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러시아에 등돌린 尹 파면 되니 러시아와 관계 관리? 외교부 당국자 모스크바 방문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러시아에 등돌린 尹 파면 되니 러시아와 관계 관리? 외교부 당국자 모스크바 방문

외교부 "7년 만 한러 영사협의회 개최"…외교부 내부에서도 러시아와 외교 관계 재개 필요성 제기

한국 정부 당국자가 러시아에 방문해 한러 영사협의회를 개최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러시아를 사실상 등지며 양국 관계를 악화시켰던 정부가 새 정부 출범 직전이 되어서야 러시아와 관계 관리에 나선 모양새다.

21일 외교부는 "윤주석 외교부 영사안전국장은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21일(현지시간) 오전 알렉세이 클리모프(Alexey Klimov) 러시아 외교부 영사국장과 제18차 한러 영사협의회를 개최하고 △우리 국민들의 러시아 출입국 및 체류 편의 증진 △러시아 내 우리 국민 보호 등 양국 영사 현안 전반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윤 국장은 '한러 영사협약', '한러 상호 사증요건 면제 협정' 등에 기반하여 지속되어온 양국간의 영사 분야 협력 및 인적교류를 평가하고, 러시아 내 우리 국민들의 안전한 체류 및 편의 증진을 위한 러시아 측의 각별한 관심과 협조를 당부하는 한편, 양국 국민들의 안전한 체류 및 편의 증진을 위해 영사 분야에서 앞으로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고 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양측은 영사협력을 통한 상대국 내 양국 국민 보호 및 편의 증진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2018년 이후 7년 만에 개최된 이번 영사협의회가 양국 간 영사 분야 협력 강화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하는 유용한 계기가 되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윤 국장은 이번 모스크바 방문에서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을 만나기도 했다. 외교부는 윤 국장이 이 만남에서 "양국 간 영사분야 협력을 평가하고, 러시아 내 우리 국민 보호에 관한 러시아측의 지속적인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루덴코 차관은 지난해 2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이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양국 관계의 긴장이 고조되던 때 한국을 방문, 장호진 당시 국가안보실장과 비공식 접견을 하며 상황 관리에 주요한 역할을 한 바 있다.

국장급 인사가 러시아에 방문해 차관급 인사를 만나는 것은 흔한 사례는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한러 간 그간 인적 교류가 적었기 때문에 차관급 인사와의 만남도 가능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러 영사협의회는 지난 2018년 11월 모스크바에서 제17차 회의가 개최된 이후 이번이 7년 만이다. 그 전에는 2017년 11월 서울에서 제16차 회의가 개최됐는데, 정기적인 개최 주기가 있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기간 중 우크라이나에 치우친 외교 경향성을 보이고 러시아에 독자 제재를 하는 등 소위 '가치 외교'의 선봉장에 서 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지 않은 반면,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는 등 반(反)러시아 노선을 명확히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시사하면서 러시아와 관계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그는 지난 2023년 4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만약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나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적 지원이나 재정적 지원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러시아 대통령실과 외무성 등이 나서서 공개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내면서 양국 간 긴장은 더욱 고조했다. 러시아는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한 것과 달리 북한과는 지난해 6월 19일 사실상 동맹이라고 평가되는 조약을 체결했다. 이후 북한이 러시아에 군대를 보내면서 한러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양국 관계가 이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 지난 4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파면 당했다. 이후 러시아 측은 5월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제80주년 세계 2차대전 전승절 행사에 한국을 초청하는 등 관계 개선을 위한 손짓을 보냈다. 당시는 정부는 러우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과 북러 간 군사 협력 등을 이유로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그런데 러우 전쟁의 휴전 기미가 보이지 않고 북러 간 군사협력도 여전히 진행 중인 이 시점에 외교부 당국자가 모스크바에 방문하는 등 외교 관계 회복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이와 관련 지금 러시아를 방문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22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구체적인 현안이 있어서 일정이 잡힌 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외교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하는 중이라 한러 간 외교 관계가 활발하게 이뤄지지는 않고 있지만, 외교 당국 간 필요한 소통은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문화나 영사 분야 등에 있어 필요한 협력이 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러시아와 외교 관계에 대한 검토가 진행돼 왔고, 양국 간 일정이 조율 되어 이번 회의가 개최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내부에서는 러시아의 전쟁 행위에 대해 분명한 비판 지점이 있으나, 한편으로 외교 관계를 재개해야 한다는 검토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러시아 당국자들의 방한도 있었던 만큼, 러시아와 관계가 계속 지속돼 왔던 측면도 이번 러시아 방문에 고려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3월 러시아에서 간첩혐의로 구금된 한국인 백모 씨에 대한 석방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방문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번 협의에서 백 씨에 대한 이야기가 논의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이 사안이 러시아 방문 목적의 전부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윤주석(오른쪽) 외교부 영사안전국장이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21일(현지시간) 오전 알렉세이 클리모프(Alexey Klimov) 러시아 외교부 영사국장과 제18차 한러 영사협의회를 가졌다. ⓒ외교부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