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1차 대전 직전과 유사한 한반도, 주한미군 한국에 묶어둬야 전쟁 막을 수 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1차 대전 직전과 유사한 한반도, 주한미군 한국에 묶어둬야 전쟁 막을 수 있다

[심포지엄] 6.15 선언 25주년 심포지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 정부의 역할'

유럽과 중동 지역의 군사 충돌이 격화하는 등 세계 정세의 긴장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 정세도 1차 세계대전 직전의 유럽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반도 평화를 지키기 위해 주한미군이 한반도 외부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18일 김대중 도서관 국제회의실에서 자주통일평화연대와 더불어민주당 이용선‧송재봉 의원,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 진보당 정혜경 의원 및 국회 외평포럼이 공동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 정부의 역할'을 주제로 한 6.15 선언 25주년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동아시아 대분단체제 극복과 한반도 평화구축의 기본원칙'을 주제로 발표를 맡은 이삼성 한림대학교 명예교수는 "오늘의 동아시아는 적어도 다섯 가지 점에서 제1차 세계대전 전야의 유럽을 연상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 양극화된 군사 동맹 체제 속에서 무제한적 군비 경쟁 △자유무역이 퇴조하고 보호 무역주의가 발전하는 양상 △경제적 상호의존이 전쟁을 막고 국제평화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 △1차 세계대전 당시 발칸반도처럼 한반도와 대만 등 지정학적 긴장이 폭발할 도화선 존재 △상대가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그 원점을 공격하겠다는 '선제타격론' 횡행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동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이 동맹국들에 이른바 '줄세우기' 및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자택일' 하라는 강요가 더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같은 현실 속에 우리가 포기해서는 안 될 첫 번째 원칙은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그리고 한국군의 한국 전수방위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을 필두로 트럼프 정부가 '주한미군의 한반도 외 지역 투입'을 골자로 하는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주한미군이 동아시아에서 역할 범위를 더 넓히는 방향을 구상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문제는 이렇게 될 경우 대만 유사시에도 주한미군이 투입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자칫 한국까지 전장에 끌려들어가는 빌미가 될 수 있어 한반도 정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교수는 "한국을 중국 억제의 군사적 거점으로 제도화하는 것, 즉 주한미군의 역할 '광역화'는 곧 한국이 미군의 중국 억제를 위한 군사기지로 전환되는 것을 말한다"며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교수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1953년 10월 1일 체결된 한미 간 상호방위협정 제3조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 문안에 근거하면, 한국이 만에 하나라도 한반도 바깥의 영역에서 군사활동을 전개할 때 미국이 이를 원조할 의무가 없듯이, 한국 또한 미국이 합법적 관할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 예컨대 동중국해, 타이완해협 또는 남중국해 등에서 개입한 군사적 분쟁을 도와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역할에 관해 한국 전수방위 원칙을 분명히 하는 것은 미중 패권경쟁이 군사적 충돌로 발전하는 데 있어서 주한미군이 적극적 역할을 하는 것을 제한하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그는 "주한미군 병력을 미국이 '한국과 협의를 거쳐서'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하거나 한반도 밖에서 연합훈련을 하는 행위를 한국이 막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며 "다만 한국의 영토도, 미국의 영토도 아닌 제3의 지역에서 전투행위를 하기 위해 미군이 한국 영토를 출격기지 등으로 사용하려 할 경우, 한미방위조약은 그것을 정당화할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미국은 한국과의 협의를 통해 요청은 할 수 있겠지만, 한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근거로 그것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한국이 주한미군의 움직임을 제한하려 할 경우 미국은 아예 주한미군 철수를 시도할 수도 있다. 콜비 차관은 지난 3월 5일(현지시간)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주한미군이 더 이상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만약 미군이 주한미군 철수를 선택할 경우 한국 내에서는 핵무장론이 더욱 힘을 얻을 수 있다. 이를 피하고자 주한미군의 '광역화'를 인정할 경우 한국은 중국을 상대하기 위한 미국의 군사기지 역할에 직면하면서 대중 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

어떤 선택도 한국 안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교수는 "주한미군 규모의 감축 여부를 떠나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 한국 전수방위 원칙을 지키는 것이 왜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의 안보, 동아시아 평화를 지키는데 더 지혜로운 선택인가를 설득"하는 것과 함께 "다른 한편으로는 한반도에서 남북 간 군비경쟁을 통제하면서 평화체제를 구성해나가는 더 치열하고 지혜로운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에 동맹국으로, 그리고 민주주의 진영의 보루로 남아있다는 사실 자체를 소중하게 생각하라고 말해야 한다"면서도 그럼에도 "기존의 동맹국이 한국으로 하여금 주변 강대국에 비수 역할을 하도록 강제하는 상황에 이른다면 한국의 최후 선택은 자강에 바탕한 중립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트럼프가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한국인들의 공포를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위한) 현금지급기로 삼는 가운데 한국의 영토를 대 중국 패권경쟁의 기지로 삼으려 한다면, 한국은 한반도 전체가 중국 영향권에 놓일 경우 벌어질 일들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매파'들을 포함한 미국 정치사회의 공포를 버팀목의 하나로 삼아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지난해 3월 20일 경기도 연천군에서 실시된 한미연합 제병협동 도하훈련에서 육군 K1E1 전차가 한미 장병이 설치한 부교를 건너고 있다. 이번 훈련에는 육군 5공병여단과 5기갑여단,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장병이 참가했다. ⓒ연합뉴스

