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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호관세 무효' 안도 이르다…품목관세 확대·301조 적용 가능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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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호관세 무효' 안도 이르다…품목관세 확대·301조 적용 가능성 제기

전문가 "한국 등 수출 품목 집중된 나라 위험 여전"…미 정부 발 불확실성↑

2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요 정책인 상호관세를 무효화하는 결정을 내리며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들이 잠시 안도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품목 관세가 남아 있는 데다 트럼프 정부가 곧바로 항소했고 다른 법에 근거한 관세 부과 등 조처를 취할 가능성 탓에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

미국 내부적으로는 세수 확보 수단인 관세가 흔들림에 따라 트럼프 정부 경제 정책의 다른 축인 감세에도 영향을 미치며 공화당의 내분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미 연방국제통상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의 근거로 삼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대통령에 무제한적 권한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 상호관세 명령을 무효화하고 시행을 금지한 것은 적어도 10%의 대미 관세를 부과 받던 전세계 대부분 국가들에게는 나쁜 소식이 아니다. 실제 29일 한국 코스피지수(1.89%), 일본 니케이지수(1.88%),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7%) 등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영국 BBC 방송은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 부설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의 아시아 담당 수석경제학자 닉 마로가 아시아 경제권이 법원 결정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으로 내다봤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결정이 "수출 품목이 다양한 경제권에 안도감"을 제공한다고 봤다.

마로는 다만 한국이나 대만처럼 자동차나 전자 장치 수출에 의존하는 나라들은 여전히 특정 부문에 대한 관세 조사를 통해 "인질"로 잡힐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비상경제법이 아닌 1962년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부과된 자동차,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는 법원의 이번 무효화 결정에 포함되지 않는다.

<로이터>는 법원 결정이 미국과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인 나라들에 백악관의 반응을 보고 소송 추이를 지켜보며 협상을 지연시킬 가능성을 제공한다고 봤다. 미 정부는 상호관세 관련 90개국과 무역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관세 유예 마감 시한인 7월8일이 한 달여 남은 현 시점에서 영국 등 소수의 국가들과만 합의한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법원 결정이 미 정부가 이미 진행 중인 여러 국가들과의 무역 협정에 타격을 입힐 뿐 아니라 최근 영국 및 중국과 기체결한 합의에도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 앨런 비티는 법원 결정을 계기로 유럽연합(EU)이 트럼프 무역 정책에 맞서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판결이 "EU가 재정비하고 용기를 내고 트럼프가 그의 허풍보다 훨씬 더 취약하다는 것을 인지할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며 "EU와 세계 무역 체계에 가장 좋은 방안은 EU가 일방적 양보에 대한 모든 대화를 삼가고 기껏해야 자동차 같은 제품에 대한 의미 있는 상호 합의만을 고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EU가 동시에 남미 등 다른 경제권과의 무역 협상에 힘쓸 것을 제안했다.

각국 정부는 판결 내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관세의 부당함을 강조했다. 호주 ABC 방송에 따르면 돈 패럴 호주 무역장관은 이 판결을 "면밀히" 연구하겠다고 밝히고 정부가 미국 관세의 "부당함"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으며 "관세 철폐를 위해 계속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를 보면 허융첸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국제사회와 국내 각계의 이성적 목소리를 직시해 일방적 관세 부과라는 잘못된 관행을 완전히 폐지"할 것을 촉구했다. <로이터> 통신은 폴 찬 홍콩 재무장관이 이번 판결이 "적어도 트럼프 대통령을 이성적으로 판단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NHK를 보면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은 관련해 "판결 세부 사항과 영향을 충분히 조사하고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긴급 집행정지 신청·301조 활용 가능성 등 불확실성 산적…"답보다 질문 많은 상황"

다만 트럼프 정부가 즉각 항소 결정을 내림에 따라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사건은 연방순회항소법원을 거쳐 결국 보수 우위 연방대법원에서 결판이 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시간이 걸리는 항소심 외에도 미 무역 전문 변호사 테드 머피가 트럼프 정부가 이번 판결에 대한 긴급 집행정지 신청, 좀 더 일반적인 법적 권한에 근거한 대체 관세 등 다양한 수단으로 관세를 유지하려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고 짚었다. 머피는 이번 결정이 트럼프 대통령 무역 의제에 타격을 주긴 했지만 "최종 결정은 아니"라며 "이야기는 아직 안 끝났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미 비상경제법 이외의 법적 근거를 통한 추가 관세 부과를 시도 중이다. 법원 결정에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한 품목 관세가 제외됨에 따라 이를 활용한 관세 확대 가능성은 열려 있고 트럼프 정부는 이 조항에 근거한 반도체 및 의약품 관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법은 국가 안보를 손상할 위협이 있는 수입품에 대해 상무부 조사 거친 뒤 대통령의 수입 제한 조치를 허용한다.

불공정한 해외 무역 관행에 대한 행정부의 무역 제재 부과를 허용하는 1974년 무역법 301조를 활용할 수도 있다. 이 조항은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에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명분으로 사용됐다.

미 CNN 방송은 "현 시점에선 답보다 질문이 더 많다"며 불확실성을 강조했다. 방송은 미 예일대 예산연구소의 어니 테데스키가 이번 판결은 "관세가 완전히 폐지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첫 단서"지만 "행정부는 다른 권한을 통해 관세 인상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에 "관세 인상과 인하 양방향에서 잠재적 결과가 훨씬 불확실해졌다"고 짚었다고 설명했다.

관세 제거 가능성, 공화당 '재정 매파' 고무할 수도…머스크도 감세 법안 비판

관세가 제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이번 판결로 국내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경제 의제의 한 축이 흔들리며 공화당 내분이 촉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CNN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감세, 지출 삭감과 함께 경제 정책의 세 가지 축으로 설명해 왔는데 "이제 이 세 발 의자가 다리 하나를 잃은 셈"이라고 꼬집었다. 관세 수입으로 세금 감면으로 인한 재정 구멍을 메울 수 있다는 주장에 금이 갔다는 것이다. 방송은 법원 결정이 재정 적자를 우려하는 공화당 '재정 매파'를 자극해 감세 법안에 반대할 가능성을 키운다고 분석했다.

지난 22일 하원을 한 표 차이로 통과한 이 감세 법안('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은 상원 표결을 앞두고 있다. 법안엔 개인 소득세 및 법인세 감면 등 올해 말 만료 예정인 2017년 감세법의 주요 조항을 연장하고 트럼프 대선 공약 중 하나였던 팁에 대한 세금을 면제하는 내용과 더불어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보호제도인 메디케이드, 청정 에너지 프로그램은 축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문가들은 이 법안이 시행될 경우 미국 부채가 향후 10년 간 3조3000억 달러(약 4500조 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 중이다.

미국 연방정부 인력 감축을 주도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이 감세 법안을 비판한 바 있다. 머스크는 27일 공개된 미 CBS와의 인터뷰에서 "재정적자를 키우는 대규모 지출 법안을 보고 실망했다"며 이 법안이 자신이 이끌었던 "정부효율부(DOGE)의 작업을 약화한다"고 비판했다.

머스크는 28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특별공무원으로서의 내 임기가 끝난다"며 정부 업무에서 떠나게 됐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백악관 당국자가 28일 머스크 사임이 "오늘 밤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 26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자동차 관세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이를 취재진 앞에 들어 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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