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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대응댐? 대체 댐이 누구에게 좋은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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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기후대응댐? 대체 댐이 누구에게 좋은 겁니까?"

[파괴의 댐, 기후대응댐 ①] '기후대응댐' 후보지 9곳은 반대 없다? 반대 주민 존재, 환경부·지자체가 외면

"손녀가 그래. 할머니 혼자라도 반대하라고. 지가 더 펄펄 뛰어. 죽어도 못 나간다고 하고 그냥 누워버리래. 여기서 꽃도 심고 밭도 하고 편하게 살고 있는데, 대체 어디서 이렇게 살겠냐고 해. 난 댐 싫어. 여기서 사는 게 좋아. ○○이 엄마도 절대 싫대. △△이 엄마도 싫어해. 근데 '여긴 다 찬성이다' 해버려. 크게 말을 못해."

지난 25일 오전 경기도 연천군 동막2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70대 A 씨는 "나는 댐 들어오는 게 싫다"고 말했다. A 씨와 같은 탁자에 앉아 있던 동년배 B 씨도 "살던 곳에 사는 게 좋지"라며 "그런데 나이 다 든 우리가 어떻게 막겠느냐"고 했다. 환경부가 이 동네에 지으려 하는 아미천댐을 두고서 하는 말이다.

아미천댐은 연천에선 '동막골댐'으로도 불린다. 아미천은 금학산에서 동막골을 가로질러 연천읍까지 이르는 좁고 얕은 소규모 하천이다. 지난해 7월 환경부가 '기후대응댐'이란 이름을 붙여 추진하는 신규 댐 건설 후보지 9곳 중 하나다. 원래 14곳을 발표했다가, 지자체장이 댐 계획을 철회한 4곳은 제외하고 1곳은 보류해 지금은 9개로 좁혀졌다.

그러나 9개 지역에도 여전히 댐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있다. 환경부와 해당 지자체가 이들 의견을 세밀하게 들여다 보지 않을 뿐이다. 9곳 중에도 지역 주민들이 반대 대책위원회를 꾸려 적극 대응하는 지역은 경북 김천(감천댐)과 경남 의령(가례천댐) 2곳이다. 연천은 대책위가 구성되지 않아 반대 목소리가 공론화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마을 곳곳에서 댐을 반대하는 주민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동막2리는 아미천댐이 들어서면 가구 전체가 수몰되는 곳이다. A 씨는 "반대하는 사람도 많다"면서 "저기 위(계곡 유원지)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나 이장 이런 사람들이 다 찬성하니까 다들 나서서 반대한다고 얘길 못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화 중 동막2리 노인회장 C 씨가 마을회관 거실에 들어서자, A, B 씨의 말수는 부쩍 줄었다. C 씨는 "여긴 다 찬성이다. (댐 건설) 확정이 다 돼 있다"며 "물이 부족해서 천을 다 막아야 한다"고 여러 번 말했다.

▲아미천은 금학산에서 동막골을 가로질러 연천읍까지 이르는 좁고 얕은 소규모 하천이다. 7월 25일 촬영한 아미천 전경. ⓒ프레시안(손가영)
▲아미천은 금학산에서 동막골을 가로질러 연천읍까지 이르는 좁고 얕은 소규모 하천이다. 7월 25일 촬영한 아미천 전경. ⓒ프레시안(손가영)

곰팡이, 안개, 농지 피해, 수몰… 댐의 악영향

동막2리 바로 윗동네 내산리 주민들은 걱정이 크다. 댐 상부의 인접 지역이라 피해가 불 보듯 뻔해서다. 이날 <프레시안>과 만난 내산리 주민 D 씨는 "지금도 천변이라 습도가 높아 곰팡이가 정말 잘 생긴다. 빨래와 곡식 보관에 애를 먹는다"며 "댐이 생기면 얼마나 심해질까"라고 걱정했다.

