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6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지분형 주택금융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집값은 계속 오르는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을 강화하면 현금이 많지 않은 사람은 집을 사기 어렵다"며 "그렇다고 해서 대출을 과도하게 받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도입 이유를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3일 한국은행과 한국금융연구원이 주최한 '부동산 신용집중 현황 문제점 및 개선방안' 토론회에서도 '집을 사는데 자금이 부족한 이들에게 공공부문이 대출이 아니라 지분 형식으로 투자하는 지분형 모기지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도한 주택담보대출 위주의 부동산 금융이 집값을 올리며, 가계부채 해결을 요원하게 만들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지분형 모기지는 대출 대신 주택금융공사 등 공공기관이 후순위 투자자로서 개인과 함께 집주인이 되는 방식이다. 후순위 투자자이자 공동 집주인인 공공기관은 투자의 대가로 주택(지분)의 사용료를 받게 된다. 집주인은 주택담보대출의 이자 대신 사용료를 지불하되, 사용료는 이자보다 낮은 수준에서 책정한다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이러한 구조를 통해서 1억을 갖고 있는 신혼부부가 10억짜리 주택의 일부 지분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자기 돈 1억(공동소유권), 은행대출 3억(근저당)에 공공기관이 후순위 투자자로 들어와 나머지 6억을 내고 주택의 공동소유권을 갖는다. 은행은 이자를, 후순위 투자자인 공공기관은 집주인으로부터 월세를 각각 받는다.
이것이 금융위원장, 한국은행장, 금융감독원장 등 경제수장들이 한목소리로 지분형공유형 주택이 청년주택문제와 가계부채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이라며 내놓은 것이다.
과연 그럴까?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부동산과 가계부채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밝히며,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런데 본질적인 문제는 그대로 둔채, 정책자금대출을 공공기관 지분투자 형식으로 바꾸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청년, 신혼부부를 팔아 정책기금으로 담보대출을 해주거나 공공기관이 지분투자를 하거나 집값을 부양하는 결과는 똑같지 아니한가? 수분양자는 이자대신 임대료를 낼 뿐이다.
결국 저리의 정책자금이 어떤 형태로든 주택시장에 유입되면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고, 부양하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이창용 총재가 말하는 구조개혁이 무엇인지 다시한번 묻지않을 수 없다.
지금 금융권은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DSR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DSR제도는 총부채 원리금상환비율을 의미한다. 상환능력을 넘어서는 과도한 가계대출 확대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오는 7월부터 DSR 3단계가 시행될 예정이다. 가계대출에 대한 스트레스 금리가 상향된다. DSR 3단계가 시행되면, 금리 인상, 대출 한도 축소 등의 효과가 나타난다. 즉 주택시장의 유효수요를 축소시킨다. 유효수요는 구매력이 뒷받침되는 수요다. 금리인상, 담보대출 한도 축소로 유효수요가 줄어들면 이와 연동하여 당연히 부동산 시장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대로만 간다면 말이다. 지분형 모기지가 이를 막고 주택 시장의 거품을 유지할 것이다.
경기침체기의 부동산 부양책, 누구를 위한 것인가?
자본주의는 시장을 통해 경제의 기본문제를 해결하는 경제 체제다.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보이지않는 손, 즉 시장가격의 작동으로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이루어진다. 정부는 지난 몇 년간 특례보금자리론, 신혼부부특례 대출 등의 편법적인 방법으로 청년, 서민을 내세워 주택시장에 저리자금을 공급하며 가계대출을 확대해왔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순환에 역행하는 정책이다. 청년을 앞세워 부동산 가격의 하방을 지지하고, 폭탄 돌리기를 정부가 주도했다.
