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좌동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지난 6월 21일 브니엘예고 한국무용과 2학년 여학생 세 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비극적인 이 사건은 단순한 자살 사건을 넘어 학교 내부의 구조적 문제와 권력남용 의혹을 함께 드러냈다.

브니엘예고는 사립예술고등학교로 지난 2021년 12월에도 한국무용을 전공한 여학생(A양, 18세)이 극단적인 선택을한 사례가 있었다. 당시 A 양이 한국무용 전공 강사 겸 교장 현씨(현직)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유족의 주장과 함께 A 양의 다이어리에는 해당 강사에 대한 비난이 적혀 있었고 A양의 어머니는 "안전하다고 믿었던 학교에서 우리 아이가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다"고 호소했다.
이후 2025년 6월 사건 직전인 3월에는 기존 강사 14명 중 11명이 일괄 교체되었고 이는 학교 운영과 채용 절차에 대한 불협화음을 낳았다. MBC PD수첩(7월 22일 방송)에서도 교장 현씨와 부산지역 한국무용학원 원장들 간 유착관계를 집중 조명하며 학부모 사이에서는 학생들이 학교 허락 없이는 학원을 옮길 수 없었다는 주장까지 나왔고 교장 현씨와 지역 무용학원 원장 간 유착관계, 학생들의 학원 이전 통제 및 사례금 요구 등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일례로 세 여학생과 유사하게 과거 피해를 호소한 B양은 12년간 다녔던 무용학원을 임의로 그만둔 후 학교에서 지속적인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수업 중 강사의 폭언과 동료 교사들의 외면, 전학과 입원 등으로 이어졌으며 결과적으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고 한다.
세 학생의 죽음을 전후해 학교 내부에서는 "남자 교사의 자취방에서 술을 마셨다", "성폭행을 당했다"는 등의 악의적인 루머가 돌았다. 그러나 해당 교사는 당시 서울에 있었고 CCTV로도 알리바이가 확인돼 소문은 허위로 드러났다. 허위사실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이 소문으로 인해 학교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압박감을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후 현 교장은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는 여전히 불명확해 보인다.
사건 전후 학생들의 피해는 비교적 구체적으로 알려졌다. A양은 우수한 성적으로 학업 스트레스를 이유로 죽음을 선택했다는 초기 보도와 달리 실제로는 강사의 폭언, 교내 소문 유포, 무용학원 이동 제한 등으로 심리적 압박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는 것이 유족과 피해 학생들의 입장이다.
현재 부산경찰청과 교육청은 이 사건에 대해 정식 수사와 감사를 진행 중이며 특히 교장 현씨와 주변 인물들의 관여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유력 의혹들에 대해 구체적 조사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고 학교 측의 사실관계 해명도 아직 미흡한 상태다.
문제는 반복되는 비극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이 사건과 관련해 학교를 운영하는 사학법인 정선학원은 임원을 교체하고 지난 30일 임시 이사진 4명을 선임했지만 실질적 책임자인 교장의 인사조치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사실 이 비극의 배경에는 사학재단 정선학원의 비리 의혹이 자리 잡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이 감사를 통해 밝혀낸 57건의 법인 운영 위반, 78명에 대한 징계 및 처분, 수년간 이어진 회계 부정과 인사 비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30일 발표된 이사회 임원 교체는 '정상화'라는 명분으로 둔갑했다.
학생들의 죽음은 모두 각기 다른 사연을 담고 있었지만 공통된 구조는 있었다. 무용계를 중심으로 한 폐쇄적 질서와 침묵을 강요받는 학생문화, 그리고 성찰 없는 기성세대의 방치이다. 브니엘예고에서의 반복된 비극은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더 이상의 자살 사고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교육당국과 학교가 책임 있는 진상규명과 교육시스템 개혁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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