 산하기관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운영하는 공항면세점이다.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중국자본이 주인인 호텔과 쇼핑몰들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대량관광정책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의 가파른 관광객 증가로 인해 쓰레기와 오폐수는 처리를 못해 지금은 정화도 되지 않은 상태로 바다로 흘러나가고 쓰레기 오름으로 적재되고 있다.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여겨져 이주민이 급증해 인구증가율은 전국 평균의 8배나 높다. 상가임대료가 치솟고 주택가격 상승률도 전국 최고 수준으로 올라 그야말로 제주도민의 삶은 총체적인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러나 국토부는 현재보다 두 배 이상의 관광객을 받으라고 도민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쓰레기 처리와 오폐수 처리는 알아서 하라고 한다. 이대로 제2공항이 건설되고 4000만 명 이상이 들어오는 제주도가 된다면 그야말로 제주도 전 지역이 쓰레기 매립장과 하수종말처리장이 될 처지인데도 불구하고 그건 국토부 소관이 아니라고 한다. 제주도민들은 쓰레기 처리나 하고 똥물로 바다가 오염되건 말건 관심 없다고 한다. 설마 국토부 관료들이 그렇게까지 생각할까 의심한다면 오산이다. 이건 실화다.

국토부 항공정책 담당자들이 생각하는 제주도는 무한한 자원을 가진 관광지에 불과하다. 그들의 머릿속에 제주도민들의 삶은 없다. 도민들의 정주권과 행복할 권리는 없다. 국민들의 자유로운 이동권은 보장되야 한다면서 제주도로 오고 싶어하는 국민들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느냐고 강변한다. 제주도에 또 하나의 공항을 짓는데 제주도민들의 의견은 필요 없다고 한다. 제주도가 망가지고 도민들의 삶이 피폐해져도 희생을 감수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관리를 위해서라도 먼저 지역주민들의 삶이 우선적으로 검토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토부의 정책에 지역주민들은 '국민'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 토건세력들을 대변하는 국토부의 오래된 적폐가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관광객을 더 받겠다고 지역주민들을 삶의 터전에서 내쫓고 고향땅을 버리라고 강요하는 것이 국토부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촛불시민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하에서 버젓이 행해지고 있기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왜 관광객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도민들의 삶은 나아져야 하는데 거꾸로 가는가?

왜 지난 10년간 3배나 관광객이 늘어났는데 가계소득은 전국 최하위인가?

하와이는 8백만 정도의 관광객으로 15조원의 관광수익을 올리는데 왜 제주도는 1500만명이 넘어도 관광수익이 5조원도 안되는가?

제주도를 이렇게 싸구려 관광지로 전락시킨 장본인은 누구인가?

관광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입도세를 받고 관광객 수를 적절히 제한하고 국립공원과 세계자연유산 입장료를 대폭 올리면 제주가 망한다고 보는 건가?

그렇다면 이미 제주도는 500만 관광객 시절이던 10년 전에 망했어야 한다.

1500만 명의 관광객만으로도 이미 환경수용능력이 초과됐음을 알리는 현상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또 하나의 공항을 더 지어 지금보다 두 배 이상의 관광객을 수용해야 하고 제주도민은 이를 감수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지방분권의 시대에 맞는 특별자치도의 위상을 고민하고 있는 때다. 국민의 기본권을 강화하고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헌법 개정을 논의하고 있는 이때 국가가 국민에게 희생과 고통을 감내하라고 강요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나?

공항건설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성산읍 지역주민들은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공항건설 여부를 결정짓는 것은 맞지 않다고 문제제기 하는 것이다. 제주도의 환경수용능력 검토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다. 제주도의 관광정책이 지금과 같은 양적인 확대로 계속 가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를 도민 모두가 심각하게 머리를 맞대고 숙의하고 토론해서 결론을 내보자는 것이다. 원점에서 재검토해서 현재의 제주도에 또 하나의 공항이 반드시 필요한지 도민들에게 묻자는 것이다. 양적 확대 위주의 관광정책을 지양하고 관광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환경수용능력에 맞는 공항수요관리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사악한 것을 부수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의 '파사현정'(破邪顯正)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됐다. 국정농단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한 이전 정부를 촛불 시민의 힘으로 주저앉히고, 새 정부 출범 뒤 적폐청산에 나선 현실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아직도 정부기관들 내부에 구조적으로 쌓여 있는 적폐청산을 위해서는 파사현정의 촛불은 내년에도 계속 켜져야 한다.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제주도민들은 국토부의 일방적인 희생과 고통의 강요에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제주도민들이 가장 먼저 국토부의 적폐청산 기치를 올리고 선봉에 설 것이다. 제주도의 역사가 증명한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