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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김문수의 '국민의힘 뽀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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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김문수의 '국민의힘 뽀개기'

[박세열 칼럼] 권력 의지의 화신 윤석열과 김문수

신문은 일종의 '야사'다. 그리고 저널리스트는 아마추어 역사가다. 이 글은 '야사'로서 지금 국민의힘 상황을 기록해 두려고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더탐사>가 지난 2023년 9월 5일 공개한 녹취록에는 윤석열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국민의힘 관계자와 한 대화 내용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윤석열은 국민의힘을 자신의 대통령 당선을 위한 발판으로 여기고 있었다. "개판 치면 당 완전히 뽀개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몇몇 발언을 소개한다.

"저는 정권교체하려고 나온 사람이지, 대통령하려고 나온 사람이 아니에요. (...) 저는 대통령도, 저는 그런 자리 자체가 저한테는 귀찮습니다. 솔직한 얘기가. 그러나 어쨌든 이거는 엎어줘야 되고, 그리고 국힘에 이걸 할 놈이 없어."

"국힘 싫어하는 거 제가 100배 알고 저는 선생님보다 국힘 더 싫어해요. 제가요, 민주당보다 국힘 더 싫어해요. 왜냐? 민주당이 이렇게 내로남불로 해쳐 먹을 때, 국힘 의원들이 싸웠습니까? (...) 그러니까, 저 혼자 싸울 때 이놈들이 싸웠어요? 그러나 자, 현실적으로 우리가 중국에서도 모택동이 공산당하고 장개석이 국민당 저렇게 내전을 벌이다가도 서로간에 원수로 알다가도 일본 제국주의하고는 싸울 때는 어떻게 합니까? 국공합작하잖아요."

"만약에 (국민의힘) 이놈 새끼들 가서 개판 치면은 당 완전히 뽀개버리고."

윤석열은 애초에 국민의힘이란 정당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플랫폼일 뿐이다. 윤석열은 본인을 '장개석'으로 여기는 것 같은데, (이유는 후술하겠다.) 여튼 윤석열에게 국민의힘은 '국공합작'의 대상이자 도구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국민의힘은 정당 민주주의의 '정' 자도 모르는 그런 윤석열을 데려와 대선 후보로 만들고, (물론 여기엔 명태균의 여론조작이 한 몫 했다는 의혹이 있다.) 또 대통령으로 만들어 이승만의 자유당을 뿌리로 여기는 보수정당 74년사 최대 위기를 자초했다.

그 윤석열이 내란을 일으킨 후 스스로 몰락하는 과정에서 '전광훈 류'의 '극우 기독 세력'의 '반짝 지지'에 감동해 후계자로 점지한 인물이 있었으니, 80년대에 한국에서 '볼셰비키 혁명'을 추구했던 김문수다. 윤석열과 김문수는 다른듯 하지만 꽤나 비슷한 결의 인물이다.

'위장 취업 1세대'인 김문수가 1985년 주도해 만든 혁명 조직이 서울노동운동연합(서노련)이다. 구로동맹 파업에 고무된 서울 지역 노동운동 '브레인'들이 규합해 탄생한 이 조직의 목적은 '노동자 정치 세력화'다. 쉽게 말해 전두환 독재의 '정치 플랫폼' 민정당을 박살내고 그 자리를 혁명적 노동자 조직으로 메우고자 한 것이다. 김문수의 노동운동은 '정치 권력 쟁취'에 방점이 있었다. 그는 마르크스주의와 모택동의 혁명 노선에 심취했다고 한다. 즉 윤석열이 장개석이라면, 김문수는 모택동이다.

