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에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고 주장하고 내란 수괴 윤석열의 복권을 추구하는, 정치 경험 일천한 판사 출신 1.5선 장동혁 의원을 국민의힘 대표로 밀어올린 것은 그 당의 당원들이다. 이들은 '극우'로 불리는 것에 경기를 일으키는데, 사실 '극우'라 보기 어려운 게 맞기도 하다. 왜냐하면 극우도 '망상'을 섬기진 않기 때문이다. '극우'도 되지 못하는 그들이니, 본인들도 싫다는 '극우'란 말을 굳이 사용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현대 세계 정치 지형에서 극우(far-right) 정당은 나름의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유럽과 같은 다당제에서 극우 정당은 나름의 정통성을 가지고 주류 정당 바깥에서 자연 발생해 독자 세력화를 노린다. 반면 한국이나 미국처럼 양당제가 공고한 국가에서 극우 정당이 독자 세력으로 살아남긴 어렵다. 그래서 포퓰리스트인 트럼프는 각종 음모론자들을 규합한 원외 세력인 '마가'와 주거니 받거니 소통하며 공화당을 쥐락펴락 한다.
숱한 '제3정당' 실험이 실패로 귀결됐던 한국의 정치 지형에서도 우리공화당이나 자유통일당과 같은 독자적 극우 정당이 제도권에 들어가긴 힘들다. 그래서 이들은 당 외곽에서 보수 정당을 쥐락펴락하는 길을 택했는데, 생각보다 허술하고 미숙한 보수 정당을 겪어보니 아예 그 정당을 '숙주'로서 삼기로 전략을 바꾼 듯 하다.
다른 듯 하지만 유럽의 극우 정당과 미국 극우 세력의 공통점은 '현실 인식'에 투철하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현실 인식이 돼야, 집권 가능성을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유럽 극우 정당들은 전통적 '좌파 정책'들도 수용한다. 포퓰리즘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지만, 어찌됐던 사회 복지를 강화하고, 노동자들에게 세금을 감면해주겠다고 말한다. 자신들의 주요 지지층인 불안한 청년, 하층민, 중산층을 타게팅하는 게 '합법적 집권'으로 가는 길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이 토대 위에서 '복지 쇼비니즘(애국주의)'을 강화한다. 이민자 추방, 무슬림 배격과 같은 구호를 얹고, 그걸 위해 민주주의를 제약하고 권위주의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겉으로는 과격주의와 거리를 두려는 '위장 전술'도 편다. (한국의 국민의힘 계열 과거 정당들도 이런 걸 꽤 잘 했었다.)
'신대륙'에선 조금 다른 양상이다. 피식민을 경험한 남미의 극우 세력은 극단적 '포퓰리즘'의 형태로 존재한다. 어차피 종교색(카톨릭)이 짙은 국가들이라 '종교적 팩터'는 큰 의미가 없고, 브라질의 보우소나르, 아르헨티나의 밀레이 처럼 트럼프식 극단적 포퓰리즘 형태로 나타난다. 그들이 트럼프와 다른 점은 그들이 발 디딘 국가가 초강대국 미국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은 배외주의와 인종주의가 주전장이다. 그럼에도 미국 공화당이 트럼프를 용인하는 이유는 그가 미국의 이익을 해치지 않고, '깡패짓'을 해서라도 어떻게든 '미국 우선주의'를 관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미국의 극우 역시 '현실 인식(자신들이 초강대국이라는 점)'에 투철하고 그걸 적극 활용할 줄 안다.
한국에서 극우 운동의 전개 방식은 독특하다. 사회적 양극화로 인해 발생하는 청년, 저소득자 등의 불만을 먹고 자라기는 하지만, 결정적 차이가 있다. 이념전을 겪은 분단 현실, 그리고 '강대국 정치'의 틈에 껴 있다는 점이 주요 변수다. '이민자의 국가'가 아니라는 점도 그렇다. 그래서 한국 극우는 국가의 이익이 아니라 '미국의 시혜'를 우선순위에 두고, 혐오 대상으로 사회적 약자를 찾아 나서며 북한과 중국의 공산당이 나라를 집어삼키려한다는 철지난 반공주의 사고에 갖혀 있다. 이것은 '트황상 구원론'이나, '빨갱이 척결', '여성 혐오'로 표출된다.
유럽 극우나 미국 극우가 투철한 '현실 인식'에 바탕을 두고 현실의 적(이민자, 소수인종, 무슬림)을 상정한다면, 한국의 '윤어게인' 세력은 상상의 적과 구원의 신화를 주물해낸다.
국민의힘이 극우 정당도 되지 못하는 이유는 과거 지향적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ADF나 프랑스의 국민연합, 이탈리아의 이탈리아형제당과 같은 극우 정당들도 최소한의 '미래 비전'이라는 게 있는데, 극우화 된 한국의 보수 정당은 이미 발생한 민주주의 파괴 행위를 "하나님의 계획"으로 포장하고, 이미 최악의 중범죄를 저지른 자를 법의 단죄도 내리기 전 복권시키겠다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과거에 얽매여 외국의 지도자를 '구원자'로 모시는 종교적 면모는 '극우'의 모습으로 봐줄래야 봐줄 수가 없다. 이들은 갈라파고스에서 끝없이 순환 공유되는 거짓말을 믿으며 자신들의 현실 감각을 스스로 붕괴시키고 있다. '윤어게인' 따위가 어디 현실 인식에 기반을 두고 있단 말인가.
이들은 종교적 신화를 통해 '지지자(구독자)' 모으기에 열심이다. 극우판 '구독 경제'라고 할까.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 강효상의 표현대로라면 '윤어게인'은 "SNS로 인한 현실-가상 경계의 모호화가 유발한 사회 병리 현상"이고 "윤어게인 무리들은 실체가 아닌 허황된 망상을 쫒는 병든 세력에 불과"하다. "윤어게인 무리들에게 '극우'란 용어는 차라리 과분하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윤어게인'을 실제로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더 나쁜 사람들은 그들의 지지를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이 망상을 공유한채 집단 행동으로 뭉치 표를 쥐락펴락하는 세력에게 굽신거리고 박수를 보내는 '멀쩡한 보수 정치인'들 말이다. 그런 사람들의 지지를 그러모아 만들어낸 게 지금 국민의힘 '장동혁 지도부'다. '극우'란 말도 사치다. '민주주의'를 한다고 착각하고 있는 국민의힘 당원 구성은 종교적 망상 세력에 의해 오염도가 심각하게 진척된 상태다.
이를 어찌할까. 조갑제와 홍준표의 '보수 신당론'이 어쩌면 희망일 수 있을지 모른다.

전체댓글 0