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극우 성향 교육단체 '리박스쿨' 의혹 규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장에서 "끊임없이 정치적 입장을 내고 정치활동을 하는 전교조와 같은 단체들도 굉장히 문제"라고 역공을 폈다. 청문회 개최 취지와 무관한 주장이라는 지적이 예상된다.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은 10일 오후 국회 교육위원회 '리박스쿨 청문회' 질의 과정에서, 리박스쿨 관련 의혹들을 두고 "사실이라면 단호하게 이 의혹들의 문제를 끊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도 돌연 이같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겨냥했다.
조 의원은 "전교조의 활동들을 보면 교사노조인지 정당인지 모를 정도"라며 "지난 2014년에는 박근혜 정부 퇴진 촉구 시국선언을 하다가 결국 대법원에서 정치적 중립 위반으로 유죄 확정을 받았다. 하면 안 되는 행위들을 한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조 의원은 또 이른바 '인헌고 사태'를 들어가며 '좌파 교육' 문제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인헌고 사태는) 전교조 출신의 선생님이 일본에 관련해서 굉장히 정치적인 발언을 하자 학생들이 먼저 '이런 교육을 받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 시작된 사태"라며 "얼마나 편향됐으면 학생들이 이런 교육받고 싶지 않다고 했겠나"라고 했다.
조 의원은 그러면서 "저는 여기 계신 위원님들이 '우파, 극우파 교육은 안 되고 극좌파 교육은 된다', 이러는 분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며 "좌든 우든 진보든 보수든 어느 선을 넘은 객관적이지 않고 일방적인 정치교육은 막아야 된다"고 양비론을 폈다.
인헌고 사태는 지난 2019년 인헌고등학교에서 일부 학생들이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특정 사상을 강요했다'고 교사들을 고발해 논란이 된 사건이지만, 당시 고발당한 교장과 교사는 경찰에 의해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특히 이 사건을 주도한 이는 이후 국민의힘 소속으로 기초의원을 지냈고, 지난 대선과정에선 김문수 캠프 부대변인 등으로 활동하기도 했어서 조 의원의 '양비론' 비유엔 논란이 예상된다. 해당 인물은 기초의원 재직 과정에선 지역구 내 '여성안심귀갓길' 예산 전액 삭감을 주도해 '여성혐오'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 관련기사 : '여성귀갓길' 폐지? '신림 강간살인'으로 드러난 '혐오정치' 이면)
같은 당 서지영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 출석한 장신호 서울교육대 총장을 겨냥해 "좌파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단체에서 했던 것에 대해서도 (리박스쿨처럼) 똑같이 고소·고발을 하겠나"라는 등 역공을 폈다.
서 의원은 장 총장이 '늘봄교육연합회' 형사고소 배경에 대해 "늘봄교육연합회가 리박스쿨과 연계되어 있는데도 서울교대를 기망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했다"고 설명하자 이같이 말했다.
서 의원은 "(교대가) 이념적인 문제를 가지고 '리박스쿨이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했거나, (좌파 성향) 보드게임 업체 대표자들이 했던 행태들도 사상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면, 똑같이 고소·고발을 했어야 한다"며 "그래야 교육의 중립성을 유지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주장했다.
앞서 같은 당 김민전 의원은 이날 오전 청문회에서 서울교대가 운영사업협약을 맺은 '코리아보드게임즈'라는 사교육단체의 대표가 과거 노동당 내 '언더조직' 핵심 관련자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장 총장은 이에 대해 "저는 (해당 인물을) 처음 본다"고 답한 바 있다.
서 의원은 "분명히 (코리아보드게임즈) 거기도 사상적으로 또 국가정체성에 문제가 있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곳에서 운영을 했고 (서울교대와) MOU를 맺었다고 알고 있다"며 "교육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서 서울교대가 (늘봄교육연합회 측에) 취했던 행동을 똑같이 하시겠나"라고 장 총장을 추궁했다.
장 총장은 "리박스쿨은 우리 사회에 끼치는 여러 가지 파장이 매우 컸고 서울교대와 교육계에 피해를 끼쳤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고소한 것)"이라며 "해당 업체(코리아보드게임즈)가 우리 사회와 교육계에 지대한 어떤 부정적인 그런 나쁜 영향을 미쳤다면 (고소를) 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선 지난해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이 리박스쿨 유관 기관인 '글로리사회적협동조합'이 늘봄학교 사업 단체로 선정될 수 있도록 교육부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취지의 진술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여당이 제기하고 있는 리박스쿨 의혹에 대한 '대통령실 개입설'에 힘이 실린 것.
김천홍 교육부 책임교육정책관(국장)은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글로리사회적협동조합의 늘봄학교 사업 공모와 관련해서 심사를 앞두고 윗선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이 있나"라는 민주당 소속 김영호 교육위원장의 질의에 "있다. 글로리사회적협동조합을 잘 챙겨달라는 요구가 있었다"고 답했다.
김 정책관은 '교육부로부터 연락을 받았나, 대통령실로부터 연락을 받았나' 묻는 질문엔 "대통령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며 "압력으로 느꼈다"고 했다. 그는 '교육부 공직자 출신의 대통령실 대통령 교육비서관 심문규 전 비서관으로부터 연락받았나' 묻는 구체적인 질문에도 "맞다"고 답했다.
김 정책관 설명에 따르면 그는 늘봄학교 사업 공모 결과 발표 이전과 이후 심 전 비서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발표 이전 '챙겨달라'는 요구를 받고, 발표 이후 다시 압박성 연락을 받았다는 것. 김 정책관은 "(요구를 받고) 확인해 보니까 (심사) 과정이 공정하게 이루어졌었고 (해당 단체는) 평가 결과가 굉장히 안 좋게 나와서 평가 결과에 따라서 탈락시키겠다고 했었다"며 "그 과정에서 좀 압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정책관은 해당 압력이 윤석열 당시 대통령 부부와까지 관계돼 있다는 의혹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이나 그 부인 김건희 씨로부터 혹시라도 전화 통화를 받았느냐 물었었는데, (전화를) 못 받았다는 것은 계속 유지하시는 건가" 묻자 "그렇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교육비서관이 대통령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이런 것을 지시하면 안 되는 것이고 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이걸 대통령실에서 모른다? 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저는 판단이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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