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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버그, 불쾌하다고 죽여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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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버그, 불쾌하다고 죽여야하나?

[인권의 바람] 러브버그가 보여준 한국 사회의 단면

러브버그는 '붉은등우단털파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두 개체가 짝짓기를 하면서 날아다니면서 러브버그라는이름이 붙었다. 러브버그의 대발생으로 불편의 목소리가 커지자 언론도 주목했고, 지자체도 대응하기 시작했다.

최근 서울시의회가 '러브버그·동양하루살이 방제 조례'를 통과시키려 했다.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아도 시민 불편을 들어 방제할 수 있는 조례안이다. 시민단체는 러브버그와 같은 작은 생물이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고, 화학방역과 다르지 않은 방제 방식에 '친환경'을 붙이고 이마저도 고려사항에 불과하다며 반대에 나섰다.

러브버그의 대발생은 무분별한 방제로 생태계가 붕괴됐다는 증거이다. 그런데 무분별한 방제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러브버그만 방제하는 방법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친환경 방제라며 지자체들이 선전하는 광원·유인제포집기나 끈끈이 트랩 같은 조치들조차 벌레와 새들을 일괄적으로 죽인다. 화학약품을 사용한 것이 아닐 뿐 똑같다. 깊은 고민 없는 생태계에 가하는 조치는 인간 입장에서도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러브버그를 방역하면 '다음은 어떤 벌레가 튀어나올지 모른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소용없는 조치를 하는 이유는 지자체에 민원이 폭주하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인식을 탓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가치보다 민원에 먼저 쓰러지는, 그리고 숙고 없이 직관적이고 값싼 조치만 하는 지자체의 관점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4일 환경부 및 소속기관 직원들이 인천 계양산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러브버그 성체를 제거하기 위해 송풍기와 포충망을 활용해 방제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러브버그를 향한 혐오는 쉽게 인간에게 번진다. 온라인에서는 인공지능(AI)으로 가짜 이미지를 만들어 환경운동가들에 대한 혐오를 부추겼다. 울고 있는 여성 활동가의 모습이 여성혐오도 담겼다. 중국혐오도 이어졌다. 러브버그가 중국에서 유래됐다면서 '중국인 환경단체 대표'라는 존재를 만들었다. 중국에서 유래했으니 중국인이 방제를 반대한다는 기상천외한 논리다.

정작 그들이 말하는 중국인 환경단체 대표 쯔이팽청(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 사무총장)은 홍콩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환경단체'라는 단어에 사람들의 사고회로가 멈춰버린다.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고, 믿고 싶은 정보만 찾고, 가짜 진실을 만들어 퍼뜨리기에 이르렀다.

하필 불쾌지수가 높을 때 러브버그들이 날아다닌다. 필자도 태생적으로 벌레를 무서워하는 터라, 얼굴로 돌진하는 러브버그가 싫다. 짝짓기를 하면서 날아다니는 생김새가 거부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도 생태계의 일원이라는 생각에 불쾌함을 눌러본다.

이번 여름이 너무 더워서일까? 혐오는 바닥난 인내심을 이용했다. 속 시원하게 살충제를 뿌려버리자 선동하고, 이걸 반대하면 중국인이냐고 호도한다. 이 기상천외한 사고회로가 이제는 익숙할 지경이다. 비용과 효율 중심의 반생태적 대응, AI를 통한 허위 조작 정보의 확산, 그리고 차별과 혐오까지 한국 사회의 단면이 러브버그 하나에 모두 담겨 있다.

혐중 발언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며, 퍼뜩 정신이 든다. 사람들에게 더위에 지쳐 혐오에 지지는 말자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기후위기 시대에 더 이상 인간 중심의 사고로 세상을 바라보지는 말자고 되뇌어본다.

"착각하지 말자! 자연은 인간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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