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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말레이시아 정권 지지율 높은 이유? 미중 어느 쪽 편도 들지 않고 '국익' 지키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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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말레이시아 정권 지지율 높은 이유? 미중 어느 쪽 편도 들지 않고 '국익' 지키기 때문

[평화너머 연속기고] ④ 자주적 균형 외교로 평화적이고 우호적인 대외관계를 구축하자

주권자의 힘으로 내란을 진압하고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지만 윤석열은 아직도 거리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내란외환을 시도한 자들과 이에 동조한 세력은 여전히 민주 파괴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러-우 전쟁, 가자 전쟁에 이스라엘·미국의 이란 공습까지 더해져 세계는 더욱 위험해지고 있습니다.

내란·외환 세력 청산과 한반도 평화 수호는 이재명 정부가 반드시 실현해야 할 과제입니다. 이에 "평화주권행동 평화너머"는 주한미군 주둔비, 국가보안법, 대 북중러 관계, 한미 통상, 통일부 문제로 나누어 이재명 정부에게 제언을 보내고자 합니다.

친구를 만들 것인가 vs. 적을 만들 것인가?

"천 명의 친구는 너무 적고, 한 명의 적은 너무 많다." 2024년 11월,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고조하는 미중 갈등 속에 자신이 추구할 대외정책 방향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취임 후 가장 먼저 중국을 방문했고, 최근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런 행보 속에 올해 초 인도네시아는 브릭스의 열 번째 정식 회원국이 되었다. 인도네시아는 니켈이나 코발트의 공동 개발 추진, 미국산 무기 구매, 합동 군사훈련 '가루다 실드' 진행 등 미국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는 작년 5월 도쿄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우리는 미국을 중요한 동맹국으로 여기고 계속 교류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협력도 강화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2025년 1월 1일부터 브릭스(BRICS) 파트너 국가가 되었고, 러시아와 무역 거래를 대폭 확대하고 있으며, 지난 4월 시진핑 주석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31건의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와 동시에 말레이시아는 미국과 해상 감시 시스템 협력이나 공중급유 훈련 등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한편 필리핀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집권 후 미국-일본-호주와 군사협력을 강화하며 반중 행보를 걷고 있다. 2024년 4월에는 중국의 반발에도 루손섬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했고, 남중국해에서 불필요하게 중국과 충돌하기도 했다. 미국과 동맹관계를 유지하되, 중국과의 대외관계를 중시했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임 대통령의 대외정책과 대비된다.

흥미롭게도 이들 세 지도자의 지지율은 큰 차이를 보인다. 5월 22~28일 실시된 조사에서 인도네시아 정부 지지도는 81%를, 6월 23일 조사에서 말레이시아 내각 지지율은 55%를 각각 기록했다. 반면 5월 6~9일에 진행된 조사에서 마르코스 대통령 지지율은 32%에 불과했다.

프리츠 하이더가 제시한 균형이론

1946년 사회심리학자 프리츠 하이더(Fritz Heider)는 세 사람 혹은 두 사람 및 하나의 대상과 같이 삼자(triad) 관계가 균형을 이루는 조건을 제시했다.

[그림1]에서 A, B, C를 사람이라고 가정하고, 관계가 우호적이면 더하기(+)로, 적대적이면 빼기(-)로 표기했다. '균형1'은 친구의 친구는 친구가 되고, '균형2'는 적의 적은 친구가 되는 사례에 해당한다. '불균형1'은 공통의 친구가 있음에도 서로 적대적인 관계를, '불균형2'는 서로가 서로에게 모두 적대적인 관계를 보여준다.

요컨대 각각의 삼각형에 표시된 부호를 곱했을 때 양수이면 '균형' 상태, 음수이면 '불균형' 상태다. 불균형 상태는 현실적 제약이나 정보 부족 등으로 지속될 수 있지만, 심리적인 불편함으로 인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균형 상태로 변하는 경향이 있다.

