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지역균형발전을 국정 철학의 중심에 두겠다고 공언한 새 정부의 첫 시험대에 ‘전북’이 올랐다.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서, 전북도는 숨을 고르고 있던 대형 국책사업들을 본격적으로 꺼내 들 채비에 나섰다. 그 중심에는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전이 있다.
전북도의 유치전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지역 인프라 확충과 도시 브랜딩, 국가 균형발전의 상징적 과제를 모두 포괄하는 ‘생존 전략’이다. 전주, 무주, 익산, 군산 등 주요 거점을 활용한 ‘지방분산형 올림픽’은 이재명 정부의 지역주도 성장 모델이 실제 정책과 예산으로 이어질지 가늠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수도권 아닌 지역 중심”…이재명 당선인의 메시지와 맞닿은 전북
전북도는 2036 하계올림픽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무주는 세계 유일의 태권도 성지이자 국제대회를 치른 경험이 풍부하고, 전주는 한류의 원형이 살아 있는 문화 중심지다. 전북도는 체육·문화 인프라와 전북의 고유성을 결합해 ‘K-컬처와 함께 가는 전북형 올림픽’을 제안하고 있다.
이재명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지방이 소외되는 구조를 깨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지속가능할 수 없다”며 수도권 일극체제 해소와 지역 주도 균형발전의 필요성을 일관되게 강조해 왔다. 대선 유세 당시 전북을 찾아 “전북은 산업·정치·예산에서 모두 소외된 ‘3중 소외 지역’으로, 이는 국가 정책의 심각한 문제”라며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직언하기도 했다.
그는 △2036 올림픽 유치 △지방 거점대학 지원 확대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K-푸드 중심지 육성 등 전북을 축으로 한 균형발전 구상을 공약한 바 있다. 이는 전북이 구상 중인 ‘올림픽–새만금 연계 전략’, 즉 국제 이벤트를 통해 지역 인프라 확충과 산업 전환을 동시에 꾀하려는 접근과 맞닿아 있다.

전북도의 ‘실행 전략’…유치 추진단, IOC 겨냥 보고서 준비 중
이러한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전북도는 ‘2036 올림픽 유치 추진단’을 중심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제출할 전략 보고서를 준비 중이다. 유치 가능 도시 간 경쟁이 본격화되기 전에, 실현 가능한 개최 모델을 선제적으로 제시하겠다는 전략이다.
전북도는 이미 전주월드컵경기장, 무주태권도원 등 기존 체육시설과 도로망, 숙박 여건 등을 종합 분석하고, 종목별 분산 개최 시나리오도 내부 검토를 마친 상태다. 최근에는 전주월드컵경기장과 전주시 장동 일대 복합스포츠타운 조성 현장을 직접 점검하며 유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관영 도지사는 “2036 올림픽은 단순한 대회가 아니라, 전북이 국가 균형발전의 중심 축으로 자리매김하는 기회”라며, 이재명 정부의 지방 중심 성장 전략과 연계해 올림픽 유치에 정치력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전북도는 이와 함께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경기장 시설 보완에 나서는 한편, 도내외 36개 경기장에 대한 일제 점검을 마치는 등 실사 대응도 체계적으로 준비 중이다. 특히 2033년까지 조성될 전주 복합스포츠타운은 6843억 원 규모의 ‘게임 체인저’로, 지역 체육 인프라 확충의 핵심으로 꼽힌다.

“균형발전의 시금석…지방의 설득력 시험대”
전북도의 유치 전략을 기획한 내부 관계자는 “서울이나 부산처럼 국가적 투자가 집중된 대도시가 아닌, 지방 도시가 올림픽 유치를 시도한다는 것은 단순한 인프라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는 국가가 지방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드러내는 ‘국가철학’의 문제이자, 이재명 정부의 균형발전 의지를 평가할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북도는 현재 국회·정부 부처와의 예산 공조 체계를 가동하는 동시에, IOC를 겨냥한 외교 네트워크와 국내 체육계·문화계와의 공감대 형성에도 집중하고 있다.
특히 도는 이번 유치전을 단순한 제안이나 호소가 아닌 ‘국가사업화’ 전략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유치 타당성 연구가 마무리되는 대로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 외교부 등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유치는 단순히 지방이 개최지를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 국제사회에 전북의 필요성과 지방과 함께 성장해야 할 대한민국의 방향성을 설득하는 과정”이라며 “이재명 정부의 ‘지방 중심 국가’ 구상이 실현 가능한 정책인지 여부가 시험대에 오른 셈”이라고 평가했다.
“2036 하계올림픽 유치… 지방 생존과 균형발전의 분기점”
2036 전북 하계올림픽 유치는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선다. 지방소멸, 저성장, 인프라 양극화라는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는 전북의 생존 전략이자,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균형발전 구상이 실제 정책으로 구현되는지를 가늠할 첫 번째 시험대다.
전북도는 이제 단순한 유치 논리를 넘어, 올림픽 유치를 국가 정책 아젠다로 끌어올릴 수 있는 정치력과 전략적 접근을 동시에 요구받고 있다. 정부의 확고한 지원 없이 지방 단독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한 만큼, 중앙과의 긴밀한 연대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다.
결국 이재명 정부의 선택은 단순히 개최지 선정을 넘어서, 대한민국 균형발전 철학이 말뿐인지, 아니면 실현 가능한 국가 비전인지를 가늠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