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 사전투표를 목전에 두고서야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양당의 공약집이 공개됐다. 국민의힘은 사전투표일 사흘 전인 지난 26일, 더불어민주당은 하루 앞둔 28일에서야 공약집을 발간, 배포한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윤석열 정부가 계엄으로 무너뜨린 민주주의 회복"을 내세우며 대법관 증원,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등을 공약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성장과 산업·민생경제 활력 제고"를 강조하며 노동개혁과 규제개혁, 핵발전 생태계 복원 등을 강조했다.
이재명 "사법·검찰개혁 추진…기재부 쪼개고 여성가족부는 '성평등가족부'로 개편"
이재명 후보는 28일 공개한 대선 공약집에서 검찰개혁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사법개혁과 관련해서는 대법관 수를 늘리겠다고 천명했다. 또 기획재정부의 예산 기능을 분리해 쪼개고, 여성가족부에서 '여성'을 빼고 '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선대위 정책본부는 지난 28일 회복, 성장, 행복의 3대 비전 아래 15대 정책과제, 247개 세부 공약을 담은 이재명 대선 후보 정책 공약집을 공개했다. 관심이 쏠려 있는 검찰개혁 완성과 사법개혁 완수는 3대 비전 가운데 '내란 위기 극복을 통한 헌정질서 회복' 비전의 구체적 과제로 제시됐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검사 징계 파면 제도를 도입하도록 했다. 또한 검사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를 실질화하고 수사기관의 증거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을 신설하기로 했다. 경력 법조인 중에서만 검사를 선발하도록 하는 법조 일원화 확대도 내걸었다.
사법 개혁의 일환으로 대법관 증원을 못박았다. 다만 구체적인 증원 규모는 제시하지 않았다. 대법관의 수를 늘려 상고심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제고하겠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최근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뒤부터 민주당이 추진해왔던 내용이었으나, 민주당은 대법관 100명 증원 법안, 비법조인 대법관 임명 법안 등으로 '사법부 장악'이라는 비판을 받자 관련 법안은 철회를 지시한 바 있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법관평가위원회도 설치하기로 했다.
정부조직 개편 내용을 담은 공약도 발표했다.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고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의 기능을 축소·재편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대통령 경호지원 인력도 감축하고, 대통령 경호처장을 인사청문회 대상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대통령 특별감찰관도 즉각 임명하고 실질적 권한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기후에너지부는 지금 우리나라가 에너지 전환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전담하는 독립 부처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기재부의 예산 기능은 분리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위의 감독 업무, 정책 업무도 뒤섞여 있어 분리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여성가족부는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강화하겠다고 했다. 또 국가 차원의 교제폭력 공식 통계 작성을 추진해 여성폭력 범죄에 대한 대응체계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고용평등 임금공시제'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여성계의 숙원이었던 '비동의 강간죄'와 2019년 위헌 결정 이후 여전히 사각지대인 '낙태죄 대체입법'은 공약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후보의 대표 브랜드 정책이던 '기본소득', '기본사회'와 관련해선 "모든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는 사회를 만들겠다" 내용만 공약집에 담겼다. 대신 '지역화폐 국고 지원 의무화'를 공약했다. 이 후보는 "재정이 많이 소요되는 공약들은 제가 하지 말라고 해 많이 뺐다. 예를 들면 기본소득 공약"이라며 "약속해 놓고 안 하는 것보다는 지키지 못할 약속은 안 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라고 기자들과 만나 설명했다.
이 후보는 노동 정책으로는 '주 4.5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포괄임금제 금지 규정을 명문화하고 사업주의 명시적 허가표시 없이 신청만으로 육아휴직을 시작할 수 있는 '자동육아휴직제도'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법정 정년을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겠다고도 공약했다.
