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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일 전 주일 대사가 본 '이재명 대통령 한미, 한일 회담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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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일 전 주일 대사가 본 '이재명 대통령 한미, 한일 회담 성과'

강창일 대사 '한일 간 오부치 선언 재확인' '트럼프, 이재명 대통령에 신뢰감 표명'

이재명 대통령이 출범 후 3개월 여만에 첫 대형 외교 무대에 올랐다. 지난 8월 2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 이어, 25일에는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됐다. 불과 사흘 간격으로 열린 두 회담은 한국 외교가 맞닥뜨린 과거사와 안보, 경제 협력의 교차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강창일 전 주일대사.ⓒ프레시안

이번 정상회담은 한국 외교가 직면한 양대 과제, 즉 과거사 문제를 안고 있는 한일관계와 동맹 조정이 필요한 한미관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이번 회담은 동북아 질서 속에서 한국의 외교적 위치를 다시 조율하는 과정이며 단기적 성과보다는 장기적 전략 구상 속에서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프레시안은 민주당에서 연속 4선 국회의원과 국사 학자이자 일본 전문가인 강창일 전 주일대사와 '이재명 대통령 한미, 한일 회담 성과'에 대해 알아봤다.

다음은 강창일 전 주일 대사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프레시안 : 한미 정상회담이 이뤄졌다. 출국 전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지난 정부 합의를 계승한다”고 밝혀 진보 진영에서 '윤석열 정부 계승'이라는 비판이 나왔는데 어떻게 보아야 할지?,

강창일 전 대사 :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약 2주 만에 첫 한일정상회담을 연 데 이어 약 2개월 만에 또 한 번 초단기 ‘셔틀 외교'를 펼쳤다. 이번 회담은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우호적 한일 관계 개선과 껄끄러운 한미 회담에 대비한 전략적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이해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촉박한 일정에도 많은 성과를 거뒀다. 우선 17년 만에 ’한·일 정상 공동 언론발표문‘을 도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여기에 '<김대중 - 오부치 선언>'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얻어낸 건 엄청난 성과다.

1998년 10월 8일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이 선언을 통해 “과거를 직시하면서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라고 강조했고, 오부치 총리는 “통절한 반성과 진심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했다.

그러나 2012년 12월 제96대 일본 총리가 된 아베는 '<김대중 - 오부치 선언>'을 금기시해 당시 일본 정부는 이 선언을 입에 올리지조차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통해 이 선언을 계승한다고 문서로 확인했다. 일각에선 아베의 정책 기조까지 계승한 게 아니냐는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김대중 - 오부치 선언>'을 특정했기 때문에 그렇게 해석해선 안된다.

더불어 '전 정부의 과거사 해법은 국가 간의 약속이기 때문에 버릴 수 없다'는 요미우리 인터뷰 발언에 대한 비판은 큰 틀에서 받아들이고 구체적으로 수정 보완해서 차후 해법을 찾을 복안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와 현재의 문제들을 투 트랙으로 처리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실제는 갑 분야 별, 각 주제 별로 대화해 나간다는 멀티 트랙 처리 방식을 선택했다. 한일 양국은 미국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도 논의했을 것이다. 동병상련의 두 국가 간 미국에 어떻게 대응할까를 탐색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미국에 한일관계가 잘 되고 있다는 시그널을 보내 역설적으로 한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최근 일본 극우 진영은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에게 반일 프레임을 뒤집어 씌웠다. 그들은 내가 대사 할 때도 그랬다. 그래서 나는 더욱더 일본 정치인들을 만나면 “진보 정권 때가 더욱 우호 증진이 이뤄졌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김대중 정권, 노무현 정권 때가 가장 좋았다. 그리고 이재명 후보는 가장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정치인이기 때문에 더욱 좋아질 것이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프레시안 : 양 정상이 주요 합의점과 협력할 분야는 무엇인가?

강창일 전 대사 : 전략적 소통 강화와 미래산업 협력 확대, 인적교류 활성화 등은 큰 성과다. 우선 인도-태평양 전략 등 역내 변화에 대응해 안보 및 경제안보를 포함한 전반적인 측면에서 정상급과 각급 차원의 소통 강화를 약속했다.

