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북반구가 펄펄 끓고 있는 가운데 더위와는 거리가 멀었던 북유럽도 폭염을 피해가지 못했다. 전례 없는 폭염에 북극권 산타 마을의 '산타클로스'도 구슬땀을 흘리고 순록들은 폐사 위기에 처했다.
2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타임스>를 보면 핀란드 기상청은 전날까지 핀란드에서 21일 연속으로 30도 넘는 기온이 관찰됐고 이는 역대 최장 기록이라고 밝혔다. 신문은 이날도 북부 및 서부 일부 지역 기온이 또다시 30도를 넘김에 따라 곧바로 해당 기록이 경신될 것으로 봤다. 핀란드 기상청 자료를 보면 수도 헬싱키 기준 평년 7월 일 최고 기온은 20도 안팎이다.
핀란드 기상청에 따르면 헬싱키 최고 기온은 지난달 중순부터 연일 평년 일일 최고 기온을 넘어섰고 최근 며칠은 일 최저 기온이 평년 일 최고 기온 수준인 19.6~21.7까지 올랐다. 핀란드 기상청 연구원 미카 란타넨은 지난달 31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북극 지역 기온까지 3주 동안 25도를 웃돌았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과학자들이 이번 폭염 기록을 1961년 이후 최장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7월 중순 노르웨이 북부 해안의 더운 뜨거운 해류와 지속적 고기압 영향으로 북유럽권 기온이 평년보다 8~10도 높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가디언>을 보면 노르웨이 기상청도 지난달 최북단 3개 주에서 30도가 넘는 기온이 12일 기록됐다고 밝혔고 주말에도 다시 30도가 넘는 더위가 찾아올 것으로 예측했다. 스웨덴 기상학자들에 따르면 스웨덴 북부에도 폭염이 지속됐다. 위도가 65도에 이르는 북부 하파란다에서 25도 넘는 더위가 14일 이상 연속 관측됐다.
더위에 익숙지 않은 이 지역 주민들은 폭염에 몸살을 앓고 있다. <가디언>은 현지 언론을 인용해 핀란드 북부 지역에서 한 아이스링크가 무더위 쉼터로 개방됐고 지역 응급실이 꽉 찼다고 전했다. 목동들은 순록이 폐사 위기라고 발을 동동 굴렀다.
영국 BBC 방송은 지난달 25일 북극권인 핀란드 라플란드 로바니에미 산타 마을에서 긴 수염에 붉은 옷을 입은 '산타클로스'가 작업자들에게 "물을 매 시간 한 잔씩 마시는 걸 잊지 말라", "순록에게 물을 충분히 마시게 하라" 등 일사병 위험을 경고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 지역 기온은 7월 말 30도에 육박했다. 방송은 일 년 내내 더운 복장을 해야 하는 산타 마을의 산타가 최근엔 더위가 가시기 시작하는 저녁 무렵에야 밖에 나간다고 설명했다.
방송은 산타의 썰매를 끄는 순록들도 최근 폭염 그 자체에 더해 높은 기온으로 인해 창궐한 모기의 습격으로 고통을 겪고 있으며, 인근엔 순록들이 이 더위를 피해 올라갈 수 있는 고지대도 부재하다고 전했다.
노르웨이 매체 <뉴스인잉글리시>는 현지 언론에 더위와 백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례가 수없이 보도되고 있으며 주택과 기반 시설이 더위에 대비돼 있지 않아 더욱 어려움이 크다고 전했다. 주민들도 더위에 익숙하지 않아 요양원이 충분히 물을 섭취하지 않으려 하는 고령자들을 돌보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매체에 따르면 노르웨이 국제기후연구소(CICERO)의 비외른 삼셋 연구원은 "지구온난화는 사라지지 않고 수십 년 동안 더 심해질 것"이라며 노르웨이인들이 올해와 같은 더운 여름을 더 자주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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