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이 불거진 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6일 사의를 표명했고, 청와대는 이를 바로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배재고 사태에 대해 "5.18이 성역이 됐다"고 주장해 논란이 된 지 사흘 만이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에서 "이 부위원장이 사퇴 의사를 전했다"며 "청와대는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 부위원장은 지난 3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광주일고와의 경기 도중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 구호를 외쳐 징계를 받은 데 대해 "이 땅에 5.18이 성역이 된 것", "김일성 사진이 나온 신문이 비에 젖는 것을 보고 울부짖는 북한의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이튿날인 4일 강 수석대변인을 통해 "혐오와 조롱에 대한 정부의 단호한 거부 기조와 달리 오해의 소지가 있으며, 특히 정부 소속 기관의 책임있는 위치의 사람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엄중히 경고하고 향후 재발 방지를 강력히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논란이 더 커지고 특히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당권주자 등도 이 부위원장에 대한 비판에 가세하자 청와대는 6일 재차 "사안이 매우 엄중한 까닭에 이 부위원장의 사퇴를 권고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최근 제 개인 SNS에 게시된 글이 사회적 논란과 정치적 공방으로 확산됐다. 이로 인해 임명권자와 정부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판단과 자진사퇴 권고에 따라 고심 끝에 부위원장직을 내려놓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부위원장은 그러나 "제가 이재명 정부에 합류했던 이유는 진영으로 나뉘어 전쟁하듯 적대시하는 양극화 정치를 타파하고, 국민통합을 이루겠다는 대통령의 진정성을 믿었기 때문"이라며 "저를 비롯해 영입된 보수성향 인사들이 뜻을 펼치지 못하고 물러나는 모습이 반복되는 것이 국민 통합이라는 대의에 부합하는지 깊은 고뇌가 있었음을 고백한다"고 비판적 의견을 밝혔다.
그는 "제가 이해한 저의 소임은 보수적 시각에서 정부의 정책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중심을 잡고, 규제 개혁과 경제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것이었다"며 "문제의 발단이 된 배재고 응원 구호 관련 글 역시 그 연장선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린 학생들의 스포츠 경기에 쓰인 간단한 구호마저 정치적 도구와 진영 간 이념 대결로 비화하는 현상을 보며, 우리 사회가 서로 다른 의견에 조금만 더 유연하고 관대해지기를 호소하고자 했던 것이 제 본의였다"며 "그러나 결과적으로 제 의도와 무관하게 갈등을 증폭시키는 꼴이 됐다. 정치적 민감성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제 불찰"이라고 했다.
그는 또 "이번 사퇴는 명확한 해촉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법치주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부당한 정치적 공세에 밀려 사임하는 선례를 남기는 것이, 향후 정치권력의 무도한 횡포를 용인하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두려웠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저의 사퇴가 표현의 자유와 다양성을 포용하는 성숙한 민주주의가 필요하다는 문제제기를 스스로 부정하는 모양새가 될까 염려스러웠다"며 "필요한 화두를 던졌다는 자부심에는 변함이 없다"고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특히 민주당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듯 "우리 모두에게 성역은 있지만, 자신과 일부 집단의 성역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사회가 돼서는 안 된다"며 "특히 권력이 이를 강요하지 않는 것이 민주주의의 본질"이라고도 했다. "자유와 방종의 경계마저 권력과 집단이 자의적으로 정의하기 시작하면 그것이 바로 전체주의의 시작"이라는 경고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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