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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위원장님, 라이더는 사업자인가요? 노동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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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위원장님, 라이더는 사업자인가요? 노동자인가요?

[기고] 라이더 노조 간부의 배달 하청사 운영에 부쳐

지난 4월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청년들의 교섭대표노조인 배달플랫폼노조 간부들이 하청 배달사를 운영하며, 해당 노조 가입을 취업조건으로 내세우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건과 관련 해당 노조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의 입장을 묻는 구교현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장의 글을 싣는다. 편집자.

배달라이더는 배달의민족·쿠팡과 같은 거대 플랫폼사에 종속된 상태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노동법 상으로 노동자가 아니라고 하네요. 최저임금도 없고, 주휴수당·초과근무수당도 없고, 4대보험도, 퇴직금도 없습니다. ‘무료배달 해야 한다’며 배민·쿠팡이 라이더 배달료를 끝도 없이 삭감해도 라이더는 속수무책 당해야 합니다. 배민·쿠팡은 라이더를 지휘감독은 하고 싶고 법적 책임은 피하고 싶은 마음에 요새는 하청사를 늘리고 있습니다. 하청사에는 콜을 몰아주는 대신 운임은 더 삭감해버렸죠. 라이더들은 생계를 위해 더 빨리, 더 많이 달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정말 죽을 지경 입니다.

라이더들은 노동법상 권리를 하나씩 획득해가고 있습니다. 노조 할 권리, 산재보험, 안전보건조치가 보장되고 있고, 조금씩 영역을 확장해 가는 중입니다. 이런 과정은 라이더뿐만 아니라 민주노총의 특고플랫폼 노동자 전체가 함께해 온 일이기도 합니다. 해외에서는 라이더가 노동자라는 법도 만들어지고, 한국에서도 라이더를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는 중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민주노총 소속 배달플랫폼노조는 ‘라이더가 사업자다’라는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당 노조는 최근 늘어나고 있는 배민하청구조에서 하청사 사용자와 하청사 라이더 사이에는 고용관계가 존재하지 않으며, 하청사 라이더는 실제 하청사 대표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은 라이더가 개인사업자라며 노조의 교섭요구를 거부했던 배달대행사 사업주의 주장과 동일합니다. 노조에서, 그것도 민주노총에서 어떻게 이런 주장이 나올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해당 노조는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8개월이 넘도록 노조 위원장이 직접 배민 하청사를 운영했고, 해당 노조 가입을 취업조건으로 내세웠기 때문입니다. 노조위원장이 하청사 사장을 겸직했으니, 하청사 소속 라이더들의 근무조건 개선 활동은 불가능했습니다. 노조법 위반 가능성이 높은 사건이고, 법을 떠나 사용자로부터의 자주성이 생명인 노조에서 있을 수 없는 사건입니다. 해당 노조는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피하기 위해 ‘라이더는 사업자’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그로 인해 라이더가 노조 할 권리 나아가 특고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이 노조로 인해 부정당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화물연대와 건설노조를 사업자단체로 보고 노조가 맺은 단체협약을 불법행위라며 처벌하려 하고 있습니다. 법원도 화물·건설 업종의 특수고용노동자가 사업자와 노동자 성격을 둘 다 가지고 있다며, 언제든지 노조활동을 금지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해당 노조가 스스로 ‘라이더는 사업자’라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나 위험합니다.

이런 주장이 노동위원회 등에서 받아들여진다면, 해당 노조는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면할지 모르나 도리어 노조의 존립 근거 자체가 상실될지 모릅니다. 배민 하청사와 유사한 배달대행업체에서도 이미 노조와 교섭이 이뤄지고 있으며, 교섭을 거부한 사업주는 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노동행위로 판정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 또한 노조가 투쟁을 통해 만들어 온 성과입니다. 해당 노조는 이러한 사실도 모르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라이더의 안전과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선, 지금의 배민·쿠팡 하청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하청사는 배민·쿠팡으로부터 운영비를 받기 위해 비가와도 눈이 와도, 밤낮 가리지 않고 라이더에게 근무를 시켜야 합니다. 하청사 중에선 라이더에게 수수료를 이중·삼중으로 부과하는 경우도 있고, 산재고용보험료를 라이더에게 전액 부담하게 하는 경우도 있으며, 불법대부업을 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일은 하청구조가 확대되면서 발생한 것입니다. 노조라면 당연히 하청구조에 반대해야 합니다.

해당 노조는 겉으로는 하청구조를 반대한다면서 안으로는 하청업체를 직접 운영하며 하청 확대라는 배민의 이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노동자 신뢰를 저버리고 사측의 이해에 복무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사태를 바로잡기 위해선 민주노총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민주노총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노동자성 쟁취를 위해 오랜 세월 투쟁해 왔습니다. 민주노총의 입장은 명확할 것입니다. 이번 일을 특수고용노동자 운동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계기로 삼아 주십시오. 많은 라이더들이 지금도 민주노총을 믿고 기대하고 있다는 점을, 민주노총 위원장님께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서울 시내 한 음식점 앞에서 배달 라이더가 배달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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