현재 한반도가 처해 있는 상황과 관련해 이날 '평화공존의 남북관계 복원 해법'을 주제로 발표를 맡은 김연철 (사)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전 통일부 장관)은 "남북 대화는 2018년 12월 14일 체육 분과 회담을 마지막으로 2025년 6월 현재까지 열리지 않았다. 1971년 남북 적십자 회담을 시작으로 이루어진 남북 대화의 역사에서 가장 장기간의 대화 중단 상태"라며 "2023년 4월 7일 이후 현재까지 모든 대화 채널이 중단됐다. DMZ 혹은 NLL 인근에서 우발적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즉각적인 소통이 불가능할 정도로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김 전 장관은 한반도 정세가 경직된 상황이지만 "과거 교착 국면의 타개 경험을 보면, 북한의 남한에 대한 적대 인식은 남한 정부의 대북 정책에 따라 달라진다. 북한의 대남 인식은 남북 관계라는 정세의 영향을 받지만, 동시에 정세변화가 대남 인식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며 남한의 의지와 능력도 주요한 변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동결(halt) → 감축(roll back) → 폐기(eliminate)'의 3단계"를 제안하면서 "중장기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한다는 목표를 견지하되, 단기적으로 북한 핵 능력의 강화를 막는 '동결'부터 실현하고, 다음 단계로 '감축'을 추진하는 '핵군비통제' 접근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 전 장관은 "북핵 협상의 성공을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 미중 전략 경쟁 시대에 남·북·미·중 4자 협력을 분리해 낼 한국의 외교 능력이 북핵 협상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라며 "물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과 미·러 관계의 회복, 그리고 일본의 북핵 정책 변화에 따라서 6자회담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현재는 북핵 협상의 내용이 아니라 협상의 '거버넌스'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북미 양자 협상은 기대하기 어렵고, 남북미 삼각협상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4자회담이나 6자회담이라는 다자 협상틀을 복원해서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한반도에서의 미중전략경쟁을 분리하면서 장기적으로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남북관계를 떠나 남한이 자체적으로 평화 구축을 위한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남한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하는 등의 접경지역 안정화 조치가 "긍정적인 시도"였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는 "상호주의적 대응"을 전제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호응하지 않더라도 남한이 선제적으로 평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즉시 실행 가능한 1단계로 △대북전단/확성기 중단을 제도화하는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망 구축 △정치‧군사‧재난·보건 등 안전핀 체계를 겹겹이 조성한 비상연락체계 2.0 구축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을 중단 및 축소하는 것을 포함한 비가시화·저강도화 △9.19 군사합의 완충구역 내 선제적 조치를 통해 접경지역 군사활동 및 군사훈련 조정 등을 제시했다.

이어 그는 1~3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남북간 위기관리 장치를 유지하기 위한 '남북소통기본법' 제정 △DMZ 남측 지역 지뢰 제거 시작 △국방비를 '평화안보국방' 예산으로 전환 △국민참여형 평화안보정책 플랫폼 구축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다 장기적인 3~5년 정도의 프로젝트로 김 교수는 위기관리 인프라 상설화 및 중·러, 유엔 등과 연계한 한반도 평화안보 다자협의체 구성을 추진하는 '한반도 평화안전기구(K-Peace Security Hub)' 설립을 제안했다.

그는 "남북관계 없는 평화도 가능하다"며 "탈상호주의가 북한 배제나 단절이 아니라 우리 주도의 생존형 평화전략으로 대화의 조건을 기다리지 말고, 대화 없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대화가 없어도 위기를 통제할 수 있고, 협상이 없어도 충돌을 회피할 수 있는 구조적 안전장치부터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전략적 평화'가 지금 필요한 국가 전략이다.이는 평화는 평화를 믿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작동하게 만드는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18일 김대중 도서관 국제회의실에서 자주통일평화연대와 더불어민주당 이용선‧송재봉 의원,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 진보당 정혜경 의원 및 국회 외평포럼이 공동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 정부의 역할'을 주제로 한 6.15 선언 25주년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자주통일평화연대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