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핵 정국 당시 미국 방문으로 궁지에 몰리며 "모든 당직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했던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이 여전히 당직의 핵심인 지역위원장직을 유지하고 있어 논란이다.
게다가 김 의원은 '당직 사퇴'를 놓고 보좌관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해 시민들의 비아냥을 사고 있다.
20일 지역 정가에 따르면 김 의원은 전날 전남 CBS '시사포커스'에 출연해 정국과 지역 현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자리에서 진행자가 "(김 의원이) 미국 방문에 대해 사과하면서 당직을 내려놓겠다고 했는데 지역위원장직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하자 김 의원은 는 진행자의 말에 "(당직 사퇴는) 사실 보좌관이 썼다"며 보좌관에게 책임을 미루는 듯한 답변을 했다.
김 의원은 "제가 어찌 됐든 국민들 입장에서는 너무 큰 잘못을 저질러서 무조건 사죄하고 모든 당직도 내려놓는다고 했다"며 "하지만 사실은 보좌관이 썼는데 제가 당직에 대한 이야기는 솔직히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 있는 동안) 무조건 잘못했다고 하고 빨리 알아서 써서 올려라 했더니 보좌관들이 회의해서 당직도 다 사퇴하겠다고 하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고, 귀국해서 보니 (사죄문에) 그 내용이 있어서 그냥 잘했다 했다"고 덧붙였다.
자신 명의로 발표된 사죄문에 포함된 '당직 사퇴'를 보좌관이 쓴 내용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지역구에서는 무책임한 발언이란 지적이 나온다.
순천시민 최모씨(55·여)는 "모든 당직에서 사퇴한다고 해놓고 노른자 같은 지역 위원장직을 쥐고 있는 모습은 진정한 반성으로 보기 어렵다"며 "특히 김 의원이 본인 대신 보좌관이 글을 썼다고 한 사실에 실망했다. 그동안 김 의원 대신 보좌관이 정치를 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연합뉴스를 통해 "방송 대담에서 솔직하게 이야기하다 보니 정제되지 않은 내용이 있었던 것 같다"며 "다만 인터뷰에서도 말했듯 사죄문 내용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에도 보좌관에게 '잘했다' 했고 내가 썼어도 그리 썼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역위원장직 유지에 대해서는 "지역구 의원이 지역위원장에서 사퇴하면 혼란이 또 생길 테니 열심히 하고, 시민 잘 섬기면서 만회하라는 당의 취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해 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당시 딸이 있는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고, 야권 전체 192명 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탄핵 표결에 불참하며 여론의 집중 질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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