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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겹다"는 트럼프는 푸틴의 '극단성'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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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겹다"는 트럼프는 푸틴의 '극단성'을 모른다

[프레시안 books] '전쟁'까지 불사하는 빌런들의 네트워크 <주식회사 독재정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월 3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가 하는 행동은 역겹다.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전날 러시아는 '8월 8일까지 휴전 합의를 하지 않으면 러시아에 관세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최후(?) 통첩을 날린 트럼프를 비웃는 것처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대규모 폭격을 가했다. 앞서 트럼프는 14일 "50일 안에 휴전 합의를 하라"고 요구했는데, 이 때도 러시아는 트럼프 요구를 묵살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습을 이어갔었다.

트럼프는 지난 대선에서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을 취임 첫날 종식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지만, 블로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드리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미 엄청난 제재 아래 살고 있어서 꽤 면역이 됐다"며 트럼프가 말하는 '관세 제재'가 두렵지 않다는 태도를 보였다.

러시아 및 중동부 유럽 현대사와 정치를 연구하는 학자이자 언론인인 앤 애플바움은 최근 독일 공영방송 도이치벨레에 출연해 트럼프의 이런 접근이 푸틴에게 먹힐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트럼프의 결정은 전략적이라기 보다는 충동적"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푸틴을 다른 정치지도자들과 달리 "내 친구"라고 부르며 우호적으로 대하고,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사이버 공격이나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트럼프의 당선에 유리하도록 공작해왔다는 것은 드러난 사실이다.

애플바움은 "서방은 푸틴주의의 극단성(the extremism of Putinism)을 이해하지 못한다"면서 "평화는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확신할 때만 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충동적"인 트럼프와 달리 푸틴은 3가지 분명한 목표를 갖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했다고 애플바움은 지적한다.

첫째, 러시아 제국의 부활.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할 때 3일 안에 수도 키이우를 함락시키고, 6주 안에 나머지 지역을 점령할 것을 계획했었다. 이 계획은 실패했지만, 전쟁 이후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해달라는 것이 푸틴이 내세우는 첫 번째 요구 조건이다.

둘째, 우크라이나 민족성과 정신의 말살. 푸틴은 특히 2014년 유로마이단 혁명을 통해 친러시아 성향 야누코비치가 물러나고 반부패, 민주주의, 법치 등을 내세운 친서방 정권이 들어선 과정을 자신의 권력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한다.

셋째, 유엔 헌장, 제네바 협약 등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확립된 국제법과 규칙의 파괴. 푸틴은 이를 통해 강대국이 약소국을 지배할 수 있는 "다극 세계"를 촉진하고자 한다.

이처럼 '전략적'인 푸틴의 '결정적 오류'는 우크라이나를 우습게 봤다는 점이다. 야누코비치 실각 후 반부패, 민주주의 등에 대한 열망이 가져온 우크라이나의 변화를 푸틴은 실감하지 못했고, 유럽과 미국의 지원에 대해서도 과소평가했다.

애플바움은 "오늘날의 독재자들은 20세기와 달리 자신이나 자국이 비판받는 것에 신경 쓰지 않고 공공연한 잔학 행위를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기" 때문에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적당한 선에서 끝낼 생각이 전혀 없다고 본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하면서 미디어를 활용해 "서방"을 적으로 설정하고 프로파간다를 설파했던 것처럼, 이들은 전쟁, 제노사이드 등 명백한 국제법적 위반과 반인권적 행위에 대한 "외국의 비난을 자신들을 무너뜨리기 위한 거대한 제국주의적 음모"로 치환시킨다. 애플바움은 이런 21세기의 독재 정치의 작동 방식에 대해 <주식회사 독재정치>(Autocracy, Inc)라는 책을 통해 설명한다.

"오늘날 독재 국가는 악인 한 사람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도둑정치(kleptocracy) 방식의 재정 구조, 군대, 준군사 조직, 경찰을 비롯해 다양한 보안 기관, 감시와 선전선동(프로파간다), 가짜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네트워크에 의해 운영된다. 이 네트워크 구성원들은 한 독재 국가의 내부뿐만 아니라 다른 독재 국가, 때로는 민주 국가의 구성원들과도 연결되어 있다."

트럼프가 푸틴에게 우호적일 수 밖에 없는 중요한 이유도 이런 네트워크 때문이다. 다수의 러시아 올리가르히들은 '돈세탁'을 목적으로 트럼프 사업체에 투자를 했다. "정체불명의 고객에게 트럼프가 매각했던 건들처럼 그들의 계략은 통상적인 경제 법칙과 너무나 명백하게 달랐고, 불가사의할 정도로 이질적인 국제 도둑정치라는 신비한 세계에서만 이해가 되는 것이었다"고 애플바움은 지적한다. '주식회사 독재정치'의 작동은 이처럼 국경을 넘어, 때로는 이질적 정치체제 간에도 작동한다. 그리고 이들의 다양한 배경과 이념을 가진 이들의 공통된 적은 하나다. "바로 우리, 민주주의 세계"다.

"주식회사 독재정치의 지도자들은 투명성, 책임의식, 정의, 민주주의 같은 언어가 늘 국민에게 호소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 자신들의 권좌에 계속 남으려면 이러한 사상이 어디에서 발견되든 이를 훼손해야만 한다."

따라서 이들은 "국민들의 관심을 자신들에게 최대한 집중시켜 국가적 대화를 독점한다." 이들은 언론을 통해 명백한 거짓말을 하고, 그러다 거짓말이 들통이 나도 반론을 제시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른바 '거짓의 불쏘시개'라고 불리는 이 전술은 분노가 아니라 허무주의를 낳는다. 믿을 수 없는 정보가 믿어야 하는 기관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유포될 때,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이는 결국 진실을 말하는 지도자, 긍정적인 정치적 변화를 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의심하게 만들고 정치를 기피하게 만든다고 애플바움은 설명한다. 그리고 이는 푸틴의 서리아, 알 아사드의 시리아, 마두로의 베네수엘라에서만 통용되고 있지 않다. 이미 미국, 유럽, 한국 등 많은 민주주의 국가가 극우 정치 세력이 부활하고 힘은 얻게 되는 과정은 이런 작동방식은 잘 보여준다.

민주주의 선거를 통해 집권했지만 '주식회사 독재정치'의 작동 방식을 활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대표적 정치인인 트럼프나 윤석열은 우리에게 어떤 고통을 안겨주고 있나. "전쟁 종식"이라는 공약을 실현하는데 실패한 트럼프는 반대로 미국의 막강한 국력을 활용해 전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벌이며 '약탈'에 가까운 협상(?)을 벌이고 있고, 윤석열은 구치소에서 속옷만 입은 채 바닥에 드러누워 체포를 거부하는 등 검사 출신이 정당한 법 집행을 온몸을 내던져 막고 있다.

▲<주식회사 독재정치>, 앤 애플바움 지음, 현대정치연구회 옮김, 책과함께 펴냄ⓒ책과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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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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