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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이민 시위에 주방위군 보낸 트럼프, 결국 해병대까지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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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이민 시위에 주방위군 보낸 트럼프, 결국 해병대까지 투입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주방위군 불필요·트럼프 개입 전엔 아무 문제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3일째 일고 있는 이민 단속 항의 시위에 예비군 격인 주방위군을 투입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해병대 투입 가능성까지 언급했는데 실제 해병대 투입이 이뤄졌다.

8일(이하 현지시간) 미 본토 방위를 담당하는 북부사령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로스앤젤레스 광역권 내 로스앤젤레스, 패러마운트, 콤톤에 캘리포니아 주방위군 약 300명이 배치됐다고 밝혔다. 북부사령부는 국방장관 지시에 따라 약 2000명의 캘리포니아 주방위군이 연방 지휘 및 통제를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나 폭력 행위가 법 집행을 직접적으로 저해하는 경우 미국 정부 권위에 대한 반란으로 간주한다"며 로스앤젤레스에서 6일 시작된 이민 단속 항의 시위에 최소 2000명의 주방위군을 투입해 개입할 것을 명령했다. 주방위군은 일종의 예비군으로 대부분 다른 민간 직업을 갖고 있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훈련을 받고 필요시에만, 주로 홍수·산불 등 심각한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투입돼 왔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7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 결정을 지지하며 "폭력이 지속될 경우 현역 해병대를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남쪽으로 160km 가량 떨어진 캠프 펜들톤의 해병대원들이 "고도의 경계 태세"에 있다고 덧붙였다. 8일 북부사령부는 약 500명의 해병대원이 배치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병대원 배치 준비는 "정신 나간 행동"이라고 비판했지만 결국 해병대 투입은 현실화됐다. 미 북부사령부는 9일 발표한 성명에서 "주말 동안 경계 상태에 있었던 해병 보병 대대를 활성화했다"며 "제1해병사단 산하 제7해병연대 제2대대에 속한 해병대원 약 700명은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연방 인력과 재산을 보호하는 '태스크 포스(TF) 51' 산하에서 운영되는 '타이틀 10' 부대와 원활하게 통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령부는 "해병대의 투입은 주요 연방 기관을 지원하기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태스크 포스 51'에 해당 지역을 지속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충분한 병력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령부는 "'태스크 포스 51'은 미 육군 북부의 비상 지휘소로, 국토 방위 및 국토 보안 작전에 대응하여 민간 당국 및 국방부 기관과 신속하게 협력할 수 있는 역량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사령부는 "'태스크 포스 51'은 '타이틀 10'에 속한 약 2100명의 주방위군 병사와 700명의 현역 해병으로 구성되어 있다"며 "태스크 포스 51 병력은 병력 증강, 군중 통제, 그리고 병력 사용에 대한 상비 규칙에 대해 훈련받았다"고 설명했다. '타이틀 10'은 미 연방법전 10편으로 미국 군대의 역할을 명시한 연방법 조항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의 해병대 투입에 대해 뉴섬 주지사는 소셜미디어 본인 계정에서 "미 해병대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여러 전쟁에서 명예롭게 복무해 왔다. 그들은 영웅"이라며 "이들은 독재 대통령의 망상을 실현하기 위해 자국민들에 맞서는 미국땅에 배치되어서는 안된다. 이것은 미국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에도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남부 국경에 군을 추가 투입해, 현역 군인을 법집행에 투입하는 것을 제한하는 포세 코미타투스법(Posse Comitatus Act) 위반 우려를 받은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국방장관이 현역 군인의 경계 태세를 강화할 순 있지만 실제 배치는 대통령만 할 수 있고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반란진압법(Insurrection Act)이 발동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해병대가 법집행 목적으로 배치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1992년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이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요청에 따라 로스앤젤레스 폭동 진압을 위해 캠프 펜들톤의 해병대를 파견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뉴섬 주지사는 8일 국방장관에 보낸 서한 및 이를 공개한 소셜미디어 게시글을 통해 주지사 권한을 우회한 주방위군 배치는 "불법"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그는 "트럼프가 개입하기 전까진 아무 문제도 없었다"며 "로스앤젤레스엔 현재 주방위군을 배치할 필요가 없고 이러한 장기적인 불법 배치는 주 주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며 상황을 악화시키려 의도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연방법전 10편12406조(10 U.S.C. 12406)를 이용해 주방위군을 배치했는데, 이 조항은 "외국에 의한 침략이나 침략 위험", "미국 정부의 권위에 대한 반란이나 반란 위험"이 있을 때 주방위군을 파견할 수 있게 한다. 다만 그 파견 명령은 주지사를 통하도록 돼 있다. 대통령이 주지사 요청 없이 주방위군을 동원한 마지막 사례는 1965년 린든 존슨 당시 대통령이 앨라배마주에서 시민권 시위대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견한 주방위군 역할을 이민세관단속국(ICE) 직원을 포함한 연방직원 및 연방재산 보호로 한정했다. 군의 법집행 투입을 제한하는 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8일 미 조지타운대 스티브 블라덱 법학 교수는 포세 코미타투스법을 위반하지 않는 한 주방위군이 할 수 있는 일은 이민국 요원들에 대한 일종의 방호 및 물류 지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블라덱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방위군이 이민국 직원 "보호"를 명목으로 결국 무력을 사용하게 될 수 있어 군 주둔이 "폭력 고조 위험을 높인다"고 우려했다. 또 이 경우 정부가 이번 조치가 '실패'했다며 더 공격적인 군 배치를 할 구실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민자 직장 급습이 시위 촉발…LA 시장 "행정부가 혼란 유발" 비판

