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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5일에도 여전히 '노키즈존'인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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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5일에도 여전히 '노키즈존'인 사회

[청소년 인권을 말하다] '감성 카페'는 없다. 아동 차별만 있을 뿐

5월 5일, 어린이들 덕에 휴일을 맞은 사람들은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각자 휴일을 만끽한다. 관광객이 된 '어른'들은 지긋지긋한 도시를 떠나기도 하고, 연휴가 끼면 '헬조선'을 떠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역설적으로 유아동반석을 피해 기차표를 예매하거나, 노키즈존 카페를 찾기도 한다. 이런 날에 '진상 엄마', '민폐 가족' 숏폼 영상은 꼭 하나씩 만들어진다. 어린이 차별을 없애기 위해 만들어진 이날조차 어린이들은 배제받고 차별받아야 할까?

아무리 변명해도 노키즈존은 차별

노키즈존이 어린이에 대한 차별이라는 점은 많이 지적되어 왔다. 사회적 비난 여론이 심해져 노키즈존을 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사람들도 많다. 그러자 어린이를 차별하고 혐오한다고 말하기에 부끄러웠는지 온갖 핑계가 만들어졌다. '아동을 차별하는 게 아니라 위험해서 그렇다.', '아동이 아니라 아동을 통제하지 못하는 '무개념 엄마'가 싫은 것이다.' 미안하지만 아무리 변명해도 노키즈존은 차별이 맞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아동의 휴식권과 놀 권리를 명시한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1조를 들어 아동에게 유해한 시설이 아닌데도 출입을 막는 것은 차별이라고 결정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도 일반논평 17호에서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공공장소에서 아동에 대한 관용이 감소하고 있다."면서 노키즈존(아동에 대한 통행 금지)은 아동을 '문제', '비행아'로 인식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어린이를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고 변명해도 이미 어린이들이 노키즈존을 금지해 달라며 비판에 나서고 있다. 2023년 아동총회에서 어린이들은 '노키즈존 금지'를 제1요구안으로 채택했다. 2019년에는 어린이 당사자 동화작가 전이수 씨가 <우태의 눈물>이라는 제목의 일기에서 노키즈존 문제를 비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노키즈존의 의도가 무엇이든 이미 어린이들은 차별을 견디고 있었다.

▲한 카페 입구에 붙은 '노키즈존' 안내판. ⓒ연합뉴스

아동이 아니라 '민폐 부모'가 싫다?

아무리 상대가 미워도 가족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다. 하지만 이런 불문율은 노키즈존 앞에서는 무너진다. 어린이가 아니라 어린이를 통제하지 않는 '맘충'이 문제라며 여성혐오까지 확장된다. '맘충'은 자녀를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무개념 부모라는 뜻의 여성 양육자에 대한 혐오표현이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 양육자, 곧 '엄마'는 사회로부터 이중적인 요구를 받는다. 자녀를 성공적으로, 문제없이 양육하지 않으면 '엄마는 무얼 하냐'며 과도한 비난을 받는다. 성공하지 못하면 죽어 마땅한 경쟁 사회에서 아동에게 끼칠 불편과 위협에 예민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행동들은 외적으로는 '진상', '민폐'라고 비난받는다.

소비자라는 점을 내세워 비판받을 만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물론 있을 것이다. 이런 행동들을 옹호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행동의 배경을 분석하지 않고, 해결의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특정 집단에 대한 비난만 일삼는 것이 혐오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묻고 싶다. 이런 이분법적이고 이중적으로 비난받는 위치에 놓인 사람이라면, 차라리 자신이 사랑하는 자녀를 선택하지 않겠나?

노키즈존 근절 캠페인에 나선다

어린이차별철폐의 날인 5월 5일에도 여전히 '노키즈존'은 운영된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어떤 공간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단 하루조차 어린이를 배제한다. 혐오하고 차별한다. 어린이들도 자신을 향한 혐오의 눈초리를 전부 느끼고 있다. 힘없는 목소리라고 상처에도 무딘 것이 아니다.

물론 현대인들의 분노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야근이 잦은 긴 노동시간, 지칠 만큼 지쳤을 때 타는 만원 지하철, 지구 가열화로 푹푹 찌는 여름에 나도 짜증이 나곤 한다. 그런데 이것들이 어린이한테 화낸다고 풀릴 분노가 맞을까? 노동 문제, 도시 문제, 기후 문제를 해결할 자본과 정치를 향해야 풀릴 분노가 아닐까?

노키즈존은 사회적인 분노와 불만이 혐오의 담론을 통해서, 사회적 약자인 아동을 배제하는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앞장서서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이지만 구체적인 정책이나 제도가 마련되지는 않고 있다. 그래서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정치하는엄마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아동위원회, 대전청소년인권모임 한밭은 정부의 역할을 촉구하기 위해 2025년 5월부터 '노키즈존은 차별이다'라는 이름의 노키즈존 근절 캠페인(이하 캠페인)에 나선다. 캠페인에서는 정부의 역할을 촉구하며, 노키즈존 비판·반대 자료 제공, 노키즈존 사례 수집, 노키즈존 반대 홍보물·스티커 등 배포, 노키즈존 실태를 발표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토론회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노키즈존이 우리 사회가 나서서 모두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인식이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

▲'노키즈존은 차별이다' 기자회견. 2025년 5월 2일.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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