D 씨는 "안개 문제도 생길 거고 일조량도 줄어들 것"이라며 "읍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평지 도로도 없어진다"고 말했다. 내산리는 금학산 산골짜기에 있다. 읍내로 나가려면 차로 20분 정도가 소요된다. 크게 3개 도로가 연결돼 있는데, 이 중 주민들이 가장 자주 이용하는 평지 도로가 수몰 지역에 있다. 남은 도로 2개는 경사가 급해 하나는 겨울 동안 아예 폐쇄된다. D 씨는 "도로 하나가 남는데, 여기도 경사가 급해 겨울에 땅이 얼면 땅이 녹을 때까지 마을을 나가지 못할 수 있다"며 "내가 원할 때 이동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D 씨는 가장 걱정되는 건 "생태계 파괴"라고 했다. D 씨는 내산리에서 나고 자랐다. 연천군 전 지역은 2019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다양한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면서 화산지형과 풍혈(한여름에 냉기를 뿜는 지형), 수십억 년 전의 지층도 보존돼 지질학적 가치도 높다. 환경부는 2015년 연천군 일대를 국가지질공원으로, 유네스코는 2020년부터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해 보호한다. D 씨는 "생물다양성, 지질, 대기, 수질, 주민 삶터, 이 모든 게 파괴될 것"이라며 "댐은 기후위기 시대에도 반한다"고 말했다.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된 지점 중 하나인 동막리 응회암 지역. 아미천댐이 들어서면 수몰된다. 7월 25일 방문한 이곳은 연천군이 관리를 하지 않아 인근에 잡초가 무성했다. ⓒ프레시안(손가영)

"안 짓겠다" 약속해놓고 김천에 또 댐 시도, 주민은 분노

환경부는 주민들이 오랫동안 조직적으로 반대해 온 지역도 신규 댐 후보지로 올렸다. 감천이 흐르는 경북 김천이 대표적이다. 이 지역은 물 관리가 환경부로 통합되기 전인 2016년, 국토교통부가 '대덕댐'이란 이름으로 댐 건설을 추진했다가 철회한 곳이다.

대덕면 주민 대다수가 참여한 대책위는 주민 궐기대회, 1인 시위, 공청회 저지, 반대 서명 등 가능한 직접 행동 수단을 모두 써가며 3년을 내리 투쟁했다. 환경부는 2019년 이 지역에 댐 건설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고, 2020년에도 댐 건설은 무산됐다고 재확인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 들어 지난해 입장을 또 바꿨다. 그래서 감천댐은 지역에서 '좀비댐'이라고도 불린다. '폐기처분'된 댐을 환경부가 부활시켰다는 점에서다.

"환경부도 다 압니다. 우리가 몇 번을 찾아가고, 몇 년을 싸웠는데요. 2016년도에 반대가 90%였어요. 그만큼 주민들이 싫어했어요. 여기 하천 정비율은 90%가 넘었어요. 그동안 하천 정비에 총 1조 원 넘는 돈이 투입됐고요. 최소 20년간 감천이 범람해서 수해 입은 적도 없어요. 2009년에 수해가 있었는데, 제방공사 구역의 제방이 무너져서 생긴 인재였어요. 댐이 필요하면 과학적 근거라도 제시해야 하는데, 명확히 설명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이상준 감천댐반대대책위원회 사무국장)

이상준 사무국장은 지난 23일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주민들 다 생업에 바쁜데, 댐 반대 운동을 다시 하게 만들었다"며 "환경부가 농민, 주민들을 더 힘들게 한다"고 비판했다. 이장들도 댐을 반대하는 대덕면에선, 대덕면이장협의회가 지난해 김천시민체전 참여를 거부하거나 면장의 '복종 명령'에 전원 사퇴 결의를 밝히기도 했다.

