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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간음' 산부인과 의사, 3년째 징계 회부 안 한 서울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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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간음' 산부인과 의사, 3년째 징계 회부 안 한 서울대병원

1심 징역 3년 선고에도 병원 "확정판결 기다려야" 고수…노조 "의사 범죄 비호·은폐"

서울대병원이 지난 2023년 발생했던 원내 산부인과 전공의(레지던트)의 환자 성폭력 사건을 인지하고 올해 1심 징역형 선고를 확인했음에도 지금까지 징계위원회를 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성폭력 사건 발생 시 여성가족부에 보고해야 할 의무도 이행되지 않았고,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전공의 김아무개 씨는 지난 2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피보호자 간음) 사건 1심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3년의 실형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기관 5년 취업 제한 등을 선고받았다.

김 씨는 서울대병원이 운영하는 서울시 보라매병원에서 순환 근무를 하던 2023년 7월, 진료실에서 환자를 간음해 지난해 3월 기소됐다. 김 씨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으나,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건 당시 상황을 인지하고 도와달라고 소리를 지른 점, 피고인(김 씨)의 신체에서 피해자와 피고인의 혼합 DNA 형이 검출된 점, 피해자에게서도 피고인과 동일한 Y-STR 형이 검출된 점 등에 비춰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서울대병원은 그러나 사건이 발생한 지 만 2년1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김 씨의 성폭력 사건을 조사하지 않았고, 김 씨에 대한 징계 절차도 밟지 않았다. 사건 발생 후엔 직무 배제만 이뤄졌다. 전공의 직위를 해제하는 직위해제는 사건 발생 9개월 후인 지난 4월에 이뤄졌다. 검찰이 김 씨를 기소한 지 한 달 뒤다. 직위 해제는 해임이 아니므로, 병원 소속이 유지된다. 즉 김 씨는 지금도 서류상으로 병원에 재직 중인 상태다.

서울대병원 인사 규정에 따르면, '징계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3년이 지난 때'엔 징계를 요구하지 못한다. 김 씨의 징계 시효는 11개월 후인 2026년 7월에 끝난다. 김 씨는 1심에 불복해 항소했고 아직 2심 첫 기일은 잡히지 않았다. 만약 사건이 3심까지 진행되거나 2심 절차가 길어진다면, 판결이 확정되기 전 징계 시효가 끝날 가능성도 있다.

서울대병원은 성희롱·성폭력 예방 지침도 따르지 않았다. 지침에 따르면, 병원은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된 때, 피해자가 반대하지 않으면 그 즉시 사건을 여가부 장관에게 통보해야 한다. 또 피해자가 조사를 원할 때 고충상담원에게 신고서를 접수할 수 있다. 병원장은 피해자를 보호할 책무도 진다. 가해자가 병원 직원일 때도 적용되는 조항들이다.

그러나 서울대병원과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등에 따르면, 병원은 여가부에 사건을 통보하지 않았고, 피해자의 상황과 의사를 별도로 확인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보라매병원 측은 노조에 '피해자가 직원일 경우에만 (위 지침이) 적용된다'고 답했고, 서울대병원은 '담당자가 절차를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우리 직원이 무죄 주장한다'는 인사팀

지난 3월 <세계일보>의 보도로 사건이 병원 내에서 처음 알려지자, 서울대병원분회(노조)가 소속된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는 "병원에서 절대 일어나선 안 되는 성폭행 범죄이자 병원을 믿고 찾아온 환자에게 병원 직원이 저지른 의료사고로서, 환자를 치료하고 보호해야 할 병원장의 책임이 막중하다"며 "특히 수련 중인 의사와 관련된 사건이라서 진상조사와 합당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병원이 오히려 은폐 또는 비호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해소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반발했다.

이에 노조는 지난 5~6월 간 공문을 발송해 △직무 배제 시점과 이후 근태 △진상 조사 여부와 결과 △인사위 개최 여부와 결과 △여성가족부 등 외부기관 보고 여부 △피해자 보호 조치 여부 △재발 방지 대책 수립 여부 등을 병원에 수차례 물었다. 서울대병원은 이에 "이 사건은 민·형사 재판이 진행 중이며, 내규에 따라 관련자 직위를 해제했다"며 "성범죄 재발 방지를 위해 정기적으로 성범죄 예방 교육을 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이어진 노사협의회, 산업안전보건위, 단체협상 등 노사 대화 석상에서도 관련 문제가 매번 다뤄졌으나, 병원은 '확정판결을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서울지역지부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인사팀장은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지만) 우리 직원이 무죄를 주장하는 사안이기에, 확정판결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고, 서울대병원장도 이 입장에 동의했다.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관계자는 4일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다른 직원의 비위 사건엔) 다 징계를 하고 있음에도, 유독 이 사건에는 '수사기관이 조사 중이니 병원은 조사할 의무가 없다'거나 1심 판결이 나와도 '무죄를 주장하기에 징계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가해자가 의사란 이유 만으로 감싸주는 것으로 밖엔 보이지 않는다"며 "다른 곳도 아닌 환자를 보호해야 할 병원에서 일어났고, 병원을 믿고 찾은 환자를 상대로 한 의사의 성범죄이기에 더 엄중히 처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서울대병원 홍보팀은 4일 <프레시안>에 "병원은 사건을 인지한 즉시 내규와 절차에 따라 해당 직원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직위를 해제했으며, (직위해제 관련)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금까지 직위해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해당 전공의는 조치 이후 병원 내 근무에 복귀한 사실이 없다"며 "다만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세부 사항은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홍보팀은 여가부 통보 의무과 관련해 "해당 사건은 수사 및 재판 중이므로 여성가족부 통보 대상은 아니라고 판단됐으나, 현재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이에 따라 필요한 통보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보팀은 또 "사건 발생 즉시, 병원내 해바라기센터와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 초기 대응을 지원했으며, 해바라기센터에서는 자체 지원체계에 따라 후속 조치를 시행했다"며 "병원은 성범죄 예방 및 재발 방지를 위해 전 직원 대상으로 정기적인 예방 교육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보팀은 징계 소멸 시효에 대해 "해당 사건은 2심이 진행 중이며, 법원의 판결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신속히 취할 것"이라며 "징계사유 발생일로부터 3년이 지나도 최종 확정판결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는 경우엔 임용 결격사유가 돼 당연면직 처리된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전경 자료사진. ⓒ서울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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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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