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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가 아니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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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가 아니라 시간이다

조하연 작·김창배 연출, 시치유음악극 《눈물이 방긋》…오는 7월 성미산마을극장서 공연

우리는 흔히 상처받은 사람에게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네곤 한다. 그러나 이처럼 쉬운 위로와 격려의 말이 그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그저 ‘빨리 상처를 이겨내고 일어서라’고 극히 상식적인 처방전을 내밀 뿐이다. 수용자 입장이 아닌 제공자 입장의 처방전, 그렇기에 공허한 염불에 지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렇다면 상처받은 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오랜 시간 동안 상처받은 청소년들과 함께 대화하며 문학을 공부하는 활동을 진행해온 조하연 시인은 “중요한 것은 시간”이라고 말한다.

상처 받은 이들을 위한 사회적 혹은 법률적 해결 방안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 그것과는 다른 방향에서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해와 포용, 긍정과 동의를 전제로 상처받은 곳에 스스로 새살이 돋아날 때까지 서두르지 않고 기다려주는 든든한 친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2019년, 자신의 이야기와 그간 만났던 여러 아이들의 마음을 손으로 직접 더듬어 이를 시로 담아낸 동시집 《눈물이 방긋》을 출간했던 조하연 시인이 그동안의 경험과 활동을 기반으로 동명의 시집을 극화한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시치유음악극 《눈물이 방긋》이 바로 그것이다.

▲동시집 《눈물이 방긋》 표지.ⓒ문화예술협동조합 곁애

시치유음악극 《눈물이 방긋》이 오는 7월 5일과 6일,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극장 ‘향’에서 이틀간 관객들을 만난다.

지난 2020년 제9회 성미산 동네연극축제 개막작이자 초청작으로 초연을 올린 이후 여러 차례 공연을 진행한 바 있는 《눈물이 방긋》이 이번에 새로운 캐스팅과 음악으로 수정 보완해 다시 무대에 올려지는 것이다.

《눈물이 방긋》은 “상실 이후, 다시 삶을 짓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죽음, 이별, 상실을 통과한 이들이 서로의 오늘이 되어가는 여정을 시와 음악, 연극의 형식으로 풀어낸다. 등장 인물의 정서적 궤적을 따라, 죽음 이후에도 계속되는 사랑과 회복의 시간을 천천히 걷는다. 각 장면마다 시인의 언어가 내장되어 있고, 감정의 골짜기를 건너는 순간마다 음악이 함께 흐른다.

조하연 시인은 “이 공연은 위로를 선언하지 않습니다. 슬픔은 사라지지 않기에, 그 곁에 노래가 피어나도록 두었을 뿐입니다.”라고 말한다.

곁에서 기다려주는 묵묵하지만 믿음직한 친구, 그 친구가 때론 문학이 되고 시(詩)가 되고 연극이 되고 노래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운율과 음율과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관객들은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귀가한 후에도 노래가 이어지고 꽃이 피어나고 삶은 계속되고 시간이 흐르는 과정 속에서 마음의 상처에 새살이 돋아나고 있음을 스스로 인지하게 된다.

외과의사의 날카로운 메스에 피를 흘리지 않아도, 강한 항생제로 위장이 아프지 않아도, 누구에게 기대지 않고 나 자신의 힘으로 서서히 일어서는 날이 온다고 작가는 말한다.

시치유음악극 《눈물이 방긋》은 향후 지역 순회공연과 치유문학 프로젝트와의 연계도 검토 중이다. 이 작품은 죽음을 말하지만, 끝을 그리지 않는다. 이별 이후에도 계속되는, 우리의 오늘이 무대에서 피어난다.

▲시치유음악극 《눈물이 방긋》 포스터.ⓒ문화예술협동조합 곁애

이번 공연은 7월 5일(토) 오후 5시, 6일(일) 오후 4시,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극장 ‘향’에서 이틀간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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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환

경기북부취재본부 이도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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