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회가 구성되면서 '일하는 국회'가 연일 큰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일하지 않은 국회'가 뜨거운 질타를 받아온 반증이다.
그런데 지금 국회에서 주창되는 "일하는 국회"의 내용은 언뜻 들으면 그럴듯해 보인다. 더구나 그것이 '국회 발(發)'이라서 이번엔 혹시 무엇인가 소득이 있을까 기대도 하게 된다. 하지만 그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여전히 공허하고 '내로남불', 진영 논리도 적지 않다.
법안 체계·자구 심사를 또 공무원에게 맡긴다고?
예를 들어, 현재 여당 내에서 추진 중인 '일하는 국회'의 구상 중에는 "법안 체계·자구 심사는 국회사무처 또는 입법조사처 내 전문검토기구가 맡는다"는 내용이 있다.
이제까지 우리 국회는 이런 식으로 의원들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현실적' 판단에, 혹은 '높으신 내가 그런 귀찮은 일까지 해야 하나!'라는 권위주의와 '귀차니즘'으로 많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 '떠맡기는' 행태가 관행화되어왔다. '국회 공무원에 의한 전문위원 검토보고제'도 바로 그러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권한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게' 되면, 결국 그 사람에게 거꾸로 '지배당하는'법이다. 만약 여당의 그 구상대로 진행하게 되면 반드시 법안 체계·자구 심사라는 업무를 내세운 또 하나의 무소불위의 '강력한 관료집단'이 형성되고 군림하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체계·자구 심사는 당연히 세계 모든 나라 의회처럼 각 상임위원회에서 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스스로 수행해야 한다. 설령 그 일이 번거롭고 어렵더라도 그러한 임무를 수행하라는 것이 국민들이 선출해준 유일한 이유이고, 그것이 바로 '일하는 국회의원'으로서의 본령이다.
'일하지 않는 국회'의 핵심은 "국회의원들이 법안검토를 방기하는 것"
우리 사회에서 본질 문제를 말하고 기본과 원칙을 주장하는 것은 언제 어디에서나 주목받지 못하며, 전혀 인기도 없다. 기본과 원칙의 문제는 언제나 기피되고, 지식인들은 항상 애써 눈을 감는다. '기본과 원칙 인지 감수성'의 철저한 부재이다.
이제 그만 변해야 한다. '기본'과 '원칙'으로 돌아가야 할 시점이다. 그래야만 비로소 우리 사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국회 문제 해결의 핵심도 결코 다른 데 있지 않다. 본래의 그 존재 목적에 부합하는 기본과 원칙에 의거해 운용되어야 하는 것이 근본적이며 핵심적인 해결책이다.
지금 모두가 입을 모아 '일하는 국회'를 부르짖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일하는 국회'의 핵심이 입법의 핵심인 '법안 검토'를 공무원 등 다른 사람이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국회의원 본인들이 수행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명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변죽만 울리고 알맹이는 모두 빠져버린 '인식의 부재'이고, 그 소리는 지나치게 떠들썩하지만 결국 신발을 신고서 발바닥을 긁는 격화소양(隔靴搔癢)의 허망한 느낌을 지워낼 수 없다.
국회 문제의 핵심은 다른 사람, 다른 당 의원이 아니라, 바로 국회의원 본인들 모두에게 있다. 남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 일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국민들이 국회의원에게 부여한 '법안 검토'라는 의무를 공무원이 대리하고 있는 것, 이것이야말로 '일하지 않고 있는 국회'의 가장 명백한 증거이며, '일하지 않는 국회'의 근본이고 핵심이다.
세계 의회사상 일찍이 출현한 적도 없는, 공무원들이 대신하면서 국회의원들은 방기하고 직무유기 중인 '법안 검토'를 국회의원 스스로 수행하도록 복원시키는 것. 이것이 '일하는 국회'냐, '일하지 않는 국회'냐를 결정짓는 가장 정확하고 유일한 판단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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