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불참을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대통령의 광주 방문에 대해 급한 일이 아닌 것 같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그런데 일본과 호주 총리가 모두 불참했고 IP4 국가 중에 유일한 정상급 참석 인사였던 뉴질랜드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지 못했다.
2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국민의힘 김건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화란(네덜란드)의 야당 대표도 만났더라. 우리 대통령께서 이번에 나토 정상회담을 가졌으면 한미 정상회담을 가지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불참을 언급헀다.
이에 대해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제가 여기서 말씀을 드리기가 어려운 점은 있는데 여건 자체는 그렇게 정식 회담을 갖기에는 수월한 상황은 아니었다"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네덜란드 야당 대표도 만난다는데 대한민국 대통령을 시간이 없어서 못 만난다는 뜻이냐"고 묻자 박 1차관은 "여러 가지 미측과 소통을 한 상황에 따른 판단"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미국과 소통해 보는데 확정이 될지 안 될지 좀 모르겠으니까 아예 위험 요소를 피하기 위해서 안 가셨다는 이야기냐"라고 묻자 박 1차관은 "어떤 그런 단일 요소에 의해서 내려진 결정이라기보다는 국정 전반과 외교를 따져서 한 종합적 판단"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김 의원은 "그 종합적 판단을 국민들이 납득을 못 할 것 같다. 국내 일정 뭐 이렇게 얘기하셨는데 광주 가셨지 않았나? 광주 가시는 건 그렇게 급한 거 아닌 것 같고"라며 대통령의 국내 일정의 중요성 여부에 대해 문제 삼았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울산과 광주 등 지방을 방문해 '타운홀 미팅' 형식의 만남을 가지는 것을 두고 "대통령이 각 지역을 순방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서 지역 지역용 선심 공약을 하며 선거 운동하고 계시는데, 무슨 긴급한 현안이 있었냐"며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정도의 긴급한 일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외통위 위원들은 23일 이 대통령의 불참을 문제 삼으며 한국만 빠지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는데, 나토의 인도·태평양 파트너국인 'IP4'(Indo-Pacific 4)의 네 나라 중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호주도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뉴질랜드의 크리스토퍼 럭슨 총리만이 네 나라 정상급 인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이번 회의에 참석했는데,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은 성사되지 않아 "한미 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기회" 였다는 야당의 지적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관측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뉴질랜드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나?"라고 물었고 박 1차관은 "만나지 못했다"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IP4 국가들이 초청이 되기는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하고 회담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됐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번에 나토 회의의 가장 중요한 안건은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로 증액하는 것이었다. 만약 우리가 이번에 나토 회의에 직접 가서 갑자기 청구서를 직면하게 되는 상황이 왔다면, 우리는 60조 원인 국방 예산을 두 배 넘게 올려야 해서 130조 원 정도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런 위험성도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여러 고민을 한 것 같다"며 "우리가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라는 차원에서 보면 회피하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속도 조절 혹은 다양한 가능성을 보고 판단하는 건 옳지 않을까? 국민들도 충분히 납득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은 "우리가 나토 회원국도 아니고 나토 정상회의는 G7(주요 7개국)과는 달리 군사동맹 성격의 회의"라며 "만약 나토 정상회담을 가게 됐다면 추경 시정연설도 밀렸을 거고 각료 인선도 상당히 지연됐을 것이다. 이런 점들을 생각한다면 나토 정상회담에 가지 않는 결정을 한 것은 정부 입장에서는 좀 불가피한 거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우리뿐만 아니라 일본과 호주가 함께 불참한 것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이번에 확인한 것이 결국 공존이다. 비슷한 입장에 있는 호주나 일본과 (우리가) 같이 움직였다는 건 외교적 성과고 향후에도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23일 일본 TBS 방송은 이시바 총리의 나토 정상회의 불참 소식을 전하며 "나토가 인도·태평양 파트너로 평가하는 4개국(IP4) 회동이 메인인데 이(국가들) 중 한국이 불참하는 것도 감안한 판단으로 보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관세 유예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번 관세 협상은 좀 천천히, 다른 비슷한 처지(에 있는 국가들)과 연대하는 방법을 모색해 줬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연시키는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지만 실질적으로 지연시키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국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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