▲ [그림1] 하이더의 균형이론에 근거한 균형 상태와 불균형 상태

국가 간 관계에도 하이더의 균형이론을 적용할 수 있다. 미국, 중국, 소련(러시아)의 삼자 관계는 냉전 초기에 '균형2'(A: 중국, B: 소련, C: 미국)에 해당했지만, 1960년대 중소분쟁으로 점차 '불균형2'로 바뀌었다.

이후 미중 수교가 이루어지면서 '새로운 균형2'(미국과 소련의 위치가 서로 뒤바뀜)가 되었고, 급기야 1991년 소련 체제의 몰락으로 미국 유일 패권에 기반한 '균형1'로 바뀌었다. 그리고 현재는 미국과 다른 두 나라 간의 갈등으로 인해 냉전 초기와 동일한 '균형2'로 회귀했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억제하고 평화를 정착하기 위한 균형 외교

2018년 10월 15일 판문점에서 개최된 남북 고위급회담은 정부 차원의 마지막 공식적 남북 회담이다. 무려 6년 9개월 전이다. 이후 북은 남북의 특수한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명토 박았고, 윤석열 정권은 대북 적대시 정책을 펼쳤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 전단 살포나 대북 확성기 운용을 중단하는 일련의 조치가 있었고, 대통령 스스로 남북 대화채널 복원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대화 재개 가능성이 크지 않다.

우리에겐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사안이 아니다. 북과 러시아는 '포괄적인 전략적 동맹관계'로 발전했고, 전통적인 북중 우호 관계도 일부의 기대와 달리 탄탄하다. 미국의 대중 압박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속에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 역시 매우 우호적이다. 앞서 [그림1]에 대입하면 북중러 관계는 매우 안정적인 '균형1'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지난 7~8년간 한국과 북한, 그리고 중국/러시아와의 삼자 관계는 [그림2]의 A, B, C와 같이 큰 변화를 거쳤다.

▲ [그림2] 2018년 이후 한국을 둘러싼 동북아시아에서의 삼자 관계.

2018년 4·27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합의로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서 맞이했던 A(균형)는 문재인 정부 후반기 들어 남북관계가 냉랭해지며 B(불균형)로 바뀌었다. 윤석열 정권 시기 남북관계는 더 악화됐고, 미국 주도 공급망 재편과 대중 수출 통제 참여로 한중 관계도 나빠졌으며, 대러시아 제재 참여로 러시아의 비우호적 국가로 분류됐다. 결과적으로 현재 한국-북한-중국/러시아의 삼자 관계는 C라는 새로운 균형을 이루었지만, 이는 한국이 지정학적으로 고립될 수 있는 바람직하지 않은 상태다.

윤석열 정권은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통해 이 상태에 대응하고자 했고, 이재명 정부 역시 지금까지 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지정학적 이유로 한국-북한-중국/러시아와의 삼자 관계에서 벗어나려야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중국, 러시아, 북한과 같은 당사국과 더욱 적극적인 균형 외교를 통해 A(균형) 상태를 복원해야 한다.

지난 7~8년 동안 진행된 [그림2]의 A에서 B로, B에서 C로의 변화는 비가역적이지 않고 가역적이므로, 다시 A로 바꿀 수 있다. 다만 우선순위를 고려해야 한다. 한국과 대화를 단절한 북한의 입장이 확고하다면, 우선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중국에 대해서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하고, 대중국 개입을 염두에 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깊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탈냉전 이후 지속되어 온 나토의 동진에 대한 러시아의 안보 우려를 이해하고, 우리의 대러시아 제재 동참이 자의가 아니었음을 설명해야 한다. 반대급부로 우리도 중국과 러시아에 경제와 안보 차원에서 우리 국익에 필요한 요구를 하고 실리를 거두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삼자 관계가 C에서 B로 바뀌면, 남북관계를 개선하여 삼자 관계를 다시 A로 전환할 수 있는 객관적 조건이 마련된다. 북한은 북미 대화가 중단된 2019년 10월 이후, 대화 재개 요건으로 '적대 정책 폐기'를 내걸었다. 남북대화 재개 조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북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중국이나 러시아의 지원과 협조를 끌어내는 한편, 한미(일) 연합군사훈련의 성격과 양적 회수 및 질적 수준에 대해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화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교훈

김대중 전 대통령(이하, 김 대통령) 관련 일화 두 개를 소개한다. 첫 번째 일화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하, 부시 대통령)과의 2002년 2월 정상회담과 관련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2002년 1월 29일 발표한 연두교서에서 이라크, 이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다. 당시 미국은 9.11테러 사건으로 소위 '네오콘'(신보수주의)의 입김이 매우 거셌다.

