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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과 이낙연 전 총리…'같았지만 다르게 된' 두 정치원로의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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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과 이낙연 전 총리…'같았지만 다르게 된' 두 정치원로의 행보

정세균 "민주당이 원하면 온몸 던져"…이낙연 "이재명 집권, 괴물독재 출현할것"

한 때 '닮은 꼴' 정치인으로 세간의 존경과 추앙을 받았던 두 원로 정치인의 엇갈린 행보가 종반으로 치닫는 대선국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호남출신에, 1950년대 초 태어났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을 통해 정치입문을 한 것 등이 겹친다.

또 둘 모두 5~6선의 국회의원에 내리 당선되면서 그 지지세를 몰아 당 대표를 지냈고 문재인 정부시절에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국무총리에 재직한 것 까지 똑 닮았다.

그러나 12.3계엄과 탄핵, 대통령 파면으로 이어지는 제21대 대선의 과정에 두 사람이 내린 판단과 결행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 한 사람은 '내란은 정리중인데 독재는 진행중'이라며 김문수 후보 지지를 선언했던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

그리고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와 정권교체를 믿는다'며 이재명 후보를 끝까지 지지하고 나선 정세균 전 국무총리.

극과 극으로 갈린 이 두 원로정치인의 선택은 처음에는 아주 가느다란 털처럼 눈에 보이지 않을 '호리지차(毫釐之差)'였다.

▲새미래민주당 이낙연 상임고문이 2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상임고문은 1952년 전남 영광에서 7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천재'소리를 들었던 그는 초등학교를 마치고 광주로 유학해 서울대 법대를 나와 동아일보에 입사했다.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가난한 고학생에게 돈이 많이 드는 고시를 준비하기란 여간 힘든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20여년을 한 언론사에서 재직한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탁으로 2000년 정계에 입문한다. 김 전 대통령은 기자였던 이낙연을 특별히 아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장에 그가 오지 않으면 기다렸다가 시작하기도 하고, 서재 등에서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다가도 이낙연 기자의 인터뷰에는 언제나 응했다는 일화가 그것을 뒷받침 한다.

정세균 전 총리는 이 상임고문보다 2년 앞선 1950년에 전북 진안에서 태어났다.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중학교 진학을 하지 못하고 검정고시를 통해 고등학교 입학자격을 얻었다. 전주신흥고에 입학해서는 '매점'에서 일을 하는 근로장학생으로 학교를 마쳤고 고려대 법대 재학중에는 총학생회장 선거에 나가 당선돼 임기를 마쳤다.

대학졸업 뒤에는 쌍용그룹에 입사해 일찌감치 미국 주재원으로 활약하면서 현지에서 석·박사학위를 받는 등 두각을 나타냈으며 임원으로 승진해서는 수출업무를 맡아 이론과 실무에 능통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해 이듬해 치러진 15대 총선에서 전북 무진장지역구에 당선돼 본격적인 대중정치인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결정되자 당시 당내에서 '반노무현'파 의원들이 노무현 후보 흔들기에 나서며 잇따른 탈당을 하자 당시 대변인이었던 이 상임고문은 지금도 회자되는 유명한 논평을 남기게 된다.

"지름길을 모르거든 큰 길로 가라. 큰 길도 모르겠거든 직진하라. 그것도 어렵거든 멈춰 서서 생각해 보라."

당시 당내 '반노파'에 대한 에두른 비판이자 정치인이 가야할 바른길을 짧고 선명하게 정의했다는 점에서 이 논평은 정치부 기자들은 물론이고 정치권에서도 오랫동안 회자되며 '왜 이낙연인지'를 입증해 주는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정세균 전 총리와 이낙연 상임고문은 한 지붕 아래서 각자의 역량을 발휘하며 정치인의 길을 걸어갔으나 이 두 사람의 '가느다란 터럭같은 차이'는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때 극명하게 나타났다.

이 상임고문이 '당을 지키겠다'며 따라가지 않고 새천년민주당 잔류를 선언한 반면 정 전 총리는 적극적으로 나서 열린우리당의 초대 정책위 의장을 맡는다.

다를 것 같았던 두 사람의 정치적 여정은 곧 새로운 길에서 합류해 국회의원 선수를 쌓으며 함께 '호남의 맹주'로 성장해 갔다.

문재인정부에 들어서는 이 상임고문이 초대 국무총리에 올라 2년 7개월간 국정을 이끌며 자신의 경륜을 쏟아부었다.

이어 바통을 넘겨받은 국회의장 출신의 정 전 총리 또한 1년 3개월간 제46대 국무총리직을 성실히 수행했다.

이 두 사람의 닮은 점은 여기까지. 이 상임고문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시절이던 2021년 한 언론과의 신년맞이 인터뷰 등을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다면 연내 적절한 시기에 현재 수감 중인 이명박, 박근혜 두 대통령의 사면을 대통령께 건의해 보겠다"는 말을 꺼냈다.

국민통합을 위해 꺼내든 이 상임고문의 이 발언은 지지자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고 이 때까지 쌓아온 그의 정치적 커리어에 커다란 손상을 입혔다. 이어진 재보궐선거의 참패의 책임까지 더해져 결국 대선 경선에서 패배를 자초해 '정치인 이낙연'으로의 입지는 점차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이후 이 상임고문은 대선과 총선에서 '수모'에 가까운 득표율을 보이며 존재감이 희미해지자 지난 달 전격적으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선언을 하는가 하면 종편 방송에 출연해서는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면 한 사람이 입법권에 이어 행정권, 사법권까지 장악해 '괴물 독재'가 출현하게 될 것"이라는 논평을 내놓기까지 했다.

이같은 일련의 발언 이후 '친문싱크탱크'인 사의재와 김대중재단 등에서는 긴급이사회와 임시이사회를 각각 소집해 정관 등에 위배된다며 이 상임고문을 제명하는 조치를 내렸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전국 검정고시인들의 이재명 지지선언에 참석해 지지발언을 하고 있다. ⓒ

반면 정세균 전 총리는 지난달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전국 각지의 검정고시 출신 인사들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대한 공식 지지 선언하는 자리에 참석해 "더불어민주당이 요청할 경우 온몸을 던져 지원유세에 나서겠다"며 당과 후보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와 애정을 과시했다.

한 때 서로 대등하게 '호남의 맹주'이자 품격의 정치를 보여왔다는 평가를 받아온 두 명의 원로 정치인들이 21대 대선을 앞두고 각기 다른 결정과 그에 따른 모습을 보여 이후의 이어질 행보에도 여전히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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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홍

전북취재본부 김대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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