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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러시아 보다 10배나 더 쓰는데… 나토 국방비 '5% 합의'를 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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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러시아 보다 10배나 더 쓰는데… 나토 국방비 '5% 합의'를 개탄한다

[정욱식 칼럼] 보건 예산 줄이고 기후위기 재앙 부르는 나토의 역대급 군비 증강

6월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5%를 핵심적인 국방 요구와 안보와 관련된 지출에 투자하기로 서약한다"고 합의했다. 현재 GDP 대비 2.2% 수준인 방위비를 매년 대폭적으로 늘려 2035년까지 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5%라는 수치는 무기·장비와 병력 확충 등 직접적인 군사력 증강에 3.5%를, 사이버 안보와 송유관 보호, 그리고 각종 군사 인프라 구축 등 포괄적인 방위 대책에 1.5%를 책정하면서 나온 것이다.

이는 5%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나토의 집단방위 의무를 재고할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및 유럽의 자주국방 열망이 화학작용을 일으키면서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합의의 최대 승자는 트럼프이고 나토는 집단 방위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러시아가 가하는 장기적 위협"에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고 자신한다.

이번 합의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선언이다. 이에 따라 5% 달성은 불분명하다. 그렇지만 나토의 역대급 군비증강은 대세로 굳어지는 모양새이다. 그리고 이미 전쟁과 군비경쟁이 지구촌을 휘감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최대 동맹체인 나토의 급격한 군비증강의 부정적 파장은 지구촌 곳곳에 퍼지게 될 것이다.

당사자인 유럽과 미국의 보건·복지·교육을 비롯한 민생의 후퇴, 대외 원조 급감에 의한 개발도상국의 빈곤 악화, 그리고 군사 부문의 탄소 배출 급증과 기후재원의 축소로 인해 기후위기 악화 등 전방위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페인 총리 페드로 산체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5% 목표를 받아들인다면, 스페인은 2035년까지 국방에 추가로 3,000억 유로를 지출해야 한다. 그 돈이 어디서 나오겠는가? 보건과 교육 예산을 삭감해서일 것이다." 이건 스페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또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의 상당수 국가들도 방위비 충당을 위해 대외 원조를 줄이겠다고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이미 '위기'를 지나 '재앙'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기후변화에도 기름을 붓게 될 것이다. 네덜란드의 초국적 연구소(Transnational Institute) 주도로 작성된 보고서에 따르면, 나토의 방위비가 2030년에 GDP의 3.5%에 도달할 경우 나토 군사 부문의 2026〜2030년 누적 탄소 배출량은 23억3천만 톤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브라질과 일본의 연간 배출량을 합한 규모와 비슷하다.

그렇다면 나토의 대규모 군비증강은 불가피한 일일까? 나토가 '주적'으로 삼고 있는 러시아와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스웨덴의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2024년 세계 군사비 현황'에 따르면, 2024년 나토 회원국 전체 방위비는 1조5060억 달러로 전 세계 군비의 55%를 차지했다. 약 1500억 달러를 지출한 러시아의 10배가 넘는다. 나토 비회원국이면서도 러시아와 전쟁 중에 있는 우크라이나도 약 650억 달러를 군사비로 지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토가 앞으로 10년간 방위비를 GDP 대비 5%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2035년 나토의 방위비는 얼마나 될까? 나토의 2024년 방위비가 GDP 대비 2.2%였고, 향후 10년간 연평균 GDP 성장률을 2%로 가정해서 계산해봤다. 결과는 4조25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왔다. 나토 회원국 모두가 이 정도 수준으로 방위비를 늘릴 가능성은 없다고 하더라도 천문학적인 예산이 군사 부문에 투입될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렇게 '군사화된 나토'에선 극우화가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될 것이다. 지구가 거주 불능의 땅이 될수록 난민 문제도 심각해질 것이다. 나토의 급격한 군비증강이 나토 회원국 자신을 포함해 지구의 미래를 위해 결코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선택의 책임을 러시아로만 돌리기에는 유럽과 지구촌의 치르게 될 대가가 너무나도 클 것이기에 하는 말이다.

공교롭게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역선택'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6월 27일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유럽은 국방비 지출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그렇게 하도록 하라"며, "우리는 내년부터 3년간 국방 지출을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특별군사작전'이 장기화되어 국방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재정 압박과 물가상승을 겪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내놓은 입장이다.

나토는 5% 인상 계획을 재고하기 위해 이 입장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나토가 대규모 방위비 증액 계획을 발표하자 군비경쟁을 할 처지가 안 되는 러시아가 방위비 감축 계획을 내놓은 것'이라고 해석해도 좋다.

▲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최근 신간 <달라진 김정은, 돌아온 트럼프>를 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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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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