2025년 2월 한국은행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금년 중 국내경제는 수출과 내수 모두 하방압력이 커지면서 당초 예상을 큰 폭으로 밑도는 1.5%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심각한 내수경제 침체를 보여주는 지표가 가득하다. 시민들은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는 물가에 위축되어 주머니를 닫았다. 주택 통계에서도 악성 미분양 주택은 2013년 이래 역대 최대로 쌓여가고 있다.
이 시국에 주택 유효 수요를 억지로 일으키겠다는 지분형 모기지 상품이 노리는 것은 무엇인가. 마치 청년을 위한 정책으로 포장된 이 지분형 모기지 상품은 사실상 공공기관이 국민혈세를 퍼부어 부동산시장을 부양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포한 정책이다. 청년, 서민을 기만하는 조삼모사에 불과하다. 정치적 혼란 속에 대한민국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는데, 이때 대한민국 최고의 경제수장들이 머리를 맞대고 내놓았다는 게 청년과 서민에게 거대한 부동산거품을 떠넘길 방법이다.

부동산 거품 키우기, 정부는 늘 이랬다
우리 정부는 서민과 청년을 내세워 부동산시장을 부양하는 이런 방식의 정책을 늘 펼쳐왔다. 부동산가격을 부양하는데 국가재정을 소진하고, 땅값을 올리고, 그 때문에 서민들끼리 싸우게 만들어 왔다. 10년 분양전환 임대주택은 건설사에 저렴한 공공택지를 공급하고, 전세금으로 건설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을 터주고, 10년후 건설사들이 폭리를 취하게 만들어주었다.
박근혜 정부 말기, 2017년 2월 탄핵정국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전세보증비율을 주택가격의 100%로 확대하였다. 주택가격의 100%까지 국가기관에서 보증해주니 은행은 마음껏 전세자금대출상품을 팔아 수익을 올렸다. 그 결과 2019년부터 현재까지 수만 명의 전세사기피해자가 나왔다. 전세가격, 주택가격, 땅값 모두 상승하였으며, HUG는 수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손실을 기록했다. 오직 전세사기꾼들 배만 불렸다.
비아파트 시장을 사기판으로 만들어 가격이 한껏 높아진 상태에서 국토교통부는 비아파트 공급이 부족하다면서 주택을 사들이는 약정 매입임대주택사업을 무제한 벌이고 있다. 시장에는 전세사기와 역전세 문제로 빈집이 투성이고,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매물들이 쏟아져 있는데도 말이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준공후 미분양 주택수는 2월말 기준 2만3천가구를 넘어섰다. 2013년 이후 11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정부는 미분양주택을 시장에 맡기는 대신 정부가 혈세를 쏟아부어 매입하는 선택을 하였고, CR리츠를 확대하여 더 많은 미분양 주택을 사들이겠다고 한다.
지분형 모기지, 이미 나온 '거품 만들기'
지분형 모기지는 박근혜 정부때 도입되었던 '공유형 모기지'와 비슷하다. 당시의 공유형 모기지상품은 저금리로 대출받는 대신, 주택가격 등락에 따른 손익을 대출기관과 공유하는 방식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지분적립형 주택을 도입하였다. 2021년 2월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었던 변창흠표 부동산 정책의 성공을 주문하며 지분적립형 주택을 도입하는 등 주택 공급에 사활을 걸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변창흠 장관은 정책을 추진하기도 전에 LH공사 직원들의 땅투기 문제로 책임지고 사퇴하고 말았다. 한편으론 2021.5.18.일자로 공공주택특별법이 개정되어, 지분적립형 분양주택과 이익공유형 분양주택의 근거규정이 마련되었다.
이제 윤석열 파면 후, 대선정국에서 금융수장들이 모여 다시 이 정책을 들고나왔다. 문재인 정부에서 법제화했던 정책이므로 민주당에서도 반대하지 않으리라는 계산도 깔려 있었을 것이다.
