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6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고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국정원1·2차장을 포함한 핵심 차관급 인사를 발표했다. 법무부 장관에 정성호 의원, 행정안전부 장관에 윤호중 의원을 지명하는 등 여당 중진 정치인들의 입각이 눈에 띄었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는 기재부 관료 출신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이 지명됐다. 이 대통령은 이로써 19개 장관급 정부부처 중 17개 부처 수장 인선을 마쳤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29일 오후 인선 발표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오늘 6개 정부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고 밝혔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이진숙 교육부 △정성호 법무부 △윤호중 행정안전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다.
강 비서실장은 먼저 구윤철 경제부총리 후보자에 대해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2차관 및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한 자타공인 정책통"이라며 "국가 재정은 물론 정책 전반에 대한 높은 전문성을 토대로 대한민국 성장의 길을 찾을 적임자"라고 지명 이유를 설명했다. 구 후보자는 행시 32회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거의 5년 내내 파견 근무를 하고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까지 지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기재부 요직인 예산실장을 거쳐 기재부 2차관, 장관급 국무조정실장을 지냈다.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전 충남대 총장으로, 충남대 모교 출신 첫 여성 총장을 역임한 분"이라며 "충남대 공과대학장과 대통령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지난 대선에서는 대통령의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 추진위원장을 맡았다"고 강 실장은 소개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국회 사법개혁특위 위원장, 형사사법체계개혁특위 위원장, 법제사법위원 등을 역임해 사법 개혁에 대한 광범위한 이해와 정책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윤호중 행안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정책통이며, 보수적 관료체계를 가치지향적이고 실용적 시스템으로 변화시키는 한편 폭넓은 소통으로 중앙과 지방이 협업하는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특히 여당 중진인 이들 2명의 장관 후보자는 해당 부처 수장의 역할과 함께, 국무회의 내에서 민심을 짚어 소신 발언을 하거나 당정 간의 가교 역할을 하는 등 정무적 역할도 겸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38년 지기인 정 후보자는 '친명 좌장'으로 꼽히는 가운데도 당내 강경파들에 대해 오히려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는 등 이 대통령과 친명 세력에 대해 쓴소리를 꾸준히 해왔다.
산업부 장관 후보자인 김정관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에 대해서는 "기획재정부 정책기획관을 거쳤으며, 한국은행 근무 당시 특별 공로상을 받는 등 열정 있는 관료로 인정받았다"고 강 실장은 소개했다. 코로나19 방역의 아이콘이었던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은 복지부 장관에 지명됐다.
강 실장은 "구윤철, 이진숙, 정은경 후보자는 국민 추천제를 통해 다수 추천이 접수된 인물"이라며 "6명의 장관 후보자는 전문성과 혁신성을 겸비한 분들로서 국민들께 성과와 효능감을 보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장관급 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장에는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 대통령과 경쟁했던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위촉됐다.
지난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외교부·통일부·국방부·국가보훈부·환경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해양수산부·중소벤처기업부 등 10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고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시킨 데 이어, 이날 6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추가로 지명함으로써 19개 부처 가운데 17개 부처 수장 자리가 정해졌다. 남은 2자리는 문화체육관광부·국토교통부 2자리다.
현재까지 지명되거나 유임된 장관·장관후보자들 중 여성 비율은 이진숙(교육) 정은경(복지) 강선우(여성), 한성숙(중기벤처), 송미령(농식품) 등 17명 중 5명(29.4%)이다.

차관급 인사도 눈길을 끌었다. 역대 정부에서 '실세 수석'으로 꼽힌 민정수석비서관에는 봉욱 전 대검 차장이 임명됐다. 강 실장은 봉 신임 민정수석에 대해 "법무부 인권국장과 대검찰청 차장을 역임한 분으로, 겸손하고 온화한 성격으로 검찰 내외부에 신망이 두터우며 정책 기획 역량이 탁월하다는 평"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강 실장은 "검찰개혁 등 핵심 과제에서 강한 추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차명 부동산 등 논란으로 사퇴한 대구지검장 출신 오광수 전 수석에 이어 연거푸 검찰 고위직 출신을 민정수석으로 기용한 셈이다. 검찰개혁은 검찰을 잘 아는 내부 출신 인사에게 맡겨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라는 풀이가 나온다.
경청통합수석(기존 시민사회수석)에는 전성환 전 세종시교육감 비서실장이 임명됐다. 대통령실은 "시민운동과 공공기관장 및 지방공무원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우리 사회의 낮고 작은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 온 인물"이라며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경청과 통합의 역할을 다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국정원 1차장에는 이동수 전 해외정보국 단장, 2차장에는 김호홍 전 대북전략단장, 기획조정실장에는 김희수 변호사를 임명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유임됐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에 이어 윤석열 정부 고위직 공무원이 유임된 2번째 사례다. 강 실장은 "오 처장은 산업계와 학계, 관가를 두루 거친 전문가이며 해당 분야에서 보여왔던 역량을 고려했다"며 "무엇보다도 유능함을 고려하겠다는 대통령의 뜻이 반영됐다"고 했다.
이밖에 법무부 차관에는 이진수 대검 형사부장이, 과기부 2차관에는 류제명 네트워크정책실장이, 산업부 2차관에는 이호현 에너지정책실장이, 복지부 2차관에는 이형훈 한국공공조직은행장이, 국토부 1차관에는 이상경 가천대 교수가 이날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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