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거취와 5대 당 쇄신안을 두고 당내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이를 논의하기 위해 11일 예정된 의원총회를 권성동 원내대표가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찬반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논의의 장을 닫아버린 모양새라 논란이 예상된다. 대선 패배 뒤 이렇다 할 수습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혼전 양상을 빚은 국민의힘의 갈등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2시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의총 직전 의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일정 최소'를 알렸다.
표면적인 취소 사유로는 앞서 같은 날 오전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이재명 대통령 재판 연기 관련 당 차원 규탄대회를 들었다. "당의 대응과 메시지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권성동 원내지도부는 "의총을 계속 진행할 경우 자칫 당내 갈등과 분열의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고려했다"고 부연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애초 이날 오전 법원 앞 현장 의총과 오후 국회 의총을 모두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는 돌연 "지금까지 논의되었던 의원들의 다양한 의견은 오는 16일 선출될 신임 원내지도부에 충실히 전달해 차기 지도부가 계속 논의를 해나가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의총 취소 시점을 두고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권 원내대표의 의총 취소 통보 직전 김 위원장이 국민의힘 의원 전원에게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를 개혁 과제 중 하나로 꼽은 이유를 설명하는 호소문을 돌린 데 대해 원내지도부의 반발심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김 위원장은 호소문에서 "지금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를 추진하는 것은 두 차례에 걸친 탄핵으로 인해 보수정당이 심각한 갈등과 깊은 원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보수가 반드시 치러야 할 차기 전당대회 역시 찬탄과 반탄의 격론장이 될 뿐이다. 탄핵의 강을 넘지 못하는 보수에 공존과 통합은 없다"고 강조했다.
또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의 근본 취지는 국민의힘이 지난 정권의 비상계엄에는 분명히 반대하지만, 탄핵에 찬성하고 반대한 입장에 대해서는 서로 관용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의원총회 의장으로, 회의 주재 권한이 있는 권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는 전날 저녁부터 의총 취소 여부를 검토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날 결정까지 김 위원장에게는 이를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에게 의총 취소 배경을 설명하며 "의총 취소는 (김 위원장과) 협의하지 않았다. 원내지도부 차원의 결정"이라며 "(5대 개혁안은) 신임 원내지도부가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8일 김 위원장이 발표한 5대 개혁안(△9월 초까지 전당대회 개최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후보 부당 교체 시도 진상규명과 당무감사 △당론투표 사안에 관한 당심·민심 반영 절차 구축 △지방선거 100% 상향식 공천 등)을 두고 두 차례 의총을 열었지만 난상토론만 진행한 채 별다른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권 원내대표의 의총 취소에 즉각 반발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올려 "오늘 사전 협의도 없이 의총이 취소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의총에서조차 개혁안 논의를 막는 현재의 당 상황이 참으로 안타깝다"며 "전당대회 개최 시기 및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등 개혁 과제별 의총 개최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굉장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의총 취소 통보를 받고 당내 의원들과 이야기를 했는데, 의원들도 여기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며 "다양한 의견을 좁혀나가고 총의를 모아나가는 과정이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 그 민주주의의 길에 지도부가 역행할 필요는 없다"고 원내지도부를 겨냥했다.
김 위원장은 "어제 원외 (당협)위원장 간담회에서 총의를 모은 것 중 하나가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라며 "이것은 의총과는 관계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절차에 따라서 검토하겠다"고 의총을 대체할 우회 논의 채널을 추진할 뜻도 시사했다.
당내 친한(親한동훈)계를 중심으로 한 일부 의원 그룹에서는 김 위원장에게 힘을 싣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김소희 의원은 페이스북에 "오늘 의총에서 비대위원장의 개혁안에 대해 의원들의 중지를 모으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며 "의총은 당내 갈등을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라 쇄신을 위한 집단지성이 발휘되는 시간이다. 가능한 빨리 다시 의총을 열어주길 요청한다"고 적었다.
조경태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김 위원장의 혁신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개혁안이 완수될 때까지 (김 위원장의) 임기를 연장하는 건 정무적 판단을 하면 되는 것이다. 김 위원장을 빨리 내치려는 움직임이 있는 거 같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추진하는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에 관해 조 의원은 "당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친윤(親윤석열)이라는 세력이 분포되고 있지 않나"라며 "(친윤계가) 자신들의 과오를 덮기 위한 방책으로 당을 방어막으로 삼고자 하기 때문에 결론이 안 나는 것"이라고 짚었다. 김 위원장의 개혁안을 반대하며 "개인적으로 일신을 지키려는 의도"를 드러낸 이들이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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