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오늘(16일) 오후 중으로 연락을 취해" 윤 전 대통령에게 탈당 권고를 직접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당적 문제를 "주말까지는 매듭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빠른 시일 안에 윤 전 대통령을 찾아 "정중하게 탈당을 권고하겠다"고 했던 김 위원장이 하루 만에 실행 계획을 밝힌 것이다.
김 위원장은 16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과 관련된 문제는 이미 답이 나와 있다. 저희는 헌법 정신을 존중하는 정당"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자진 탈당이 이뤄지지 않으면 강제 조치도 가능한가'라는 질문에는 "탈당 권고와 관계없이 당헌·당규에 제도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을 판단받은 선출직 공직자의 당적을 제한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이 탈당하지 않을 경우 출당 조치를 할지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은 것이다.
김 위원장은 자당 김문수 대선후보가 '탈당은 윤 전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데 대해서는 "당의 판단을 후보께서도 존중해주실 것"이라고 했다.
김 후보 측은 윤 전 대통령 당적 관련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 않으며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김 후보 비서실장인 김재원 전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후보는) 대통령 후보라고 해서 의견을 강제하는 정치를 굉장히 혐오하는 입장"이라면서 "당의 운영은 김 위원장에게 일임하고 맡겨둔 상태"라고만 했다.
그는 김 후보가 윤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탈당하지 말고 자리를 지켜달라고 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그런 의사소통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김 후보가 보도처럼 의견을 표명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이어 자신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김 후보는 통화에서 윤 전 대통령 당적 문제에 대해 "대통령님께서 결정하실 일"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당적 처리 문제를 놓고 이견이 이어지고 있다. 친한계 등 비주류는 당이 주체적으로 윤 전 대통령을 출당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경태 의원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파면당한 대통령을 1호 당원으로 둔다면 선거를 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정중한 탈당 권고가 아니라 당규에 따라 엄격한 출당 또는 제명을 시켜야만 국민들이 '저 정당이 좀 정신을 차리는구나' 이렇게 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지아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탈당과 출당을 같은 선상에 놓고 이야기하면 안 된다. 탈당은 개인의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고 출당은 당이 책임있게 주체가 돼 결정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대통령과 주도적으로 절연하고 출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후보께서 결단을 내려야 될 때"라고 강조했다.
반면 친윤계는 윤 전 대통령의 결단을 기다려야 한다고 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광주 국립5.18민주묘지 참배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윤 전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의 동반 퇴진"이라면서도 윤 전 대통령 출당 조치에 대해서는 "인위적인 탈당이나 강제 출당은 당내 갈등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부분은 윤 전 대통령께서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당과 선거를 위해 그런 판단을 하리라 기대한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전날 복당한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분열이 아니라 시너지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강제적으로 밀어내는 방식보다는 윤 전 대통령이 스스로 결단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게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이 이야기가 오래 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윤 전 대통령의 빠른 탈당 결정에 대한 기대도 비쳤다.
윤상현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중심 지지층을 흔들면서 외연 확장을 말하는 것은 기초 없이 건물을 짓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의 모든 것을 김 후보에게 일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두 사람 간 신뢰와 이해를 바탕으로 조용히, 긴밀하게 풀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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