지금이 거품 키울 때인가
2023년 주택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주택 소유율은 56.4%, 무주택자 비율은 43.6%이다. 유주택자 중 1주택자는 전체 소유자의 85%, 2주택 이상 소유한 사람은 15%이다. 1주택자와 무주택자 합계 92%, 주택가격이 올라봐야 낼 세금만 많아지지, 집값 상승 혜택을 입을 일은 없는 사람이 92%라는 뜻이다.
전국의 평균주택가격은 3억2천만 원이며, 자산가액 기준 상위10%가구의 평균주택가격은 12억 원이다. 반면 2024년 2월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평당 3120만 원(24평 아파트 기준 7억5천만 원),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평당 4820만 원(24평 아파트 기준 11억5천만 원)에 이른다. 지분형 모기지 상품의 예시로 나온 10억 원대 아파트는 전체 주택 상위 10% 수준의 비싼 집이다.
아직 소득이 낮고, 자산이 부족한 청년들이 왜 전체 주택 중 상위 10%가격인 분양아파트를 소유해야 하나? 12억짜리 비싼 아파트가 아니라, 청년 소득으로 감당할 수 있는 평균 주택가격 3억짜리 주택들이 90%가 존재한다. 청년들이 10억짜리 아파트를 사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1억의 현금으로 10억짜리 주택을 살수있는 정책이 아니라 1억의 현금으로도 과도한 부채없이 안정적으로 편안하게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야말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윤석열 탄핵과 파면 정국에서 대한민국 경제 수장들이 들고나온 지분공유형 모기지제도는 정부가 앞장서서 청년에 대한 혜택을 주는 것처럼 위장하여 사실상 청년세대에게 부동산 폭탄을 떠넘기는 일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잠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자 강남아파트 거래량과 집값이 폭등하는 모습을 본것이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았다. 지금도 서울 곳곳에 개발지역이 아닌 곳이 없다. 개발사기꾼들이 동네방네 다니면서 신통기획, 모아타운 등등의 이름으로 투기심리에 불을 지피고 있다. 우리 국민의 마음속에 투기심리는 아직도 활활타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리라는 기대가 없다면 빚을 내든 지분을 사든 굳이 무리해서 부동산을 구입할일이 없고, 투기심리는 사라진다. 정말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청년 서민을 위하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정부가 할 일은 대출을 늘리는 게 아니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리라는 불안과 기대심리를 잠재우는 것이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서 투기심리가 사라지는 것이 두려운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본원리는 유효수요(소득)와 공급의 균형이 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자꾸만 세금을 투입하여 투기심리를 조장하고, 시장질서를 거스르는 부동산 정책으로 시장에 개입하고, 부동산시장을 떠받친다.
지분형 모기지 역시 이름만 다르지 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같다. 지분형 모기지는 가계부채 수치는 증가시키지 않으면서 부동산 가격을 부양하고, 공공기관에 손실을 전가하고, 미래세대에게 폭탄을 떠넘기는 정책이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면 시세차익을 공공과 수분양자가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분쟁이 일어날 것이며,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다면 가격 하락분은 공공기관이 손실을 떠안게 된다.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가장 강력한 세력이 바로 정부다.
대한민국은 성장시대의 환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축소시대를 한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다. 이번에 나온 지분형 모기지는 부동산 가격은 계속 상승할 것이므로, 하루빨리 집사서 돈벌라는 무언의 압박에 다름없다. 박근혜 정부의 '빚내서 집사라'는 정책과 무엇이 다른가.
그러나 노인만이 가득한 회색빛 도시, 유령도시의 증가, 생산인구 감소, 생산성감소는 불과 멀지않은 시기에 닥칠 확정된 미래다.
대한민국은 미래세대에게 잔인한 나라다. 대한민국은 끝났다(독일 유튜브 채널, 쿠르츠게작트 영상의 제목).
"대한민국은 공적부문, 조세재정정책을 통해서 부모세대가 자녀세대에게 빚을 체계적으로 떠넘기고 있다. (조세재정학자 전영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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