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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오색무지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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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오색무지개’ 이야기

세월이 참 빠르다. 필자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이 엊그제인데, 벌써 퇴직 교수로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자꾸 떠오르면 꼰대 세대이고, 미래를 얘기하면 청년이라고 했다. 한국어에 관해서는 늘 미래를 얘기해 왔는데, 전공 따라가다 보니 우리말을 얘기할 때는 항상 과거를 들추게 된다. 필자가 어린 시절에는 ‘오색무지개’라고 하였다. 무지개 색이 일곱 빛깔이라고 하는 것은 고학년이 되어서야 깨달은 것이고, 당시 어른들은 항상 ‘오색무지개’라고만 했다. 그래서 라디오 방송에서도 ‘푸른 신호등’이라는 프로가 있었다. 운전 기사들의 이야기와 교통 정보를 알려주는 프로였다. 송해 씨가 주로 사회를 보았고, 후에는 서유석 씨가 맡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등교할 때면 늘 듣던 것이 ‘푸른신호등’과 ‘사랑이 꽃 피는 가족’이라는 드라마였다. 듣기 싫어도 버스 기사들이 늘 틀어주는 프로그램이라 듣기 싫어도 들어야만 했다. 어린 시절에는 ‘푸른 신호등’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는데, 세월이 흐르고 보니 아이들이 ‘푸른 신호등’이 아니라 ‘녹색 신호등’이라고 하였다. 듣고 보니 그 말도 맞았다. 우리는 늘 ‘푸른 신호등’이라고만 했지, 그것이 녹색인지 구별하기 시작한 것은 한참 후대의 일이다.

신중현이라는 유명한 가수 겸 작곡가가 있다. 이선희가 부른 노래 중에 <아름다운 강산>이라는 곡이 있다. 신중현 작사 작곡으로 알고 있다. 그 노래의 내용을 보면 “ 하늘은 파랗게 / 구름은 하얗게 / 실바람도 불어와 부풀은 내 마음 / 나뭇잎 푸르게 / 강물도 푸르게 / 아름다운 이곳에 / 내가 있고 / 네가 있네”라고 되어 있다. 당시에는 민중 가요로 이 노래를 모르면 간첩일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필자도 상당히 많이 불렀던 것으로 기억한다. 곡의 배경이야 어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건전가요 내지 민중가요로 알려져 있다. 노랫말 중에

나뭇잎 푸르게

강물도 푸르게

라고 되어 있는데, 누구 하나 여기에 토를 다는 사람은 없었다. 지금의 아이들이라면 틀림없이 “나뭇잎이 왜 푸르냐?”고 질문하는 아이가 있을 것이다.

푸르다 : 맑은 하늘빛이나 풀빛과 같은 색을 띤 상태에 있다.

파랗다 : 맑은 하늘빛이나 깊은 바닷물과 같은 색을 띤 상태에 있다.

푸르스름하다 : 약간 푸른 듯하다

퍼렇다 : 탁하고 약간 어두운 빛을 내며 푸르다

푸르뎅뎅하다 : 칙칙하고 고르지 않게 푸르스름하다

시퍼렇다 : 아주 퍼렇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색감이나 느낌이 아주 세분화되어 있는 한편 두루뭉수리 넘어가는 경향도 있어서 무지개 색깔도 오색으로 표현하고, 산도 푸르고, 강물도 푸르고, 나뭇잎도 푸르게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니 세상 어느 민족이 이런 미세한 부분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까? 그러므로 한국어는 AI가 아무리 발달한다고 할지라도 우리말의 맛과 멋을 제대로 살려 표현할 수는 없다.

필자가 말하는 문화문법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그 나라의 문화를 바르게 알지 못하면 언어를 제대로 알 수 없고, 의미 전달을 정확하게 할 수 없다.

한국어는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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