또한 수소, AI 등 미래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고, 공통 사회문제(저출산·고령화 등)에 대한 정책 경험 공유와 협의체 출범을 논의했다. 특히 워킹홀리데이 참여 상한을 기존 1회에서 2회로 확대하는 등 청년 교류 기회를 확대하기로 했다. 전용 입국심사대 운영과 더불어 다양한 교류사업도 지원하기로 했다.

이제부터 구체적이고, 본격적으로 한일 간 현안에 대해 발전적인 논의가 있을 것이다. 가장 큰 성과는 우선 신뢰를 회복하고 첫 단추를 잘 끼웠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숨돌릴 겨를도 없이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강창일 전 대사 : 26일 밤 1시에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 회담 소식에 많은 분들이 잠을 설쳤을 것이다. 정상회담이 열리기 2시간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별안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마치 숙청(Purge)이나 혁명(Revolution)이 벌어지는 것 같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한국에서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글을 올려 한국 정부를 단혹게 했다. 외교관 생활을 한 나에게도 너무나 쇼킹한 뉴스였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흔들림 없이 철저히 준비해서 잘 대응했다. 덩치 큰 트럼프 앞에서 주눅 들지 않았고 의연하게 대처해, 허리를 굽힌 트럼프가 오히려 작게 보일 정도였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피스메이거' 발언을 통해 북한 문제를 거론한 것은 신의 한 수이고 백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 등을 언급했고, APEC 정상회의(10월 경주)를 계기로 북–미 회동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이번 한미정상 회담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완전한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 결국 트럼프는 나중에는 가짜뉴스에 속았다는 식으로 해명하며 “당신은 위대한 사람이고 위대한 지도자다”, “한국은 당신과 함께 더 높은 곳에서 놀라운 미래를 갖게 될 것이다” “나는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다”는 메시지를 직접 써서 이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한국의 모 언론사는 아첨을 해서 점수 땄다는 식으로 평가 절하했는데,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아첨이라도 해야 하는 게 대통령의 운명이며 소명이다.

프레시안 : 양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조선업 중심의 경제, 산업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는데 이에 대한 전망은?

강창일 전 대사 :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협력해 미국의 조선업을 부흥시키길 바란다"고 했고, 이재명 대통령도 더 나아가 "미국 제조업 르네상스에 한국이 함께 하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이것은 한국이 침체기를 걷고 있는 제조업 분야에서도 미국과 손을 잡아 비상할 기회를 만들고 싶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우리가 선제적으로 제안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이번 회담에서 제시된 한미 동맹의 방향과 한국의 안보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시는지?

강창일 전 대사 : 지금까지 한미동맹을 축으로 하는 세계전략을 재확인했다고 본다. 이 대통령은 국방비 증액 의지를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은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만 주한미군 감축, 재배치 등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

프레시안 : 통상·관세 문제는 완화됐다고 보시는지?

강창일 전 대사 : 회담 전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 관세 압박이 큰 난제로 부각됐다. 하지만 회담 이후 통상적 추가 압박 없이 “한국이 일부 문제를 제기했지만 합의된 대로 할 것”이라는 언급을 통해 일단 불확실성을 해소했다. 또한 농축산물 추가 개방 논의가 없었던 건 다행스럽다.

프레시안 : 이번 회담을 계기로 양국의 경색된 분위기 반전이 이뤄졌다고 전망하시는지?

강창일 전 대사 : 긴장된 회담 분위기였지만, 두 정상 간 신뢰 형성에 성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이재명 대통령에게 “당신은 위대한 사람”이라고 서신을 전달하고 “완전한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기대 이상의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한다.

다만, 경계해야 할 사항은 지금부터 디테일한 부분에서 많은 협상이 이뤄질 텐데, 철저히 준비해서 잘 대응해야 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도 있지 않나.

프레시안 : 이번 회담이 갖는 외교적 배경과 우리의 전략은 무엇이었다고 보시는지?

강창일 전 대사 : 한미일의 굳건한 동맹관계 재확인, 한반도의 평화 체제 구축에 있다고 본다. 미국 내에서조차 “이번 한미 회담이 전략적이고 탁월한 실용 외교였다"는 반응으로 귀결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 회담이 대통령 지지율 보다 더 높은 61%가 긍정적으로 평가한 걸 보면 성공적인 대뷔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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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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