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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정당 왜 하니? 사이비 '10만명'만 있으면 대통령 만들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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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정당 왜 하니? 사이비 '10만명'만 있으면 대통령 만들 수 있는데

[박세열 칼럼] 사이비 종교는 최고의 '가성비 먹잇감'을 찾아냈다

홍준표는 2021년 신천지의 국민의힘 대선 경선 개입 의혹을 폭로하며 "2022년 8월 대구시장 재직 시절 경북 청도에서 이만희 교주를 직접 만나 대선 경선 당시 신천지 신도 약 10만 명이 조직적으로 국민의힘 책임당원으로 가입해 윤석열 후보를 도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21년 11월 1일부터 4일까지 진행된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원 투표에는 36만3000여 명이 참여했다. 윤석열이 약 21만 표, 홍준표가 12만 6000표를 받았다. 여론조사에서 홍준표가 윤석열을 꺾었지만, 당원투표+여론조사 총 득표수에서 홍준표(약 30만2000표)는 윤석열(약 34만8000표)에 4만6000여 표 뒤졌다. 윤석열은 결국 대통령 후보가 된다. 당원 36만3000표 중 '신천지 10만 명'은 과장된 숫자일 것이다. 하지만 단순 계산으로 4만6000표 정도를 신천지가 좌지우지했다면? 가정은 불필요한 일이지만, 홍준표 입장에선 억울할 수밖에 없다.

홍준표가 언급한 10만 명. 이 10만 명으로 종교집단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신천지가 신도 10만 명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전광훈 일파가 신도 10만 명으로 뭘 할 수 있을까? 다른 종파에 침투해 신도를 빼돌려 헌금을 늘리거나, 기껏해야 알뜰폰 사업, 재개발 알박기 수준일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10만 명으로 가장 가성비가 좋은 먹잇감을 찾아냈다. 신도를 착취거나, 동네에서 조그마한 사업을 벌리는 것보다 중앙 정치판에 뛰어들어 일약 '권력의 정점'을 휘어잡는 방식을 터득했다. 10만 명을 투자했을 때 가장 가성비가 좋은 것이 '돈(헌금)'이 아니라 '권력'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10만 명으로 4000만 유권자를 뒤흔드는 방법이다.

이들은 '머리'를 잃은 리바이어던 같은 보수 정당의 틈바구니로 파고들었다. 생각해보라, 10만 명으로 5~10%p 차이로 판가름나는 대선 후보 경선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남는 장사' 아닌가. 그런 방식으로 대통령에게 빚을 지운다면, '10만 신도'를 거느린 '컬트 수장' 따위와는 비교 할 수도 없는 '비선 권력'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취약한 보수와 극우 사이비 개신교가 만들어낸 지옥이 펼쳐진다. 그것이 윤석열 정권이다. 종교의 탈을 쓰고 '권력 비즈니스'에 맛을 들인 신천지나 통일교, 전광훈 일파의 행태는 이렇게 설명된다. 누구의 잘못일까?

MB정권을 탄생시켰던 한기총의 교세가 약화하며 전면에 새로운 개신교 사이비와 극우 집단이 등장하기 시작한 건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였다. 극우 전광훈 일파가 다수의 합리적 개신교로부터 배척 당하고, 통일교가 다수의 합리적 개신교로부터 배척당하고, 신천지가 우상 숭배와 비열한 포교 방식으로 배척당하자, 그들은 '가성비 좋은 비즈니스'인 정치로 일제히 눈을 돌렸다. 고작 10만 명으로 보수 정당을 장악할 수 있다. 그러면 대통령도 만들고, 그 대통령을 쥐고 흔들 수도 있다.

세이브더코리아, 전광훈 세력의 목표는 '윤어게인'인가? 아니다. 이들은 윤석열 따위엔 관심이 없다. 윤석열을 이용해 세력을 과시하고, 그걸 통해 보수 정당을 집어 삼키기 위함이다. 전한길 같은 사람이 '10만 양병설'을 언급하며 보수 정당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전한길이 배운 것은 전광훈과 신천지의 전략이다. (통일교는 막강한 영부인의 환심을 사려 했지만, 신천지나 전광훈 일파의 방식에 비하면 하수 중의 하수다.)

그리고 2025년 윤석열 탄핵을 겪은 뒤에도 그들의 전략은 여전히 통하는 것처럼 보인다. 장동혁, 김문수 같은 이들은 변종 극우 종교 비즈니스 세력의 먹잇감이 됐다. 본인들은 부인하겠지만. 편리하게도 그들은 스스로 그 세력에 고개를 숙여 준다. 얼마나 편하고 가성비 좋은 비즈니스인가.

