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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은 지역 강화 의지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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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의당은 지역 강화 의지가 있나

[정의당 혁신, 어떻게 할 것인가③] 지역 강화, 좌고우면할 때가 아니다

2020년 총선이 끝난 후 정의당 안팎에선 '혁신'을 둘러싼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만큼 기대가 컸고, 나아가 정의당의 체질과 한계를 목도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진보정당의 길이 무엇이었는지 희미해졌다는 평가와 함께 존재감을 발휘하기 보다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의당 혁신위원회는 그간 노선에 대한 비판적 평가와 리더십에 대한 안팎의 우려, 정의당이 새롭게 제출해야 할 정치적 비전의 필요성에 따라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는 당원들에 의해 기획되기보단 대표에 의해 '주어진' 것이었고, 그만큼 한계도 노정하고 있다. 혁신위원회 활동이 시작된지 어느덧 6주의 시간이 지났지만, 이것이 큰 성과를 보일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혁신위원회의 분투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복잡하고 중층적으로 쌓인 문제덩어리를 한 방에 해결할 묘책이 있을리도 만무하다.

하지만 분명 길은 있을 테고,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진보정당운동을 지역과 부문에서 이끌고 있는 활동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그동안의 정의당 노선과 방법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고, 이후 정의당의 혁신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긴 토론을 통해 정리된 의견들을 총론격의 문제의식, 정체성, 지역정치 활성화, 사회운동 정당, 지도체계와 의결체계, 청년 정치사업 등 분야별로 나누어 연재한다. 진보정당 운동에 관심 있는 분들의 활발한 의견 개진을 기대한다. 편집자

정의당 혁신위원회 출범 이후 가장 많이 들리는 화두가 있다. 바로 '지역 강화', 즉 지역위원회의 역량을 강화해야 정의당 전체가 미래 비전을 가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역 지역위원장으로서는 참 반가운 말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이라고 얼마나 다를까?"라는 비관적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지역 강화'는 혁신을 이야기할 때마다 주요 과제에 이름을 올렸지만 한 번도 제대로 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지역 강화를 위해서는 그것에 맞는 재정과 인력 등 적절한 자원이 지역에 배분돼야 한다. 그만큼 중앙당 등 당의 다른 조직에 배분되는 자원의 축소를 각오해야 한다. 문제는 '지역 강화'를 주장하면서 그러한 각오 없이 당위만 반복해왔다는 점이다.

지역 조직에 자원을 늘려줄 대책이 없는 '지역 강화' 방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역강화를 위한 제1의 조건은 당 내 이해당사자들 간 이해와 합의에 기반해 자원의 배분을 적절하게 이끌어 낼 수 있는 리더십과 확고한 의지다. 이 두 가지가 없는 '지역 강화' 주장은 말 잔치에 그칠 뿐이다. 부디 이번에는 말 잔치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지역 강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함께 고민해 보자.

▲정의당 의원총회 ⓒ연합뉴스

기본은 '재정'

지역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최소한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상근자 1명과 작은 공간이 그것이다. 사무 공간이 어렵더라도 전임 활동가 1명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전임 활동가에게 지급할 활동비이자 임금, 곧 재정이 필요하다. 물론 당장 모든 지역위원회에 전임 활동가를 둘 순 없다. 145개 지역위원회에 전임 활동가를 둘 경우 최저임금만 지급해도 인건비만 월 3억 원 정도이고, 1년이면 36억 원이 필요하다. 또, 그만한 인력풀이 있느냐 역시 생각해볼 문제다.

따라서 현 조건에서라도 가능한 지역위원회부터 전임 활동가를 둘 수 있게 하고, 당장 단독으로 전임자를 둘 수 없는 지역위원회는 인접 지역위원회와 함께 전임 활동가 1인을 정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재정 운영의 혁신이 가장 먼저 필요하다. 현재 지역위원회에 배분되는 당비는 정확하게 추산하기는 어렵겠지만 전체 당비의 15%가 안 된다. 당원이 당비 1만 원을 납부하면 지역위원회에는 1500원도 안 오는 구조다. 이런 상태로는 당원이 550명 정도인 서초구위원회가 전임 활동가를 두기는 불가능하다. 지역위원회에 배분되는 당비를 전국 총액기준 50% 정도는 되게 하는 것을 목표로 당의 재정 운영 전반을 과감하게 혁신해야 한다.

당 의사결정에 지역의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지역위원장을 하면서 재정 다음으로 갑갑했던 점은 지역위원회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결정들이 지역위원장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뤄진다는 점이다. 그런 결정들은 전국위원회에서 이뤄지는데 정작 지역위원장들 대부분이 전국위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역위원회가 감당해야 할 선거 대응 결정도나 지역 살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재정 관련 결정에 대해서도 중앙에서 이뤄지는 논의에 거의 참가하지 못한 채 오직 내려진 결정을 받아들이기만 해야 한다.