김천시엔 저수량이 5430만 세제곱미터(㎥)인 부항댐이 2016년 건설됐다. 대덕면에서 불과 10여 킬로미터(km) 떨어진 곳이다. 또 감천 지역은 2019년경 하천정비가 완료돼 '200년 빈도 위험의 홍수'에 대한 치수 안정성이 확보됐다. 이 국장은 "이전엔 100년, 200년에 한 번 올까 하는 강수량에 대비해야 한다더니, 이젠 500년 빈도의 호우에 대비한다고 댐을 짓겠다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는 동안 지역은 투기 피해도 입었다. 이 국장은 "2016년경 들판 여기저기에 '소 없는 축사'들이 막 들어섰다. 수몰 지역에 재산이 있으면 보상을 받기 때문"이라며 "당시 보상 지역 토지의 절반 이상이 외지인의 소유였다"고 밝혔다. 그는 "당연히 수몰 지역에도 댐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있다"며 "70, 80대 어르신이 대부분이라, 분위기 때문에 말을 못 하고 계신다"고 전했다.

"최고 걱정되는 건 지역 소멸 가속화고요. 그리고 우리는 인근에 부항댐이 있어서 댐 피해를 익히 알아요. 여긴 양파를 많이 지어요. 보통 한 경작기에 5~7회 방재하는데 댐 지어진 후엔 습해져서 10회 해요. 안개 일수도 30% 이상 늘었어요. 습도, 안개, 냉해 피해를 봅니다. 댐 지을 때 문제 없다 그랬는데, 문제 너무 많아요. 이주 단지 조성하고 보상해준다고 하지만 다 원가에 줄 텐데, 실제로 이주민들은 집 터도 충분히 못살 거예요. 관은 사업비가 몇백억 원이라고만 강조하지, 이거 다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게 아니잖아요."

이 국장은 이렇게 말하며 화가 난 목소리로 물었다.

"대체 댐이 누구에게 좋은 겁니까?"

▲2024년 12월 17일 대덕면 감천댐반대대책위원회는 김천시청 앞에서 당시 시장 후보들에게 감천댐 반대 공약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감천댐반대대책위
▲2024년 12월 23일 감천댐, 지천댐, 가례천댐 등 전국 각지의 댐 건설 반대 주민 대책위원회가 환경부가 있는 세종시 정부청사 앞에 모여 전국 댐 반대 연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감천댐반대대책위

환경부 "극한 호우 대비"도 설득력 부족

댐 필요성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사정은 연천도 마찬가지다. 환경부는 신규 댐 계획을 발표하며 물 부족과 극한 호우 등을 이유로 들었다.

25일 <프레시안>과 만난 연천군민 D, E 씨 모두 "연천은 양쪽에 한탄강과 임진강을 끼고 있다"며 "살면서 물 부족 문제는 겪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2018년 여름 발생한 연천읍 침수 피해는 지천이 범람해서가 아니라 도시 배수 시설이 불량하기 때문이었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백경오 한경국립대 교수는 지난 6월 열린 '한강유역 물관리의 현안과 미래 비전 토론회'에서 "제방이 피해 지역의 계획홍수위(홍수 시 최고 수위)보다 약 1.5m 높아 여유가 있었다"며 "당시 침수는 하수관로 용량 부족에 따른 배수 불량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즉 하수관을 넓히든, 빗물펌프장이나 저장소를 만들어 빗물을 분산시키든, 방수로를 만들든, 배수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뜻이다.

연천 내산리 주민 D 씨는 "외국은 댐을 다시 줄여나갈 정도로 댐이 좋은 수단이 아닌데, 다른 대안을 싹 배제하고 댐만 강조해선 안 된다"며 "내가 나고 자란 이곳을, 내 의지가 아니라 (댐 때문에) 사는 게 힘들어져 떠나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함께 후보지로 선정된 나머지 8개 지역도 마찬가지일 거라 걱정했다. 댐 건설을 반대하는 연천군민 F 씨는 "이 지역들도 홍수나 가뭄에 대비한다는 그 명분이 얼마만큼 설득력과 실효성이 있는 건지 자세히 검토해야 한다"며 "새 정부는 내용과 절차상에 문제가 있는 지역은 반드시 원점에서 재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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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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