김문수에게 따라붙는 수식어가 '변절'이다. 하지만 이는 김문수를 수식할 수 없다. 김문수는 애초에 '정치 권력'을 목표로 했던 노동운동가였으니까. 그가 김영삼의 민자당에 들어간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가 보여주는 순수한 '권력 의지'는 많은 걸 설명해 준다. 그는 "한나라당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이다. 사고와 발상, 지향점이 나와 너무 다르다.(1999년 한겨레 인터뷰)"고 토로하면서도, 노동 정책 전문가의 길보다는 이재오와 함께 한나라당의 부족한 '투쟁 DNA'를 메우는 데 첨병이 되는 길을 선택했다. 그가 김대중, 노무현 저격수로 유명세를 얻게 된 건 뿌리깊은 '권력 의지'가 아니면 설명될 수 없다. 그에게 정책이나 이념은 거추장스러운 것이다.

2020년 김문수가 전광훈과 함께 자유통일당을 창당한 것도, 범부의 눈엔 '희한한 일'로만 보일지 모르겠으나, 김문수가 가진 순수한 '권력 의지'의 일관성에 비춰보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그는 아스팔트 '극우 혁명가'들과 함께 또 다른 혁명을 꿈꾸고 있었던 셈이다. 그 자유통일당은 수시로 국민의힘 당내 경선에 개입해 제도권 정당을 조종하려고 했으며, 일부 성공하기도 했다. 김문수의 자유통일당 창당은 아마도 '서노련' 방식의 정치 게릴라전의 연장선에 있는 것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한국형 볼셰비키 혁명'을 추구했던 그가 수많은 자리를 겪으며 돌고 돌아, 결국 보수정당의 본류에 다시 합류했다. 이번에도 그를 움직이는 건 권력 의지다. 김문수는 '내란 사태'를 일으키고 '계몽령'을 선포해 극우 세력의 일시적 스타가 된 윤석열의 인기를 하이재킹해 보수 정당의 본류 국민의힘에서 대권 후보 자리를 거머쥐었다.

그런 김문수는 한덕수와 같은 엘리트 관료를 애초에 상대로조차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에 '단일화 안하면 끝까지 출마해 발목을 잡겠다'는 게 아니라 '단일화 안하면 대선 후보를 포기하겠다'고 공언하는 '바보 전략'이나 쓰는 자라니, 순수한 '권력 의지' 앞에선 그저 귀여운 방해물일 뿐이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기어코 후보 교체에 나섰다. 강철 의지 김문수를 끌어내리고, 그 자리에 '미끌미끌' 기름장어를 올리려 하고 있다.

사태가 이지경까지 온 것은 보수 정당이 자초했다. 철학과 비전보다는 '권력을 잃었다'는 상실감, 그에 따른 '한풀이' 정치로 연명해 온 게 보수 정당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표현하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수사에선 그들이 '집권' 그 자체에 얼마나 진심인지 느껴진다. 그리하여 문재인 정권 '증오'를 바탕으로 정당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1도 없는 '권력 의지의 화신' 윤석열 같은 인물을 생각 없이 영입하고, 보수 정당 주변을 맴돌았던 '권력 의지의 화신' 김문수를 다시 데려왔다. '아차' 했는지 그것도 모자라 한덕수같은 인물을 내세워 '중도 흉내'를 내려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후보 재선출 절차에 돌입했다. 하지만 김문수는 포기할 생각이 없을 것이다. 윤석열의 예언처럼 당은 '뽀개질' 것이다. 김문수는 자신을 옹립한 친윤들과도, 자신을 끌어 내린 한덕수와도 싸울 것이다. 친윤들은 자신이 건드린 게 강철같은 신념의 '혁명가'였단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김문수와 윤석열, 두 권력 의지의 화신이 드디어 당을 뽀개버리고 있다. 이제 국민의힘은 이런 우스갯소리도 감내해야 한다.

"드디어 혁명가 김문수가 '국공합작'으로 호랑이 굴에 들어가 보수 파쇼 정당을 '내파'하는 데 성공했다."

이승만의 자유당 창당이 1951년, 김문수 탄생이 1951년. 74년 걸렸다. 10일 새벽의 당내 '쿠데타'를 보면 한덕수가 국민의힘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김문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22년 10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됐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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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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