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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란 충돌에 잊혀지는 팔 가자지구…"우리가 사람이긴 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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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란 충돌에 잊혀지는 팔 가자지구…"우리가 사람이긴 한가요?"

배급소 가는 길에 이스라엘군 총격·공습으로 매일 수십 명 사망…유엔 보고서 "2024년 아동 인권 침해 가자지구서 가장 심각"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며 이스라엘이 공격하고 있는 또 다른 지역인 가자지구에 대한 관심은 줄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제한적 식량 공급만 허용 중인 가운데 구호품을 구하던 주민들이 총격을 받아 숨지는 비극이 연일 발생 중이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분쟁 지역 아동 폭력이 전례 없는 수준에 올라섰고 가자지구에서 가장 심각했다.

19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가자지구 의료진에 따르면 이날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 총격과 공습으로 적어도 51명이 숨졌고 이 중 12명은 가자지구 중부의 가자인도주의재단(GHF) 배급소로 향하던 길에 살해됐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중부 네차림 지역에서 "용의자들"이 군에 접근하려는 시도가 있어 경고 사격을 가했으며 부상자 발생 상황은 파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가자지구 북부 베히트라히야에 거주하는 힌드 알나와즈하(38)는 네 자녀를 먹이기 위해 매일 죽음을 무릅쓰고 몇 킬로미터(km)를 이동해 배급을 받으러 향한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그는 여동생과 함께 근처에서 들리는 총격 소리에 수시로 근처 잔해 더미에 몸을 숨기며 이동한다. 그는 "식량을 가지고 돌아오면 아이들은 행복할 것이고 수의에 싸여 돌아오면 아이들은 운다. 음식을 못 구한 채 돌아와도 울 것"이라며 "우린 학살되고 있다. 계속 이럴 순 없다"고 호소했다.

가자인도재단은 이스라엘이 지난 3월부터 5월 중순까지 가자지구에 식량 공급을 완전히 끊은 뒤 5월 말부터 미국과 이스라엘 주도 아래 가자지구에 제한적으로 식량을 공급하고 있는 단체다. 이스라엘이 기존 유엔(UN) 배급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로 흘러 들어간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방식의 구호가 시작됐다.

전쟁 전부터 이 지역에 구호를 제공해 수백 개의 구호 지점이 있는 유엔에 비해 가자인도재단은 보안을 이유로 가자지구 중부 및 남부를 중심으로 단 몇 곳의 배급소만 운영 중인데 이곳으로 향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인근에 배치된 이스라엘군에 살해됐다는 소식이 연일 들려오며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17일엔 유엔 구호물품을 기다리던 가자지구 주민들에 이스라엘군이 발포해 59명이 무더기로 숨지기도 했다. <로이터>는 이날 남부 칸유니스에서 구호품을 얻고자 수천 명이 모인 가운데 이스라엘 전차(탱크)가 이들에 적어도 두 발을 포탄을 쐈다고 목격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의료진은 이 사건으로 적어도 59명이 죽고 221명이 다쳤으며 그 중 20명은 중태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군의 화기 발사로 부상자가 발생했다는 보고를 인지하고 있으며 사건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P>는 이 사건 사상자가 이송된 칸유니스 나세르 병원에서 형제와 조카를 찾던 사마헤르 메크다드가 "우린 사람이 아닌가"라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사건을 목격한 살림 압둘 카림(32)은 <뉴욕타임스>(NYT)에 "너무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친 걸 봤다. 달아나야 된다는 생각 뿐이었다"며 "구호품을 받으러 두 번째 나간 거였고 첫 번째는 허탕이었다. 그걸 본 뒤로 다시는 (배급 받기를) 시도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17일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제한적 식량 공급이 허용된 5월 말 이후 구호품을 받기 위해 나선 팔레스타인인 397명이 사망하고 3000명 이상이 다쳤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도 계속되고 있다. <로이터>는 19일 의료진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북부 공습으로 39명이 숨졌고 이 중 19명은 샤티 난민촌 폭격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은 이스라엘 공습이 샤티 난민촌에 1년 반 만에 전기가 들어와 주민들이 전자기기 충전을 위해 모인 가운데 이뤄졌다고 전했다. 의료진에 따르면 이날 북부 자발리아에서도 주택 여러 채가 공습 피해를 입었고 적어도 14명이 숨졌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2023년 10월7일부터 이달 19일까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 5만5706명이 죽고 13만101명이 다쳤다. 전쟁 전 가자지구 인구는 약 220만 명으로 1년 8개월 만에 인구의 2.5%가 사망한 것이다.

이스라엘 공격으로 연일 수십 명이 사망하는 가운데 가자지구 주민들은 이스라엘과 이란 충돌로 가자지구의 고통이 잊힐까봐 우려하고 있다. 18일 <로이터>는 북부 가자시티 주민 아델이 "가자지구에서 사람들은 밤낮으로 학살되고 있지만 관심은 이란-이스라엘 전쟁으로 옮겨졌다. 최근 가자지구에 대한 뉴스는 거의 없다"고 걱정했다고 전했다. 북부의 다른 주민 샤반 아베드(47)도 "우린 잊히고 있다"며 "가자지구 전쟁을 끝낼 포괄적 해법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19일 공개된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분쟁 지역에서 아동 폭력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늘었고 가자지구는 이러한 폭력이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펴낸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유엔은 2024년 살해, 상해, 성폭력, 학교 및 병원 공격 등 어린이에 대한 중대한 인권 침해를 4만1370건 확인했다. 2023년보다 25% 증가한 수치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분쟁 지역에서 1만1967명의 아동이 살해되거나 부상을 입었고 아동에 대한 인도적 접근 거부 사건이 7906건 확인됐다.

유엔은 보고서에서 이스라엘군이 지난해 가자지구에서 아동 1259명을 살해하고 941명을 다치게 하는 등 7188건의 중대한 아동 인권 침해를 저질렀다며 이스라엘군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구테흐스 총장은 "점령된 팔레스타인 영토와 이스라엘에서 발생한 어린이에 대한 심각한 폭력의 강도에 경악했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에 공격 때 민간인과 전투원을 구분하고 어린이, 학교, 병원에 대한 특별한 보호를 요구하는 국제법을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가자지구에 이어 지난해 콩고민주공화국(4043건), 소말리아(2568건), 나이지리아(2436건), 아이티(2269건)에서 중대한 아동 인권 침해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

러시아가 침공한 우크라이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인권 침해도 지난해 1914건 확인됐고 러시아군 및 연계 무장 단체도 이 보고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전날 구호품을 구하려다 이스라엘 총격에 죽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장례식이 1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알시파 병원에서 열려 주민들이 슬퍼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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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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