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과 이란 충돌이 나흘째 지속됐다.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자국 민간인 사상에 분노하며 이란 민간인 겨냥을 위협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이 이번 공격에서 이란 핵능력 파괴를 넘어 정권 교체를 계획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미국·이란 6차 핵협상을 이틀 앞두고 벌어진 이스라엘의 선제 공격에 일단 15일 협상은 취소됐지만, 이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양쪽이 여전히 협상 의지를 보이고 있어 불씨가 꺼지진 않았다는 평가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로이터> 통신을 보면 16일 새벽 이스라엘에 가해진 이란의 미사일 공격이 중부 페타티크바 및 브네이브라크의 주거용 건물, 지중해 연안 하이파를 타격하며 8명이 숨지고 95명이 부상당했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선제 공격한 뒤 이어진 이란의 보복 공습으로 이날까지 이스라엘에서 민간인 24명이 숨졌다.
마이크 허커비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는 텔아비브에 있는 미 대사관 분관 인근에 이란 미사일 공격이 떨어져 분관이 경미한 피해를 입었지만 다친 사람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관련해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란이 "민간인 거주지를 겨냥하고 있다. 테헤란(이란 수도) 주민들이 곧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민간인을 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로이터>, <AP> 통신을 보면 이란 보건부는 15일까지 이스라엘 공격으로 최소 224명이 죽고 1227명이 다쳤으며 사상자 90%가 민간인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도 16일 오전 이란 수도 테헤란에 위치한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쿠드스군 및 이란군 지휘소 10곳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의 지대지 미사일 생산 시설 또한 공격했다고 했다.
이번 충돌은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 군 수뇌부, 핵과학자에 대한 공습을 벌이며 시작됐다. 이후 이란이 곧바로 반격에 나서며 갈등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스라엘 공격으로 15일 오만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미·이란 핵협상도 취소됐다. 미국과 이란은 4월부터 핵협상을 벌이는 중이었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제재를 재개한 뒤 이란은 우라늄 농축도를 끌어 올렸다. 협상 타결 땐 이전 핵합의와 마찬가지로 이란의 핵무기 개발 포기 대가로 경제 제재 해제가 기대됐다.
이번 공격에서 이스라엘이 이란 정권 교체까지 목표로 삼았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15일 <로이터>는 복수의 미 당국자를 인용해 최근 이스라엘 쪽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죽일 기회가 있다고 보고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5일 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즉답을 피한 채 "우린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며 "미국은 뭐가 미국에 좋은지 알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 정권은 매우 약하기 때문에" 이번 분쟁의 결과로 정권 교체가 "확실히"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NYT "이란과의 외교, 손상됐지만 죽진 않았다"
이란 쪽은 이스라엘이 공격을 멈추면 이란도 보복을 중단하고 핵협상에 복귀하겠다며 협상 여지를 열어 놓은 상태다. <로이터>는 15일 이 사안에 정통한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 쪽이 중재국인 카타르와 오만에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고 있는 동안엔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 등을 보면 15일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이 공격을 멈추면 이란도 보복을 중단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의 핵무기 획득 방지를 목적으로 한 어떠한 합의에도 준비돼 있다"며 이스라엘 공격이 "외교를 약화하고 협상을 탈선시키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아락치 장관은 미국과 차기 협상에서 "자체 제안"을 제시한 예정이고 "합의에 도달할 길"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이란의 우라늄 농축 원천 차단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이란과 미국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허용 여부를 두고 대립 중이다.
아락치 장관은 미국이 이스라엘 공격을 미리 알고 있었지만 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믿지 않는다"며 미국이 "선의를 입증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규탄할 것을 촉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과의 외교는 손상됐지만 죽진 않았다"며 이란 쪽도 트럼프 대통령도 여전히 합의를 원한다고 말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카린 본 히펠 전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사무총장은 "문제는 이란은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기 위해 체면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원한다는 것"이라며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을 벼랑 끝으로 몰아 항복하게 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지적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 공격을 이란에 협상과 관련한 "두 번째 기회"로 묘사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란은 앞서 영국, 프랑스,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 공격을 막는 데 도움을 주면 역내 이들 국가 군 기지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지만, 이란이 확전보다 "출구"를 원해 실행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는 이란이 미국의 개입을 촉발할 미군 기지 및 미군 인력 공격을 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방송은 전투가 장기화된다면 페르시아만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통로인 이란과 오만 사이 호르무즈 해협을 단기간 봉쇄해 석유 수송을 방해할 가능성은 있다고 관측했다. 방송은 이란이 이스라엘은 미국 지원으로 쉽게 군수품을 보충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며, 이란이 자국 경제에 피해를 입히고 국내 불안을 초래할 분쟁에서 "출구"를 모색할 것으로 봤다.
유럽, 선제 공격 불구 관성적 이스라엘 비호
이번 충돌이 이란이 핵협상을 벌이던 도중 이스라엘의 선제 공격에 의해 시작됐는데도 유럽 국가들의 관성적인 이스라엘 비호는 여전했다. 15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 사실을 밝히고 "이란이 지역 불안정의 주요 원인"이라며 충돌 원인을 사실상 이란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은 결코 핵을 가질 수 없다"며 "협상을 통한 해결책이 시급하다"고도 했다.
지난 13일 영국, 프랑스, 독일 정상도 확전 자제를 촉구하면서도 선공격한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거론하며 이스라엘 쪽으로 팔이 굽는 모습을 보였다. 13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은 자국의 존재와 자국민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며 양쪽 모두에 확전 자제를 촉구하면서도 이스라엘을 비판하진 않았다.
같은 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비판하고 "이스라엘이 스스로를 지키고 안전을 보장할 권리"를 강조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확인했다. 최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식량 봉쇄 탓에 유럽국들의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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