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거시경제의 안정적 운용과 경제정책의 합리적 조정, 국가재원의 효율적 배분과 재정 건전성 확보,공공기관의 혁신, 합리적 조세정책, 국제금융 · 대외협력 강화를 통해 대한민국 경제의 내일을 책임지겠습니다."
기획재정부 홈페이지에 들어 가면 '일반현황'란에 명시돼 있는 기재부를 소개하는 글이다. 이 가운데 '국가재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부분에 눈길이 간다.
과연 그럴까?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의 조직개편 후보 군에 기획재정부가 1순위로 거론된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 19일, 이재명 정부의 정책 설계를 맡은 국정기획위원회는 지난 정부의 재정.정책 컨트롤타워였던 기획재정부에 대해 "거취 문제로 일을 안 하는 것 사실상 '태업'"이라는 표현까지 언급했다.
그러나 '조직개편' 가능성 때문에 어수선한 분위기여서 일을 하지 않은 데 대한 질책 뿐 이었을까?
'국가재원의 효율적 배분'이 주요 기능 가운데 '하나'인 기재부는 실제로는 그렇지 않고 '정권의 눈치보기'에는 재빨랐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23년 8월, '새만금 잼버리' 파행 직후 2024년 새만금 주요SOC 예산을 순식간에 78%, 5100억 원을 삭감한 일이다.
각 부처에서는 2024년 새만금 예산으로 6626억 원을 기재부에 올렸지만 기재부는 무려 5147억 원을 싹둑 '칼질'해 1479억 원만 국회에 올린 것이다.
이유는 새만금에 대한 '빅픽처'를 다시 그리기 위한 것이라는 당시 한덕수 총리의 딱 한마디 말 뿐이었다.
전북에서는 "잼버리대회 파행에 대한 정부의 보복 칼질이냐?"며 거센 항의가 빗발쳤지만, 주요 국책사업이며 국토균형개발사업에 대한 국가재원의 효율적 배분을 하겠다는 기재부는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이로 인해 탄력을 받기 시작하던 새만금 사업은 한 순간에 날개가 꺾인 채 추락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기재부의 업무와 기능이 '국가재원의 효율적 배분'이 아니라 '정권 눈치보기'에 급급해 '주먹구구식'이라는 대목을 엿볼 수 있는 일이 벌어졌다.
새만금에서 한 순간에 사라진 '5000억 원'은 어디로 갔을까?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당시 가덕도신공한 건설 사업의 2023년 예산은 130억 원이었다. 그런데 새만금은 무려 5147억 원의 예산이 부처 간 합리적이고 적절한 논의 과정이 생략된 채 순식간에 삭감된 데 상황에서, 가덕도신공한 건설 사업은 2023년도 예산 135억 원에 비해 2024년도 예산은 41배, 무려 5228억 원이 늘어난 5363억 원이 편성된 것이다.
새만금에서 칼질 당한 예산 5147억 원에 웃돈(?)까지 붙은 국가재원이 가덕도공항 건설사업 예산으로 그대로 옮겨 가 편성됐다고 합리적 의심(?)을 해 볼 수 도 있다.
당시 윤석열 전 정권은 2030부산엑스포 유치에 열을 올릴 때였다. 물론, 결과는 수천 억 원의 유치 예산을 쓰고도 119대 29의 처참한 성적으로 유치에 실패했다.
가덕도신공항 개항 시기도 새만금국제공항 개항 시기인 2029년 말로 앞당겼다. 2030부산엑스포 유치를 염두에 둔 조치였다. 8000억 규모의 새만금국제공항과 14조 규모의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의 개항시기가 우연히도 '2029년 말'로 같다.
당시에 전북 정치권에서는 "윤 정부의 새만금 예산 보복 중심에 무소불위(?)의 기재부가 있다"는 말이 터져 나왔다.
불가사의(?)한 일이 또 벌어졌다.
올해 1조 원 가까이 배정했던 가덕도신공항 건설 예산을 절반 가량 깎는다고 한다. 올해 가덕도신공 건설에 배정됐던 예산은 9640억 원으로 이 가운데 5200억 원을 불용예산 처리한다는 것이다.
부산지역에서는 지금 난리가 났다. 새만금 예산 5100억 원이 영문도 모른 채 칼질 당할 때 전북도 마찬가지였다.
기재부는 "국토교통부가 어쩔 수 없이 (공사 진행)중단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올해 관련 예산을 집행하기가 어려워 추경을 통한 감액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경에는 가덕신공항건설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현대건설이 개항시기를 놓고 2년 연장을 요구하다가 관철되지 않자 사업에서 발을 빼면서 비롯됐다.
물론 처음부터 기덕도신공항 개항시기를 부산엑스포 개최시기였던 2030년에 맞추기 위해 당초 2035년보다 5년이나 앞당기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같은 사실에 대해 기재부는 전혀 파악해 보지도 않고 모르고 있었을까?
"안전과 품질 확보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공기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 "사익 때문에 국책사업 지연 및 추가 혈세 투입을 조장하고 있다는 부당한 오명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현대건설의 입장을 돼새겨 봐야 한다.
'국가재원의 효율적 배분'을 한다는 기재부는 이제라도 입장을 밝혀야 한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을 5년 안에 끝내고 과연 2030년에 개항이 가능하다고 봤는지, 아니면 현대건설이 발을 빼니까 이제 서야 그것을 핑계로 불용예산으로 처리하는 것인지 분명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 또 하나, 새만금 예산 '칼질'에 대해서도 '양심선언'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서는 '국가재원의 효율적 배분'이 아니라 '정권의 눈치보기 재원분배'에 앞장섰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으며, 기재부가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의 조직 개편 1순위로 거론된다 한 들 누군들 동정의 눈길을 보낼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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