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6.4 새 정부 출범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세월호 진상규명을 약속했다. 대통령 개인의 생각이 어떤지 알 수 없지만, 유가족들 앞에서 호언장담하고 책임지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과는 달리 말로만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동안 민주당은 문재인 정권(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이하 사참위)에서 진상규명의 책임을 지지 않은 것을 인정해야 해선지, 이재명 대통령이 당의 대표로 재직 중이었던, 지난 10주기에도 진상규명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안전한 나라로 만들겠다'고만 했다.
내란사태 이후 시민들이 다시 정치의 중심에 서면서 진상규명의 기회가 열렸다고 본다. 내란극복과 함께 새 정부가 이뤄야할 사회대개혁 과제들 중에 11년이 지나도록 안된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대통령이 분명히 한 것은 너무도 반가운 일이다. 304명의 국민의 생명을 앗아간 사건의 온전한 진상규명이야말로 민주주의의 확실한 토대를 놓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하지만, 두 차례 조사(선체조사위원회(이하 선조위), 사참위)가 모두 논란구도를 특징으로 하는 사고원인의 경우, 자칫 추가조사에도 밝히지 못할 수도 있다. 특히 정부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진상규명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추가적 진상규명은 논란을 검증하고 미조사 사항은 추가 조사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동안의 조사의 성과를 교두보 삼아 전진하려 해야하며(반동에 대해서는 당연히 그 성과를 지키내야 한다), 특히나 그동안 아쉬웠던 정부의 권한을 가지고 지금까지 조사기구가 접근할 수 없었던 관련 자료와 정보에 반드시 접근해야 한다.
마지막 조사기구인 사참위의 조사관들이 3년 6개월여 조사해 내놓은 조사결과들을 보고, 침몰원인 규명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필요가 있는지 설명해보려고 한다.
2. 먼저 사회적으로 정확히 알려질 필요가 있다 보는 사참위 조사관들의 결론, “내인설의 증거가 없고, 내인설로 침몰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고, 외력은 집적접 증거가 없어 확정할 수 없고 다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가능성이 매우 높다.”에 대한 설명부터 해보겠다.
그전에 내인설'에 대한 이해부터 필요로 하니, 간단히 내인설의 원리부터 보자. 한마디로 '내인설'='복원성 사고'인데, 배가 오뚜기처럼 기울었다 돌아오는 성질인 복원성이 국내 도입 후 상부 증개축에 의해 배의 무게중심이 올라가 크게 악화되었다는 것을 바탕으로 한다. 또 복원성은 같은 조타각에서 복원성 수치에 따라 기울기가 달라지는데, 2014. 10 검경합수본부는 조타수가 실수로 급변침(전타)해 고박되지 않은 중량화물이 이동할 정도로 배가 급격히 기울었고 최종 화물이 쏠려 복원성을 상실했다고 했다. 그러나 조타수의 책임은 법원에서 조타장치나 엔진 고장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무혐의 처리된다.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의 내인설측은, ①인양된 세월호의 조타장치에서 솔레노이드밸브의 철심이 눌려져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고착'(작동불능)으로 보고 급선회를 가져온 요인으로 지목한다. ②복원성은 운항하지 말았어야 할 정도로 매우 나쁜 상태였다고 추정하고, ③ “화물이동에 의한 횡경사 모멘트 시나리오로서 유일해 보인다”며 1충 화물칸(D데크)에서 최초 중량화물이 이동해 '쾅'소리를 발생시켰다고 추정했다.
사참위 조사관들의 결론은 결국 위의 주장 혹은 추정들이 조사결과 사실과 달랐다는 것이다. ①조타장치 고장에 따른 우현급선회 주장은 사고당시 세월호의 방향타가 우현 전타가 아닌 좌현8도에 있었던 상황까지 재현할 수 있어야 했지만, 정밀조사 끝에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확인했고, 심지어 철심눌림이 사고와 무관한 시점에 특정 원인으로 발생한 것까지 해명했다. ②복원성은 조사방법론에서 내인설이 틀렸고, 열린안이 옳았으며, 그 결과도 선조위 열린안과 유사한 것으로 재확인하였다. ③선조위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던 1층 화물칸의 화물의 움직임을 사참위가 3분 8초간 추가 복원한 CCTV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지만 '꽝'소리 시점의 화물이동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음은 조사관들의 결론에서 (군의 정보접근 제약 등 권한의 한계 등으로) 외력의 직접적 증거(동영상, 사진, 증인 등)를 찾지 못해 확정할 수 없지만,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 이유이다.