이는 '의결과 집행의 분리'라는 말로 합리화할 수 없는 아이러니를 낳는다. '지역위원회'는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의사결정에서 철저하게 지역을 소외시키는 구조를 낳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당연히 의욕이 생기지 않고, 불만만 쌓이고, 불신이 당 조직에 누적된다. 지역 강화를 위해서는 이런 지역의 의결 소외구조를 과감히 혁신해야 한다.

당의 주요 의결기구(전국위원회)에 지역위원회의 목소리가 직접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지역위원장들이 전국위원이 되면 해결할 수 있다.

물론 여러 우려가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보완책을 마련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혁신위원회 활동의 취지와 방향이다. 당권자 300명 이상 지역위원장을 당연직 전국위원으로 하고, 300명 미만인 지역위원회는 인접 지역위원회와 연합하여 지역위원장 중 한 명을 호선으로 전국위원으로 선임하는 방법도 있다.

비례후보 선출 제도, 과감하게 손보자

정당 활동가(정치인)는 공직에 진출해 자기 당의 정책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한다. 그런데 이 당연한 목표가 정의당 지역 활동가들에게는 거의 불가능하다. 지역구 당선은 거의 불가능하고, 그나마 당선 가능성이 있는 비례후보 선출 선거제도가 전국, 중앙, 명망 중심으로 되어 있어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해 비례로 진출한다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역에서의 헌신보다는 중앙의 안락함을, 밑바닥의 연대보다는 화려한 언론과 방송 활동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지역에서 일할 사람이 없는데 지역을 강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이라도 당의 풀뿌리 조직과 운동 속에서 당의 정치인과 리더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보고 조직 문화를 혁신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의원 비례후보자를 권역별로 선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당내 충분한 논의가 진행되어야겠지만, 지금의 비례후보 선출 선거제도를 지역 활동가들이 최소한의 비전이라도 주는 방향으로 혁신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지역재정 확충, 의결기구에 지역의 목소리 반영, 비례후보 선거제도 혁신은 지역강화를 위한 3개 핵심 혁신방향이다. 그러나 이 3가지는 기초 공사일 뿐이다. 이 세 가지 토대 위에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얹혀야 하는데, '지역 활동 혁신'이 바로 그것이다.

지역 강화를 위한 몇 가지 제안

지역위원회가 처한 상황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지역 활동의 혁신 또한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진행된다. 일관된 기준이나 모델을 제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를 감안하여 대략적인 방향만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우선 지역위원회가 지역 사회운동 네트워크의 핵심이 되도록 지역위원회를 과감하게 지역사회운동센터 혹은 지역 민생센터로 운영하자. 그런 다음 지역위원회의 지역 정치사업을 강화하고 이것이 당원들의 결합을 확대하는 선순환구조를 구축하자. 마지막으로 중앙의 명사를 지역으로 섭외하는 방식을 벗어나 지역에서 대중 정치인을 키우는 방식으로 지역 정치 활동을 전환하자.

나아가 이상의 지역 강화 방향을 현실화할 구체적 방안으로 다음의 혁신 과제를 혁신위원회와 대의원들에게 제안한다.

첫째, 전국 총액기준 당비 지역배분 비율을 즉각 획기적으로 증가시키는 것을 포함하여 당 재정 운영을 전면 혁신하자. 둘째, 실행 과정에서 예상되는 문제점은 보완한다는 전제로 지역위원장을 당연직 전국위원으로 하고 그 구체적 실행방안을 마련하자. 셋째, 권역별 비례대표 선출 등 비례후보 선출 제도를 지역강화의 취지를 담아 혁신하자.

넷째, 필요한 경우 지역위원회 통합 운영 등 상황에 따라 유연한 조직과 활동이 가능하도록 당헌·당규 등 각종 제도를 혁신하자. 다섯째, 지역위원장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지역활동혁신 태스크포스를 구성하여 지역 활동 혁신 모델을 마련하여 제공하는 구조를 만들자.

여섯째, 지역정치 활성화를 위해 지방의원단에 대한 지원대책을 마련하자. 현재 임의조직으로서 기능하는 지방의원단을 당의 공식적인 기구로 편재하고 지방의원 상호간의 연대, 소통, 공동사업을 지원함과 동시에 예산 및 정책지원을 위한 체제를 세우자. 마지막으로, 지역조직의 독자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지역에서의 브랜딩 강화를 위해 당의 계선 조직 명칭을 정의당(중앙)-서울정의당-서초정의당 등으로 변경하자.

지역강화를 위한 혁신, 특히 재정과 조직 등에 대한 혁신을 이야기하면 항상 현실에서 불가능하다는 반론에 부닥치곤 한다. 당연히 지금의 당 재정 배분 방식을 유지하면 지역에 갈 게 없다. 물론 앞의 주장이 무리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고, 정의당의 지역조직은 창당이래 지속적으로 소진되어 이미 빈사 상태에 와 있다.

획기적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은 좌고우면할 때가 아니다. 지역강화를 위한 혁신에 있어서 최대한 정밀하게 보완책을 마련하되, 이런저런 현실 논리로 핑계댈 게 아니라, 분명한 의지를 갖고 막대를 구부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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