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고 야구부의 '5.18 조롱' 응원 이후 교실 극우화 현상이 다시 조명받는 가운데, 해당 사건은 새발의 피로 느껴질 정도로 학교 안에서 일베 문화가 주류로 자리 잡았다는 청소년 기자들의 증언이 나왔다. 과거와 달리 이제 일베 문화는 교실 내 분위기를 주도하는 학생들이 영위하는 문화가 됐고, 다른 학생들도 이를 따라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성호 <토끼풀> 편집장과 장효주 <이음> 편집장은 6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교실의 극우화는 진행 중인 수준이 아니라 이미 됐고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토끼풀>과 <이음>은 청소년들이 독자적인 시각으로 사회 문제를 조명하는 독립언론이다.
문 편집장은 "배재고 이슈가 처음 터졌을 때 '이렇게까지 모든 신문의 1면을 장식할 수준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심각한 문제는 맞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에 비하면 새발의 피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청소년들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5.18은 폭동이다, 북한군이 내려와서 벌인 간첩선동이다' 등의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한다"며 "학교는 폐쇄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지금 뉴스로 나오는 것들은 극히 일부"라고 했다.
장 편집장도 "친구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서 극우적인 밈을 보낸다든지 부정선거와 관련한 숏폼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학원에 가면 '윤어게인', '부정선거 재선거' 이런 구호를 외치는 친구들이 많다"고 증언했다.
그는 "온라인 상에서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극우 정보가 무분별하게 양산되고 확산되고 있다"며 "이게 청소년들 사이에서 굉장히 크게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대표적인 극우 사이트 '일베' 문화가 교실에 주류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봤다.
문 편집장은 "(일베 문화가) 과거에는 반에서 소외되는 친구들이 알음알음 하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반에서 공부나 게임을 잘하는, 선망의 대상이 영위하는 문화로 바뀌었다"며 "그래서 일베같은 행위를 하지 않던 친구들도 어느 순간 따라하고 반 전체가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그는 "선생님들은 잘 모르니 일베 놀이를 하든 말든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 그래서 청소년들은 잘못된 건지도 모르고 계속 혐오와 조롱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라 주장했다.
청소년 기자들은 남성 청소년의 극우화 경향이 여성 청소년보다 강하다고 입을 모았다.
문 편집장은 "최근 청소년 1700여 명을 대상으로 정치인 호감도 설문조사를 진행해 보니, 남학생 사이에서 이재명 대통령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호감도가 더 높게 나왔다"고 했다.
또 "남학생 60%가량이 부정선거를 믿고 있었고, '윤 전 대통령 탄핵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남학생 비율이 절반도 안 됐다"며 "정치인들은 이런 현상을 이용해 청소년을 겨냥해 선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편집장은 여성 청소년이 덜 극우화된 이유로 '극우세력의 여성혐오'를 꼽았다. 그는 "극우 표현을 양산하는 온라인 계정들이 '제육이나 볶아와라, 여자는 주방에서 설거지나 해라' 등의 여성혐오를 같이 양산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표현들 때문에 여성 청소년들이 거부감을 느껴 덜 우경화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아이돌 팬덤의 성별 비율을 보면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탄핵 광장에 아이돌 응원봉이 많이 나왔는데, 여성 청소년들이 그걸 보고 참여를 결심한 경우가 많았다"며 "직접 집회에 참여하고 구호를 외치며 민주주의 교육을 제대로 받다 보니 계엄이 잘못됐음을 깨우친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청소년 기자들은 탈정치화를 추구하는 현행 교육체계로는 교실의 극우화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 편집장은 "교사들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는 압박을 강하게 받다 보니 학생들이 혐오표현을 무분별하게 사용해도 제지를 못한다. 또 5.18이 포함된 근현대사가 시험 범위에 들어가지 않으니 학생들이 잘 공부하지 않고 교사들도 영화 몇 개 보고 퉁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나아가 "학교 시스템 자체가 민주적이지 않다. 반장 선거를 하면 낙선자가 상실감을 입는다며 개표결과를 알려주지 않고, 전교회장을 뽑을 때 토론이 없어 파시즘적인 공약을 내건 후보가 당선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민주시민 교육 하겠다는데 어떤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제대로 된 교육을 말하기 전에 학교를 탈정치화된 공간으로 규정하려는 시도를 그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편집장도 "초등학교 6학년 이후로 학교 교육에서 5.18이란 단어를 들어본 적이 없다. 아마 다들 그럴 것"이라며 "중학교 내내 근현대사를 배우지 않다가 3학년 후반에야 배우는데, 그 공백기에 청소년들은 그 시기에 인스타그램에서 (극우화된) 역사를 배운다"고 말했다.
생활 지도로 바로잡기도 어렵다. 문 편집장은 "10년 동안 학교를 다니며 '5.18은 폭동'이라고 외치는 학생을 막는 선생님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며 "선생님 앞에서 5.18은 폭동이라고 외쳐도 제지할 수가 없다. 그렇게 했다가는 민원이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생님에게 학생을 제지할 수 있는 권한이 당연히 주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들은 교실의 극우화를 줄일 수 있도록 정부와 교육 당국이 나서 학교의 민주화 및 교육체계 개선에 힘쓸 것을 주문했다.
문 편집장은 "교육 공백 속에서 극우 논리가 청소년들을 무장시키고 정치인들은 이를 이용하며 극우 가치관을 재생산하고 있다"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보편적으로 시행해 가짜뉴스에 대응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이런 문제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장 편집장은 "학교가 정치화되고 근현대사 교육을 체계화해야 이런(배재고) 사태가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며 "교육계와 정치계가 사안의 심각성과 탈정치화의 문제점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인터뷰는 유튜브 채널 '프레시안TV'에서 영상(☞바로가기)으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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