△핀안정기가 25도 이상 회전할 수 없지만 실제로는 무려 50.9도나 돌아가 있었고 이는 154tm의 힘이 가해져야 하는 것이 실험에서 확인되었다. △좌현 핀안정기실 주위에 집중된 파단 중 세로로 설치되는 리프팅 빔으로 설명되지 않는 가로 파단과 덴트는 외력의 증거라고 분석됐다. △선적된 어떤 차량도 움직이지 않았던 시점에 발생했던 '꽝'소리는 소리 비교분석 결과 핀안정기 날개가 25도라는 임계각을 넘어서며 과회전되는 순간 발생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민간의 조사들도 조사관들의 결론의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는 것도 소개한다. 외력설을 줄곧 주장해온 김관묵 교수(이화여대 나노화학부)는 선조위 열린안과 사참위의 복원성이 매우 보수적으로 잡힌 것이고 실제로는 보권성이 더 높았다는 실증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그리고 사참위가 발표한 횡경사 추이가 용역기관의 실수에 의해 전체적으로 높게 나왔다고 주장한다. 사참위는 추가 복원한 CCTV에 나오는 매점의 인터폰 선의 기울기를 통해 횡경사 추이를 분석했는데 인터폰은 천정의 CCTV에서 내려다보고 있어 각도의 왜곡이 생기지만, 이를 제대로 보정하지 않고 그대로 측정했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끝으로 사참위는 중요 조사과제로 삼았지만, 최종 보고서로 제출되지 못한 '침수경로와 횡경사의 상관관계'는 반드시 추가조사가 필요한 사항인데, 이 역시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사참위 조사관들에 따르면 선조위 시절 마린의 침수실험에서 지적된 사항인데, 세월호는 실험할 때마다 매번 선수방향으로 기우는 현상을 보여주었지만, 사고당시 세월호는 거의 평형상태로 기울었다. 그래서 마린은 모형 선박의 무게중심을 뒤쪽으로 이동해 실험하였다고 한다. 또한 사참위는 선조위가 지목한 침수로인 C데크의 환풍구와 E데크 핀안정기실 사이의 통풍관에서 팬의 존재를 확인했고, 이를 반영한 침수량 계측 결과, 중간보고는 유량계수(CD)가 0.1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연구용역기관은 최종 유량계수의 정확성을 신뢰할 수 없다고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중간보고는 다른 한 가지 놀라운 내용을 포함했는데, 핀안정기실쪽 파단을 통해 해수가 선체의 기관실(후미쪽)로 유입될 경우 선체가 선수방향으로 기울지 않고 평형상태로 기운 실제 상황을 재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이는 연구용역 기관의 보고서 자체 폐기로 미 조사사항으로 남은만큼 반드시 추가조사 되어야 한다.
3. 그런데 이러한 조사관들의 결론은 사참위 보고서의 최종 결론이 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위원회가 의뢰한 대한조선학회 해양안전위원회의 자문과 네덜란드 마린의 보고서 때문이었다. 그들은 공히 외력의 직접적 증거가 나오기 전에는 내인설에 기초해야한다며, 외력 가능성을 배제하고 다른 가능성들을 추정했다. 핀안정기 과회전의 경우, 배의 착저과정이나 수중 회전과정에서 발생했을 수 있고, 파단과 덴트(움푹 패임)의 경우, 착저 시 수중 암반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착저 등에서 핀안정기의 과회전이 발생할 수 없다는 것이 조사관들의 조사결과였고, 조사결과 수중 암반은 존재하지 않았다. 위원들은 그럼에도 최종 결론을 "외력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외력이 확인되지 않았고, 다른 가능성을 배제할 정도에 이르지 못했다"로 대폭 삭감했다.
반면 조사관들은 자문과정에서 제기된 핀안정기 추돌만으로는 1만톤급 선박의 급선회와 급횡경사를 설명할 수 없다는 반박에 대해선 합리적이라고 수용하기도 했지만, 잠수함 운항불가 지역이라거나, 복원성이 운항불가 수준으로 나빴을 것이라거나 등의 반론들은 사실과 다른 추정에 불과하다고 재반박하고, 자신들의 '외력가능성 높다' 결론을 유지했다. 지면상 보고서 부록의 구체적 논란은 생략한다.
4. 마치며
이런 애매한 상황에서 사참위 후 진상규명의 공백상태는 국가로 하여금 사참위 조사결과를 묵살하고 일관되게 내인설 입장을 다시 반복할 수 있게 했다. 지난해 11. 26 해수부 산하의 목포해양안전심판원이 조타장치 고장설 기각을 확정하고 어쨌든 '외력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한 사참위의 공식 조사결과를 이렇다 할 근거 없이 뒤집고 내인설로 판정한 것이다. 이는 윤석열의 내란 쿠데타와 같은 쿠데타가 진상규명史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본다.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진상규명과 함께 국가의 세월호 관련 정보의 공개도 줄곧 요구했지만, 국가는 한번도 하지 않았다. 해군의 KNTDS(해군전술지휘통제시스템)의 레이더 영상이 대표적인데, 해군은 사참위에 제출을 거부했다. 그러나 사고시점에 괴물체가 출현하고, 사고해역의 선박들이 자취를 감춘 레이더 영상은 반드시 조사해야한다. 군이 국가안보상 삭제후 제출했다고 한 CN235기의 영상도 원본대로 공개해야한다. 박근혜 탄핵이후 황교안 권한대행이 30년간 봉인한 대통령 기록물도 마찬가지다.
결론삼아 이재명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처럼 조사기구 뒤에 숨어선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한번을 하더라도 직접적 증거를 위해 필요한 정보를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조사결과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져야한다(대통령 직속기구가 바람직하다). 그래야 객관적 조사성과에 기초해 가능성으로 결론을 추정해도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의문들의 해결여하에서 수용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조사과정에 참여할 필요가 있는 것은 물론이다.
마지막일 수 있는 진상규명을 앞두고 유가족과 시민들도 그동안의 조사 성과와 과제를 확인하고, 진상규명의 주인으로서 개입하는 게 필요하다. 정부와 집권 민주당은 지금도 여전한 진상규명 요구들에서 진상규명 완수 외에 다른 정치적 선택지는 없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한다.
(필자가 소개하고 정리한 내용은 모두 사참위의 세월호참사 소위원회 보고서와 용역보고서를 통한 것이다.)
이 글은 시민언론 민들레, 오마이뉴스에도 함께 실립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