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을 해제한 시민들 덕분에 오늘 투표할 수 있게 돼 다행입니다."
제21대 대통령선거 본투표일인 3일 오전 7시 광주 북구 한사랑 실버타운 투표소에는 이른 새벽부터 유권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은 조용하면서도 결연한 분위기 속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비상계엄 해제 이후 치러지는 이번 조기 대선에 대한 시민들의 의지가 고스란히 드러난 현장이었다.
광주시의 사전투표율은 52.12%로 전남, 전북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았다. 유권자 반 이상 투표를 마친 만큼 본투표일인 이날도 투표소는 조용하지만 꾸준한 발걸음이 이어졌다.

90세 김학근씨는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홀로 투표소를 찾았다. 그는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반드시 나와야 했다"며 "계엄사태가 다시 벌어진 건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시민들이 평화적으로 해제해 오늘 투표할 수 있게 됐다.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가족의 부축을 받으며 투표소에 나온 임모씨(94·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은 정말 나쁜 대통령이었다"며 "나라에 큰 죄를 저지르고 탄핵되는 일이 더는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TV토론의 영향을 받아 지지 후보를 바꿨다는 유권자도 있었다. 공모씨(66)는 "토론 보니 누가 대통령으로 적임자인지 알 것 같았다"며 "자신보다는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하면 나라가 바뀌지 않을까 싶어서 찍었다"고 말했다.
투표를 마친고 나온 한모씨(53)는 "이번 선거는 내란세력 응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 점을 우선에 두고 선택했다"고 밝혔다.

전남대 스포츠센터에 마련된 투표소도 비교적 조용했지만 투표하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졌다.
자영업을 한다는 이하은씨(30대)는 "헌재에서 탄핵 선고를 질질 끌면서 빨리 투표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다"며 "불경기에 계엄령까지 겹치면서 자영업자는 이미 굶어죽을 지경이다. 차기 대통령은 정말 잘사는 나라 만들어줘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데이트 전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는 전남대생 커플은 "공약을 자세히 읽고 마음에 드는 후보를 찍었다"며 "당만 보고 찍던 엄마도 문재인 때까지는 민주당 지지자였는데, 요즘은 마음이 많이 흔들리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남자친구는 "공약도 중요지만 토론의 영향도 큰 것 같다"고 했다.
평소 런닝을 즐겨 4㎞를 뛰어 왔다는 한 시민은 투표소 앞에 붙은 황교안 전 후보의 사퇴 벽보를 보며 "국무총리까지 한 사람이 신세가 딱하다"며 혀를 차기도 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전날 "투표가 힘입니다. 광주의 압도적인 힘을 반드시 보여줍시다"라는 문자를 발송하며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지난 대선에서 투표율 81.5%를 기록한 광주는 이번 대선에서도 높은 투표율로 정치적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투표 당일에는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유권자들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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