이만희 신천지 교주가 지난 3월 신천지 창립 41주년 기념집회에 참여하는 모습 (사진=신천지 홈페이지)
▲2020년 2월2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탄핵 국민대회'에서 나란히 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유튜브 <너만몰라 TV> 갈무리
▲'건진법사 청탁' 의혹 윤 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30일 영장실질심사를 의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 정당은 어떻게 신천지와 전광훈의 '숙주'가 되었나

보수 정당이나 보수 정권이 유독 사이비 종교에 취약해 보이는 경향이 있다. 일반화하거나 과학적으로 입증할 순 없는 문제지만, 박정희, 전두환 정권 시절 최태민과 같은 개신교를 빙자한 사이비 인사들이 독재 권력에 기생했던 역사를 우린 알고 있다. 최태민을 만났다는 사이비 종교 연구가이자 언론인인 탁명환 씨는 최태민에 대해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은 이솝우화에 나오는 거짓말하는 아이와 같이 정권유지를 위해 부단히 북괴의 남침위협을 이용하였으며 기독교마저 목사로 둔갑한 계룡산 교주의 손아귀에서 놀아났다"고 서술했다.

박정희를 살해한 김재규는 항소이유보충서에서 "구국여성봉사단이라는 단체는 총재에 최태민, 명예총재에 박근혜 양이었는바, 이 단체가 얼마나 많은 부정을 저질러왔고 따라서 국민, 특히 여성단체들의 원성이 되어왔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아니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영애가 관여하고 있다는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아무도 문제 삼은 사람이 없었습니다"고 했다.

한국 개신교는 '국시'였던 반공과 함께 성장했다. 제3지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이사는 <우리라는 신화의 폭력: 한국의 인종주의와 그리스도교>에서 이를 '반공주의적 그리스도교 국가론'으로 설명했다. 그들은 독재 정권의 중요한 축이 되고자 했고, 독재자들은 노골적인 권력욕만 보이지 않는다면 그들을 굳이 내칠 필요가 없었다. 1980년 개신교계의 '전두환 장군을 위한 조찬 기도회' 사태는 전두환에게 비협조적이었던 불교계 탄압인 10.27 법난 사건으로 이어졌다. 당시 주류 개신교계는 전두환을 찬양하며 역사에 오점을 넘겼다.

그나마 독실한 기독교, 천주교 신자였던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좀 나은 편이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교회와 관련한 구설에 자주 올랐다. (불교계에서 '종교 차별' 문제까지 제기할 정도였다.) 김진호 이사는 "극우주의 성향이 강한 교회간 연대 조직인 한기총 (…) 신자유주의적이면서도 극우주의적인 요소가 결합된 보수 대연합이 만들어낸 정권이 MB 정권"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박근혜는 박정희에서부터 이어져 온 사이비 교주 최태민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국정 농단'으로 탄핵을 맞이했다.

윤석열 정권의 국민의힘 시절은 사이비 종교와 관련해선 아마 역대 최악의 사례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용산 이전 과정에서는 동물을 통해 사람 관상을 본다는 신기한 풍수가가 연관됐고, 대일 굴욕 외교에서는 그 뿌리마저 수상한 '천공'이라는 기묘한 도인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미륵의 현신을 추구하는 명태균이 선거 기술자로 조력했고, 일본 신을 모신 법당을 운영하는 법사는 기괴한 퍼포먼스를 추구하는 사이비 교단의 후계자로서, 윤석열 정권의 추악한 뇌물 비리 한 가운데에서 악취를 풍기고 있다.

종교의 신자유주의화로 인해 생겨난 유사 종교, 사이비들은 시대착오적 반공의 뿌리를 계승하고 '정치 신인 메시아'를 갈망하는 무능한 보수 정당 속으로 파고들었다. 이들이 과거 사이비나 반공 그리스도교 세력과 다른 점은 '비즈니스 모델'로서 종교가 갈 수 있는 '최고의 행태'를 노골적으로 추구했다는 점이다.

지금 국민의힘의 시급한 과제는 박정희부터 이어온 극우와 사욕(私慾)의 역사를 끊어내는 것이다. 리더십을 바로 세우고, 사이비 개신교를 몰아내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그들의 모습은 절망적이다. 전한길이 당대표 '면접'을 보고 있다는 <조선일보>의 기막힌 조롱성 기사에도 무기력한 모습 뿐이다. 아마도 이번 전당대회에서 전광훈 일파는 또 '재미'를 보려 할 것이다.

고작 '10만 신도'로 나라의 근간인 보수 정당이 뿌리째 휘둘린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실체가 드러날만큼 드러났다면 이제 이 창피한 현상을 끊어낼 만도 한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당원들과 정치인들은 각성해야 한다. 그게 그리 어려운가? 신천지와 전광훈 일파의 사이비를 끊어내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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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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