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들이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재정난 타개를 위해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입학 후 관리 부실과 피해 유학생 증가라는 부작용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단순한 숫자 확대에만 몰두한 유치 전략은 교육 현장의 질적 저하와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많은 대학이 현지 브로커나 검증되지 않은 유학 에이전트에 의존해 유학생을 모집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지에서는 비인가 브로커를 통한 입국이 전체의 80%에 달한다는 증언도 나온다.
일부 브로커는 실제 유학 비용의 두 배에 가까운 수수료를 요구하거나 고금리 대출을 알선해 유학생들이 빚을 진 채 입국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학비와 생계비를 벌기 위해 과도한 아르바이트에 시달리고, 이를 견디지 못해 학업을 포기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애초부터 ‘유학’이 아닌 ‘돈벌이’를 목적으로 입국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법무부 조사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유학생 중 약 20%가 불법체류 상태로 파악됐으며, 이는 2019년 이후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탈락으로 인해 비자가 소멸되거나, 학교 측의 행정 지연으로 의도치 않게 체류 신분이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유학생 관리가 대학의 자율 영역에 맡겨져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가 제공한 ‘외국인유학생 및 어학연수생 표준 업무처리 요령’은 형식적 수준에 그쳐 현실적인 대처는 사실상 학교 개별 역량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어 능력이 부족한 유학생들이 늘어나며 수업 질 저하도 심각하다. 한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외국인 유학생 가운데 절반 이상이 TOPIK(한국어능력시험) 기준의 언어 능력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학교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약 47.2%가 전공 수업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팀 프로젝트, 토론 수업 등에서 유학생의 참여가 어려워지고, 이는 수업 진행 속도 저하와 학습 수준 하락으로 이어진다.
국내 학생들 사이에서는 “강의가 유학생 눈높이에 맞춰 지나치게 낮아졌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으며, 일부 유학생들의 범죄 연루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며 부정적 인식도 확산하고 있다.
정부는 부실대학에 대해 유학생 비자 발급 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를 통해 우수 대학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대학들이 인증 통과에만 급급할 뿐, 실제 유학생 지원 내실을 다지는 데에는 소홀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가 평가 기준을 완화하는 등 양적 확대 우선 기조가 여전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부 대학 관계자는 유학생 관리 시스템 부재로 인해 학교에 불합리한 책임이 지워진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 대학,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통합 관리 체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동국대학교 글로벌 한국어 교육원 백덕현 분원장은 “유학생 유치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현지학생들의 국내 대학에 관련된 정확한 정보가 미흡하다는 것과 국내 대학에서의 무분별한 학생 모집에 있다”고 말하면서“특히나 국내대학의 국제관련업무부서에서의 유학생 유치 방안으로 가장 큰 오류를 범하는 것이 시장의 변화와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현지에 있는 유학생 및 유학 브로커를 통한 유학생 유치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 분원장은“ 국내 대학의 현지 분원이나 해외교육거점을 운영하는 대학의 역할은 단순히 학생 모집을 넘어 국가 브랜드와 교육 수출이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라며“현재는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대학들에 대한 정책적·재정적 지원이 미흡한 편이나 우수한 유학생 유치를 위해 다양한 국내 대학들만의 프로그램 시행, 유학브로커가 아닌 다년간 해외에서 유학을 경험한 교육관련인들로 구성되어 있는 현지 분원 설립, 현지 국가에 맞는 콘텐츠 제작 및 운영에 관련된 부분을 지자체나 정부가 일부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국가 전략이자 대학의 생존 방안이지만, 질 관리 실패는 오히려 부작용을 낳는다. 정책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브로커 의존도를 낮추고, 공신력 있는 유학원 중심의 선발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
한국어 능력 사전 인증제 도입을 통해 수업 이해력을 기준으로 자격을 평가하고, 정착 가능성이 높은 학생을 선별해야 한다. 유학생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하며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협력한 정주·문화 적응 프로그램도 확대해야 한다.
중도탈락을 예방할 수 있도록 위기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학업 지속 의지가 있는 유학생에게는 임시 체류를 허용하는 등 비자 제도의 유연화도 병행되어야 한다.
이제는 유학생 수를 늘리는 데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유학생이 '정상적인 학업과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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