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이 대한민국 최초의 ‘피지컬AI 실증 거점’으로 도약할 길을 열었다.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피지컬AI 실증·연구 기반 조성 사업을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대상으로 의결하면서, 전북은 향후 5년간 1조 원 규모의 대형 국책사업을 추진할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기대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지난 18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협업지능 피지컬AI 기반 SW 플랫폼 연구개발 생태계 조성’ 사업이 예타 면제 대상으로 결정됐다. 전북특별자치도는 20일 이를 공식 확인하며, 사업은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위원회 등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고 밝혔다.

피지컬AI는 기존의 디지털 AI를 넘어 차량, 로봇, 공장 등 현실의 물리적 시스템을 제어하는 차세대 기술이다. 제조업·물류·헬스케어·스마트시티 등 산업 전반을 혁신할 신기술로 꼽히며, 글로벌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도 올해 CES 기조연설에서 “산업의 판을 바꾸는 기술”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사업은 △산업별 특화 솔루션 개발 △글로벌 기술 표준 선점 △개방형 혁신 생태계 조성에 초점을 맞춘다. 전북은 현대자동차, 네이버, SK텔레콤, 리벨리온, KAIST, 성균관대, 전북대 등과 협력해 국내 최초 피지컬AI 테스트베드 구축에 나선다. 특히 자동차·농기계 제조업을 전략 산업으로 삼아 자동화·지능화를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5년간 1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이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을지, 지방정부와 지역 대학·기업이 충분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이미 새만금, 공공의대 등 대규모 국책사업을 동시에 추진 중인 전북이 또 하나의 ‘빅프로젝트’를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냉정한 물음도 뒤따른다.
예타 면제의 양면성 역시 지적된다. 통상 수년이 걸리는 타당성 조사를 생략하면서 신속한 추진은 가능해졌지만, 그만큼 재정 효율성 검증은 약화됐다. 성과가 뚜렷하지 못할 경우 ‘지역 나눠먹기식 국책사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기획 단계부터 예산 확보까지 정동영·이성윤 의원 등 지역 정치권의 지원이 컸다”며 “예타 면제라는 성과를 함께 이뤄냈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자치도의 자율성과 규제샌드박스를 적극 활용해 기업과 연구기관이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며 “전북을 대한민국 최초의 피지컬AI 실증 거점이자 글로벌 혁신의 중심지로 도약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예타 면제로 전북은 피지컬AI 실증 거점으로 나아갈 제도적 기반을 확보했다. 다만 사업 성과를 가늠할 진짜 시험대는 향후 5년간의 추진 과정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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