8일까지 사흘째 이어진 시위는 6일 이민국 요원들이 로스앤젤레스에서 이민자 대량 단속을 위해 직장을 급습하면서 촉발됐다. <뉴욕타임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을 보면 6일 로스앤젤레스 시청 인근 패션거리에 위치한 한 의류업체 등 이 지역에서 최소 세 건의 이민자 단속 작전이 벌어졌다. 이후 수백 명이 이에 항의해 로스앤젤레스 연방 청사 밖에서 시위를 벌였고 경찰에 의해 해산됐다.

시위는 7일 이민국이 히스패닉계 주민이 80%에 달하는 로스앤젤레스 인근 패러마운트에 위치한 소매업체 홈디포를 급습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며 이 부근에서 격화됐다. 패러마운트에서 시위대는 법집행 차량을 발로 차는 등 당국과 충돌했고 경찰은 최루탄을 사용해 이들을 저지했다.

이날 오후 트럼프 대통령이 주방위군 파견 각서에 서명한 뒤 밤 늦게 시위는 더욱 격화돼 시위대는 경찰에 돌, 유리병, 폭죽 등을 던졌고 경찰은 고무탄과 섬광탄을 사용했다. 이날 저녁 로스앤젤레스 시내 메트로폴리탄 구치소 밖에서도 시위가 열렸다. 이 시설엔 단속된 이민자들이 구금돼 있다.

주방위군이 배치된 8일에는 로스앤젤레스 곳곳으로 시위가 더 확산됐고 500km 떨어진 다른 도시 샌프란시스코까지 번졌다. 이날 아침부터 로스앤젤레스 메트로폴리탄 구치소 앞에 시위대가 모였고 오후엔 그 규모가 수백 명으로 불어났다. 주방위군 20명이 아침부터 구치소 앞을 지켰고 경찰은 최루탄, 후추탄 등을 이용해 시위대를 해산하려 시도했다. 시위대 일부는 한때 고속도로를 점거하기도 했다. 이 지역 패서디나에서도 이민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날 시위에서 27명, 7일엔 29명이 체포됐다.

8일 로스앤젤레스 시위와 연대를 표명해 일어난 샌프란시스코 시위에서도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최소 60명이 체포됐다. 로스앤젤레스 시장 캐런 베이스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로스앤젤레스에서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혼란은 행정부가 유발한 것"이라며 "직장을 습격하고 부모와 자식을 갈라 놓을 때" 시민들이 "공포와 공황"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뉴섬 주지사는 소셜미디어에서 "폭력 행위"를 저지르는 일부 시위자들을 향해 "도널드 트럼프가 도시를 군사화하고 민주주의를 우회하기 위한 구실로 당신들을 이용하고 있다"고 경고하며 "체포"를 압박했다. 그는 "많은 평화적인 시위자"를 향해선 "기본권"과 "안전"을 지키겠다고 덧붙였다.

8일 시위 상황이 악화되며 로스앤젤레스 경찰 당국이 "통제 불능"을 호소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소셜미디어에서 이를 인용해 로스앤젤레스에 "군을 보내자"고 주장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이민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로스앤젤레스 시청에서 이 지역 연방 청사까지 행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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