내외 언론은 부시 대통령이 방문지인 도라산역에서 대북 강경 발언을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발언 수위는 누그러졌다. 그리고 부시 대통령은 경의선 철도 침목에 "May this railroad unite Korean families."("이 철도가 한민족을 하나로 이어주길 바랍니다.")라고 서명했다. 이후 기자회견장에서 부시 대통령은 김 대통령이 추진하던 '햇볕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1년 전 부시 대통령에게 발언을 중단당하고, '이 양반'(This man)이라는 굴욕스러운 지청구를 들었던 김 대통령이 2차 한미정상회담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부시 대통령을 설득했기에 이루어졌던 반전이었다.

두 번째 일화는 북의 핵실험과 관련된다. 2006년 10월 9일 북은 처음으로 핵실험을 단행했다. 2003년 시작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 회담'(이하, 6자 회담)을 북이 사실상 거부하던 시기였다. 닷새 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가 통과되며 대북 제재가 발효됐다. 야당 등 반대 세력으로부터 햇볕정책 파기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개성공단을 가동하며 남북협력을 추진한 참여정부 역시 난처한 상황이었다.

북의 핵실험이 있은 지 열흘 후, 김 대통령은 서울대 문화관 중강당에서 '21세기의 도전과 한국의 선택'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다. 중간고사 기간임에도 수용 인원의 두 배가 넘는 1000여 명의 청중이 몰려들어 연단과 복도까지 가득 차 그 열기가 뜨거웠다.

이 자리에서 김 대통령은 북측에 핵 포기를 요구하면서도 미국에 북의 안전을 보장하고 제재를 해제하며 직접 대화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북의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햇볕정책을 신뢰해야 하고, 이 정책에 기반한 남북대화와 협력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는 한반도에서 전쟁은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랜 기간 분단된 나라, 한미동맹이라는 틀에서 벗어난 외교 안보의 자유도가 높지 않은 나라, 무력 충돌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나라의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을 지키려면 어떤 정치철학을 가져야 하는지, 그 철학의 깊이는 얼마나 깊어야 하며, 이를 지키기 위해 용기가 얼마나 필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재명 정부는 무엇을 할 것인가?

김 대통령은 1971년 대선에서 내걸었던 '평화통일론'을 세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30년이 지나 '햇볕정책'과 '6·15 공동선언'으로 꽃피웠다.

남북관계 위기와 강대국 간의 갈등 심화, 새로운 다극 세계질서 도래 속에 이재명 정부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만약 새 정부가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이라는 틀만 고집한다면 매우 어리석은 생각이다. 이 틀에 갇혀서도 임기응변식의 순발력만 발휘하면 될 것으로 여긴다면 이는 더 어리석고 안일한 생각이다.

우리를 둘러싼 대외관계에서 아무 준비 없이 앉아 있다가 양자택일의 선택지를 받아들고 이미 정해진 정답을 강요당해서는 안 된다. 우리 스스로 '국익'에 대해 명확한 정의를 내려야 한다. 그리고 '국익'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며, 자주적이고 능동적인 균형 외교를 펼쳐야 한다. 인도네시아도, 말레이시아도 그렇게 하고 있다.

주변국인 중국과 러시아, 무엇보다 북과의 협력과 공존을 위해 진심 어린 노력을 펼쳐야 한다. 필요하면 김 대통령처럼 대통령이 직접 국민을 설득하고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모두 바라는 참된 평화가 이 땅에 도래할 것이다.

▲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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