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2010년 2월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의 회의록 일부이다.
2010년 국회는 보험업계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이하 생협연합회)와 전국연합회가 조합원을 대상으로 공제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하 생협법) 개정안을 입법했다. 일단 연합회와 전국연합회가 감독관청인 공정거래위원회와 긴밀한 협조하에 공제사업을 시행해보고 큰 문제 없이 운영되면 차후에 단위 조합까지 확대하는 방향으로 한다는 것이 당시 국회의 의사였다고 보아도 무리가 아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도 이러한 방향에 전적으로 동의를 표했다.
그리고 12년이 지났다. 2010년과 비교하여 생협은 더욱 성장했다. 조합원 수나 공급 규모가 비할 수 없이 커졌고 친환경 농식품 산업을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주요 행위자로 부상했다. 그런데 12년 전, 국회에서 여야와 정부 모두 이견 없이 합의하여 의결한 생협연합회의 공제사업은 빛을 보지 못하고 법문(法文)상으로만 존재할 뿐 완전히 사장되어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2020년 5월, 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는 공제사업을 정관의 목적 사업에 추가하는 정관변경을 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인가를 신청했다. 생협법 제65조는 생협연합회가 수행할 수 있는 10가지의 사업을 명시하고 있고 ‘회원과 회원의 조합원을 위한 공제사업’은 그 10가지 사업 중 하나이다. 즉, 2010년 생협법 개정을 통하여 생협연합회가 할 수 있다고 규정된 사업을 정관에 그대로 옮긴 것뿐이다. 그런데 10년 전, 생협연합회의 공제사업 수행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했던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제사업의 구체적인 시행 계획도 아니고 단순히 법률에 명시된 사항을 생협연합회의 정관에 문자 그대로 옮겨오는 것조차 거부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그 이유로 ‘현행 생협법령 하에서는 공제사업의 안정적 시행과 소비자 피해 방지가 어려운 점’을 들었다.
자유민주정치의 근간인 삼권분립의 원리에서 입법부는 법률을 제정하고 행정부는 입법부가 제정한 법률을 집행한다. 행정부는 합헌적으로 제정된 법률의 집행을 거부할 수 없고 행정부의 법 집행 의무는 헌법적 의무이다. 국회가 여야와 정부의 합의로 생협연합회에 공제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권리능력을 부여하는 법률을 제정하였음에도 정부기관, 그것도 그 입법 과정에 참여하였던 정부기관이 ‘현행법 하에서는 생협연합회의 공제사업을 허용할 수 없다’라고 말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참으로 난감할 뿐이다.
생협법 제65조는 생협연합회가 회원조합과 그 조합원을 위한 공제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고, 제66조는 공제사업을 하고자 하는 생협연합회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하는 바에 따라서 공제규정을 정하여 공정거래위원회의 인가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제1항, 제2항),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제사업의 건전한 육성 및 계약자 보호를 위하여 공제사업 감독기준을 정하여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제3항).
이처럼 법률이 요청하는 바에 따라서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제사업의 감독기준을 제정하고 공제사업을 하고자 하는 생협연합회의 공제규정을 제출받아서 생협 공제의 취지에 맞는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지, 소비자조합원의 피해 우려가 없는지 검토하여 인가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또한 인가를 받은 생협연합회가 공제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지 감독하고 필요한 경우 감독에 필요한 명령을 발하거나 법령 위반 등 문제가 있으면 시정 조치를 명하면 된다(생협법 제81조).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생협연합회의 공제사업이 적법하게 운영되어 상부상조의 정신을 바탕으로 소비자 조합원들의 생활 향상에 기여하도록(생협법 제1조) 지도·감독하는 것이 생협법이 정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임무인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2년간 생협연합회의 공제사업 수행에 필요한 사항을 행정입법으로 전혀 정비하지 않았고 공제사업 감독기준도 만들지 않았다. 그러면서 “현행법 하에서 공제사업은 안된다”면서 삼권분립 원리에 정면으로 반하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지금이라도 공정거래위원회는 12년 전 입법자의 의사를 존중하여 생협연합회의 공제사업에 필요한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의지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입법자의 요구를 너무 오랫동안 무시해왔다. 이제는 행정부의 의무를 다해서 법률을 집행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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