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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장제원 성폭력' 결론 안 낸 경찰…피해자 "증거 종이조각으로" 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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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장제원 성폭력' 결론 안 낸 경찰…피해자 "증거 종이조각으로" 울분

'공소권 없음' 종결에 "가해자 사망하면 성폭행 없던 일 되나…10년만 용기 너무 비참"

경찰이 고(故)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 사망에 따라 그의 준강간치상 혐의를 밝히지 않은 채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피해자는 "내가 제출한 증거들이 종이 조각이 됐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장 전 의원 성폭력 사건 피해자 A 씨는 10일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공동 성명을 통해 입장을 전하며 "10년 만에 이제야 살아보겠다고 용기 낸 결과가 너무 비참하다"고 성토했다.

A 씨는 "미디어에서 10년 동안 가해자가 떵떵거리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활보하고 다닐 때도 그와 반비례하듯 피해자인 저는 늘 그늘진 곳에서 숨어 지내기 급급했다"며 "우울증과 조울증 약을 먹어야 했고 그 피해로 인해 제 20대는 온통 얼룩져 버렸다. 수치스러움을 견디며 사는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더럽고 충격적이었던 그 상황을 휴대폰에 보관했던 것은 나를 보호할 수 있을 때 명확히 보호받고 싶은 마음에서 그랬던 것"이라며 "객관적이고 명확한 증거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의 죽음으로 공소권 처분이 났다. 내가 제출한 증거들은 종이 조각이 돼버렸다"고 했다.

이어 "왜 준강간치상 혐의가 밝혀졌다고 (경찰은) 밝혀주지 않는 것이냐.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며 "꽃답고 아름다웠을 내 20대를 이용했던 가해자 장제원이 사망하면 성폭행 범행이 없던 일이 되나. 죽음으로 도망가버린 장제원을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해자가 선고받고 죗값을 치르는 과정을 통해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고 싶었고, 나도 그 과정을 통해 회복되고 싶었다"며 "죽어서도 죗값을 치러서 제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풀고, 앞으로 피해자들도 가해자의 죽음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故)장제원 전 국회의원의 발인식이 4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백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이날 장 전 의원의 준강간치상 혐의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인한 불송치 결정을 내리고 피해자에게 해당 사실을 통지했다. A 씨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가 공개한 불송치 이유서 주요 내용을 보면, 경찰은 사건 당일 A 씨가 촬영한 호텔 객실에 장 전 의원의 선거 포스터 사진이 저장된 휴대전화, 장 전 의원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침대에 나체로 누워 있는 모습, 해당 남성이 피해자에게 말하는 육성 등이 확인된다고 명시했다.

A 씨가 사건 직후 해바라기센터에서 채취한 성폭력 응급키트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감정한 결과 피해자의 특정 신체 부위 여러 곳에서 동일한 남성 유전자형이 검출됐다. 장 전 의원은 DNA 대조를 위해 구강 상피세포를 채취하겠느냐 는 경찰의 물음에 변호사와 상의 후 결정하겠다 고 회피했다. 이후 경찰은 장 전 의원 구강 상피세포 채취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검토하고 있었으나 장 전 의원 사망으로 DNA형을 대조하지 못했다.

경찰은 이 같은 수사 과정을 기재했을 뿐 장 전 의원의 준강간치상 혐의 인정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경찰은 가해자의 범죄 혐의 부인과 배치되는 영상, 문자 등 여러 객관적 증거를 나열하면서도, 피의자의 사망을 핑계로 진실에 대한 판단을 멈췄다"며 "오늘의 결정으로 피해자는 또다시 침묵을 강요받게 됐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도 "피의자 스스로 자신의 방어권을 포기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피해사실에 대한 실체 판단을 포기하는 것은 수사기관과 국가가 피해자 아닌 피의자를 위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피해자의 진술, 피해자가 제출한 증거, 수사 과정을 통해 확인된 내용 등을 통해 혐의가 인정된다. 다만 피의자 사망으로 인해 공소권 없음 처분을 한다'는 문장이면 피해자가 가슴에 올려진 돌덩이 중 하나는 내려놓고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고(故)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 성폭력 피해자를 지지하는 단체들이 9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민원실 앞에서 경찰에 장 전 의원 성폭력 사건 수사 결과 발표를 촉구했다。 ⓒ한국여성의전화

A 씨는 부산디지털대학교 부총장으로 재직 중이던 장 전 의원의 비서로 근무하다 2015년 11월 18일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 사건을 인지한 A 씨는 장 전 의원이 침대에서 자신을 끌어당기며 다시 추행을 시도하자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도망친 뒤 서울해바라기센터를 방문해 증거를 채취했다.

그는 명백한 증거를 두고도 가해자가 가진 막강한 권력과 주위의 침묵 종용으로 피해 사실을 숨기다 성폭력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정신과적 증상이 나아지기 어렵다는 전문가 상담을 받고 지난해 장 전 의원을 고소했다.

장 전 의원은 언론을 통해 피소 사실이 알려지자 "고소 내용은 거짓", "10년 가까이 지난 시점을 거론하며 고소가 갑작스럽게 제기된 데는 특별한 음모와 배경이 있는 것 아닌가" 등 성폭력 혐의를 부인하다 지난 3월 31일 서울 강동구 한 오피스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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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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