이밖에도 개헌과 관련해선 5.18 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 대통령 4년 연임제, 계엄선포 및 재의요구권 요건 강화 등이 포함됐다. 또 외교·안보 분야는 '국익 중심 실리 외교'를 핵심 기조로 내세우며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복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북 정책은 남북 연락 채널 정상화와 9.19 남북 군사합의 복원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후보는 '인공지능(AI) 대전환'을 골자로 한 경제성장 비전도 제시했다. 전 국민에게 AI 접근권을 보장하고, 대규모 '국민 펀드'를 조성해 AI 산업에 100조원을 집중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실에는 관련 분야를 전담할 AI정책수석도 신설하기로 했다.

김문수 "대통령 임기 3년 단축·4년 중임제 도입…규제 개혁"
국민의힘은 지난 26일 발간한 공약집에서 9대 정책과제 아래 41개 실천과제을 소제목으로 두고 307개 세부공약을 발표했다. 9대 정책과제는 △미래 성장엔진 △활력 경제 △잘 사는 국민 △모두함께 발전 △대한민국 혁신 △든든 국가안보 △국민안심 안전 △빈틈없는 복지 △튼튼 뿌리경제 등이다.
9대 정책과제 중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개헌·정치개혁, 노동개혁, 규제개혁 등이 담긴 '대한민국 혁신'이다.
개헌·정치개혁 분야에서 국민의힘은 대통령 임기 3년 단축과 4년 중임제 도입을 약속하고, 2028년 4월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치러 이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의원 불체포 면책특권 폐지,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도 포함됐다.
선거관리위원회의 대대적 개혁도 정치개혁 공약으로 제시됐다. 특별감사위원회를 도입하고, 각급 선관위원장과 법관 겸임을 금지하고, 투표용지·선거관리·보안시스템 등에 대한 정기 점검을 법제화한다는 내용이다.
노동개혁 분야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이 눈에 띈다. 예방기능 강화를 위해 사전예방의무 소홀에 대한 제재 조치를 마련하되, 처벌 수준을 완화하고, 특히 50인(억 원)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위험성 평가와 종사자 의견수렴으로만 한정한다는 구상이다.
노동시간 공약은 "주 52시간 규제의 합리적 개선"이라고 표현했다. 탄력근로·선택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및 유연근무 요건 완화, 고소득 전문직 근로자 적용 예외 등을 통해 주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를 약화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밖에 노동조합의 부당노동행위 규제, 건설현장 불법행위 강력 근절 등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반(反)노조 성격의 정책도 노동개혁 공약에 포함됐다. 반면, 규제개혁 분야에서는 자유경제혁신기본법 개정, 네거티브 규제 단계적 도입 등 친(親)기업 정책을 제시했다.
여성 공약은 따로 묶이지 않고 여기저기 흩어진 형태로 발표됐다. 여성안전주택인증제 도입, 교제폭력·스토킹범죄·가정폭력·딥페이크범죄 관련 법 보완, 아이돌봄서비스 지원 확대, 난임치료·육아휴직 활성화 등이다.
한쪽 성의 과도한 채용을 막기 위한 양성평등채용목표제를 공공기관으로 확대하겠다는 공약도 눈에 띈다. 이는 이 후보가 과거 한쪽 성을 "성소수자"로 잘못 표현한 점을 빌미 삼아 김 후보가 ‘반PC주의 설파’와 함께 비판한 정책과 비슷한 것이기 때문이다.(☞관련기사 :김문수, 방송연설에서 트럼프식 '반PC주의' 설파)
이밖에 9대 정책과제 중 ‘든든 국가안보’에는 군 가산점제 도입 및 여성 군 진출 확대, 핵추진 잠수함 개발, 북핵 위협 가중 시 전술핵 재배치 또는 NATO식 핵공유 한미 합의 등이 담겼다.
‘미래 성장엔진’ 중 에너지 분야는 가스·핵발전 중심 에너지 믹스 전략으로 AI시대 에너지공급능력 확충, 핵발전 산업 생태계 복원 및 활성화, SMR(소형 모듈 원자로) 등 신형 원자로 규제 선진화 등 핵 발전 위주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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