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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결국 제자리? 트럼프 '회전목마'식 외교에 희미해진 러·우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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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결국 제자리? 트럼프 '회전목마'식 외교에 희미해진 러·우 정상회담

러 외무 "의제 준비 안 돼 회담 계획 없어"…전문가 "트럼프 외교, 움직임 많아 어지럽지만 결국 제자리"

지난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유럽 정상회동 뒤 급물살을 타는 듯 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의 성사 전망이 다소 희미해졌다. 러시아 쪽이 계획이 없다며 비교적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 휴전 협상 관련 외교가 움직임이 많은 듯 보이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는 '회전목마'에 불과하다는 혹평이 나온다.

24일(이하 현지시간) 러 외무부가 공개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 외무장관의 미 NBC 방송과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라브로프 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냐는 질문을 받고 "회담 계획은 없다"며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 의제가 준비되면 젤렌스키를 만날 준비가 돼 있지만 의제가 준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백악관에서 가진 미-유럽 정상회동 뒤 트럼프 대통령은 러-우크라 정상회담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고 백악관은 푸틴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약속했다고 확인한 바 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전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회담이 2주 안에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며 양 당사국 정상 간 휴전 협상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지난주 내내 미적대던 러시아 쪽이 일주일 만에 비교적 분명한 거부 의사를 내 놓으며 논의가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

라브로프 장관은 NBC 인터뷰에서 러-우크라 양자 정상회담이 "젤렌스키와 그의 유럽 후원자들이 퍼뜨리고 있는 추측"이라고 일축하고 지난주 미-유럽 정상회동에서 이에 대한 언급이 "즉흥적"으로 제기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관련 사항에 관심이 있다면 푸틴 대통령의 말을 경청하라"고 덧붙였다.

지난주 백악관 회담 뒤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보장이 주요 쟁점 중 하나가 된 상황에서 러시아 쪽이 입장을 고수하며 진전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럽이 "미국이 공조"하는 우크라이나 안전보장안을 구체화 중인 가운데 라브로프 장관은 인터뷰에서 지난 15일 알래스카에서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2022년 4월 튀르키예 이스탄불 휴전 협상에서 나온 안전보장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결렬된 이 협상에선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지 않는 대신 러시아가 포함돼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으로부터 안전보장을 받는 안이 제시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를 언급하며 러시아를 압박하면서도 우크라이나 휴전 중재에서 아예 발을 뺄 수 있다는 가능성 또한 제시해 불안감을 키웠다. 그는 22일 백악관에서 취재진에 "2주 안"에 "대규모 제재 혹은 대규모 관세 혹은 둘 다를 부과할지, 아니면 '이건 당신들의 싸움'이라며 아무 것도 안 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침공국을 공격하지 않고선 전쟁에서 이기는 게 불가능하진 않더라도 매우 힘들다"고 언급해 일견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공격을 장려해 러시아를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했지만 이 또한 반대로 우크라이나가 미국에 무기를 의존하고 있다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고위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해당 발언이 평화 협상 좌초 땐 우크라이나를 강력히 무장시킬 수 있다는 경고를 푸틴 대통령에 보낸 게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협상력 부족을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탓으로 돌리는 데 집중한 것이라고 전했다.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잘 아는 세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푸틴 대통령에 압력을 행사하는 걸 꺼리며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국들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확신 중이라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백악관이 크렘린(러 대통령궁)과 평화 회담을 모색하며 이미 몇 달 전 미 국방부가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금지했다고 덧붙였다. 늦봄부터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영토 내부 목표물에 대한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사용이 차단됐고 최소 한 번 이상 미국 쪽이 우크라이나의 해당 미사일 사용 요청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다만 24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에 공개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을 맞아 보낸 서한에서 "미국은 여러분의 투쟁과 희생을 존중하고 독립 국가로서 우크라이나의 미래를 믿는다"며 "우크라이나 주권과 존엄을 보호하고 유혈사태를 종식시키며 지속적 평화를 가져올 협상 타결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성사된다면 진전으로 볼 수 있었던 러-우크라 정상회담 희망이 일주일 만에 거의 사라진 것을 들며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외교가 빙빙 돌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는 "회전목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유럽·러시아·유라시아 담당 국장 막스 베르그만은 이러한 상황이 "놀이터에서 아이들 회전목마가 도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움직임이 매우 많아 어지럽지만, 결국 정확히 시작한 곳에서 끝난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트럼프 외교가 공허한 것으로 밝혀지는 선언과 입장 변화로 인한 빈번한 전복으로 말미암아 방향 감각을 잃었다고 혹평했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24일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러시아 쿠르스크 원자력발전소 측이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발전소 인근에서 무인기가 폭발하며 보조 변압기가 손상되고 제3 원자로의 가동 능력이 절반으로 감소됐다고 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쿠르스크 원전 주변 방사능 수치는 정상이라고 확인했다. 기구는 러시아 쪽이 화재가 진압됐고 부상자도 없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기구는 "모든 원자력 시설은 언제나 반드시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이터>는 이날 러시아 국방부가 러시아 내 12곳 이상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무인기 최소 95대가 요격됐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관련해 우크라이나 쪽이 즉각적 논평을 내놓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내부 공격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응이자 러시아의 군사력 강화에 필수적인 기반시설 파괴를 위함이라고 주장해 왔다고 설명했다.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을 맞아 프랑스 파리 에펠탑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색의 조명을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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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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